
MBK는 2015년 테스코로부터 홈플러스를 7조 2000억 원에 인수했다. 당시 홈플러스 거래는 국내 인수·합병 사상 최대 규모로 평가됐다. 7조 2000억 원은 지분 인수대금 5조 8000억 원에 기존 차입금 1조 4000억 원을 포함한 금액이었다. 당시 이마트 시가총액이 6조 원 안팎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MBK는 대형마트 1위 기업의 시가총액에 맞먹는 돈을 들여 2위 사업자를 산 셈이었다.
MBK는 자기자본만으로 홈플러스를 산 것이 아니라 홈플러스가 보유한 대형 점포 등 부동산 자산을 담보로 대규모 인수금융을 함께 일으켰다. 전형적인 차입매수(LBO)다. 홈플러스 측은 당시 MBK가 인수 과정에서 자기자본 약 3조 2000억 원과 인수금융 약 2조 7000억 원을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대규모 인수금융 부담을 줄이는 과정에서 세일앤리스백도 활용됐다. 세일앤리스백은 보유 점포를 매각한 뒤 다시 임차해 영업을 이어가는 방식이다. MBK 인수 이후 홈플러스는 우량 점포와 물류센터를 잇달아 팔아 현금을 확보했다. 2015년부터 2020년까지 매각한 점포와 물류센터는 20여 곳, 매각 금액은 4조 원 안팎으로 파악된다. 매각대금 상당 부분은 차입금 상환에 사용됐다.
그 결과 홈플러스의 차입금은 줄었지만 임차 점포와 임대료 부담은 커졌다. 회생절차 개시 당시 홈플러스 임차 점포는 68곳 안팎으로 늘었고 연간 임대료는 약 4000억 원 수준까지 불어났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점포를 팔아 인수금융을 줄이는 동안 홈플러스에는 임대료 부담과 투자 여력 약화가 생겼다”고 말했다. 그는 “대형마트는 한 번 고객을 빼앗기면 복구가 쉽지 않은데 홈플러스는 온라인 전환과 상품 경쟁력에 투자해야 할 시기에 자산을 팔고 비용을 줄이는 쪽으로 몰렸다”고 분석했다.
인수금융 상환을 우선한 경영은 점포 경쟁력에도 영향을 줬다. 한국신용평가는 홈플러스 회생신청 직전인 지난 2025년 2월 정기평가에서 “대주주 변경 이후 자산매각 등을 통한 인수금융 상환을 우선과제로 삼았으며 설비투자 규모를 크게 축소하여 점포당 매출이 감소하는 등 자체 집객력이 저하됐다”고 평가했다. 홈플러스의 연간 설비투자 규모도 1000억 원 안팎에 그쳐 대형 오프라인 유통업체 평균 투자 규모를 크게 밑돌았다고 봤다.
같은 업황에서도 경쟁사의 실적은 갈렸다. 이마트는 할인점 점포 리뉴얼과 트레이더스 확대를 앞세워 2025년 연결 영업이익 3225억 원을 냈다. 전년보다 584.8% 늘어난 수치다. 별도 기준 영업이익도 2771억 원으로 127.5% 증가했다. 홈플러스는 반대 흐름을 보였다. 2024회계연도 영업손실은 3141억 원, 당기순손실은 6758억 원을 기록했고 2025회계연도 영업손실은 5464억 원으로 74.0%, 당기순손실은 1조 10억 원까지 48.1% 커졌다.
앞서의 유통업계 관계자는 “MBK는 홈플러스의 유통경쟁력을 키워서 운영하겠다는 생각보다는 부동산과 현금흐름에 주목한 것 같다. 배당으로 현금이 빠져나가고 점포 유동화까지 이뤄지지 않았다면 지금 회생 국면에서 채권자 변제나 영업 정상화에 활용할 자산이 더 있었을 것”이라며 “이제 대형마트가 무너지는 모습을 본 투자자들이 유통업 투자를 꺼리면 새 자금이 필요한 중소형 마트들도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홈플러스 사례는 MBK의 다른 투자 실패와도 맞물린다. MBK는 2013년 아웃도어 브랜드 네파 지분 94.2%를 약 9970억 원에 인수했다. 네파는 인수 이후 아웃도어 시장 침체와 차입 부담이 겹치면서 실적이 꺾였고, 재무상태도 악화하면서 MBK는 10년이 넘게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하고 있다. MBK와 맥쿼리가 인수한 케이블TV 사업자 딜라이브도 유료방송 시장이 IPTV 중심으로 재편되는 동안 2조 원대 인수금융 만기 부담을 겪었고 2016년 8000억 원 출자전환을 포함한 채무조정을 거쳤다.
홈플러스가 사모펀드식 비용 효율화와 맞지 않는 사업이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사모펀드는 작은 기업을 대형화하거나 방만하게 운영되던 기업을 효율적으로 만들 때 제 역할을 할 수 있다”며 “홈플러스는 이미 규모가 크고 경쟁이 심한 시장에 있었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보고 충성 고객을 만들어야 하는 기업이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이어 “홈플러스 같은 유통기업은 비용을 줄이는 것만으로 살아남기 어렵다”며 “경쟁이 심한 시장에서는 고객이 다시 찾게 만드는 장기 투자가 필요한데 사모펀드식 단기 수익성 관리가 그런 기업에 맞았는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