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도걸 의원은 “K컬처의 가장 큰 경쟁력은 세계 곳곳에 형성된 강력한 팬덤이다. 지난해 K컬처 시장 규모가 274조 원, 수출액은 718억 달러에 달한다”며 “K컬처 팬들이 콘텐츠 성공을 응원하는 것을 넘어 성장에 직접 참여할 수 있다면 K컬처 성장 잠재력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주목받는 것은 음악저작권을 기초자산으로 한 음악증권이다. 대중성을 확보한 노래는 발매 직후 수익이 줄어들다가 2~3년 뒤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이른바 롱테일 수익 구조다. 스트리밍 시장 성장과 함께 글로벌 수익 기반이 넓어졌고, 거시경제 변수와 상관관계는 낮다는 점에서 새로운 투자자산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날 세미나 첫 번째 발표자로 나선 정현경 뮤직카우 의장은 음악증권 시장의 성장 가능성과 제도적 과제를 설명했다. 뮤직카우는 국내 최초로 음악저작권 조각투자를 상용화한 업체다.

다만 팬덤이 곧바로 투자자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정 의장은 “팬덤은 있지만, 팬덤 자금이 합법적이고 투명하게 국내 음악 IP(지식재산권) 투자로 들어올 통로는 아직 충분히 마련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핵심은 ‘이중신탁’ 벽이다. 정 의장은 음악저작권을 기초자산으로 한 증권을 발행하려면 저작권법과 자본시장법 사이 정합성 문제가 먼저 해결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통상 음악저작권은 저작권신탁관리단체가 저작권료를 걷고 권리자에게 나눠주는 방식으로 관리된다. 그런데 이를 투자상품으로 만들면 자본시장법상 증권 발행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과정에서 금융신탁사에 권리를 맡긴 뒤 다시 저작권신탁관리단체에 위탁해야 하는 구조가 생긴다.
정 의장은 이 같은 이중신탁 절차가 음악증권 발행의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봤다. 음악증권을 발행하려면 권리 보유 주체와 관리 기관, 수익 정산 방식이 명확해야 한다. 현행 제도에서 이 과정들은 매우 복잡하다. 특히 음반제작사나 기획사가 대형 유통사와 직접 계약하는 경우가 많은 K팝 산업 구조에서 시장성이 있는 인기곡이라도 현행 제도상 곧바로 음악증권으로 발행하기 어려운 상황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저작인접권을 음악증권으로 발행하기 어렵다는 점도 풀어야 할 과제로 제기됐다. 저작인접권은 노래를 부른 가수와 연주자, 음반제작자 등이 갖는 권리다. K팝 팬덤은 곡 자체보다 특정 가수와 음원에 반응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저작인접권을 신탁기관에 맡겨 관리하는 비율은 2%에 그치는 상황이다. 즉, 권리관계가 정리된 음원이 많지 않다 보니 팬들이 원하는 인기 음원이라도 곧바로 음악증권으로 만들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어진 토론에서 글로벌 음악 차트 기업인 한터글로벌 곽영호 대표는 기존 청산형 조각투자 방식만으로는 글로벌 팬덤의 참여를 끌어내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음원 스트리밍 수익은 히트곡이 아닌 경우 대중의 기대만큼 크지 않을 수 있고, 기획사나 아티스트 입장에서도 큰 비용을 들여 만든 메가 히트곡을 조각투자 상품으로 내놓을 유인이 낮다는 것이다.
곽 대표는 팬덤을 투자자로 끌어들이려면 단순히 음원 수익권을 쪼개 파는 구조를 넘어, 아티스트의 기획 단계부터 활동과 글로벌 확산까지 연결되는 생태계형 토큰증권 모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요즘 주목받는 리센느라는 아티스트도 중소형 소속사 출신이지만 열심히 활동한 결과 대중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며 “우리는 모두 BTS, 블랙핑크에만 집중하고 있는데 K컬처 시장이 커지려면 시장이 넓어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콘텐츠가 가진 가치의 가격을 어떻게 매길지도 쉽지 않은 문제다. 기존 저작권료 데이터만으로는 팬덤 규모와 충성도, 향후 소비 가능성을 충분히 반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K팝 콘텐츠는 팬덤의 결집력과 글로벌 확장성이 수익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이를 반영할 평가 기준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와 관련,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산업기반과 나웅재 사무관은 “2016년부터 콘텐츠진흥원에서 IP의 성장 가능성과 수익성 등을 바탕으로 정량적·정성적 요소가 결합한 가치평가를 시행하고 있다”며 “콘텐츠 제작자를 위한 자금 공급과 투자자 권리 보호가 함께 이뤄질 수 있도록 가치평가 체계를 고도화하겠다”고 밝혔다.

홍 실장은 “사업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여러 해외 투자자와 만나면서 K콘텐츠 IP 가치에 투자하고 싶다는 의사를 확인했다. K콘텐츠는 글로벌 투자 대상이 됐다고 판단한다”며 “일차적으로 맞닥뜨린 문제는 투자 형태였다. K콘텐츠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을 실제 투자로 받아낼 상품 형태가 마땅치 않았다”고 말했다.
홍 실장은 이어 “토큰증권을 적법하게 발행하고 결제부터 정산까지 프로세스를 감당할 제도나 인프라가 국내에 없어서 미국에서 시작했다”고 소개했다. 데이원드림은 미국 증권법상 역외 발행 면제 규정인 레귤레이션S를 활용했다. 레귤레이션S는 증권 청약과 판매가 미국 밖에서 이뤄지는 거래에 한해 미국 규제 당국에 대한 서류 제출 의무를 면제해주는 제도다.
홍 실장은 CNCRT는 토큰증권의 기술적 완성도를 입증한 사례라고 주장했다. 그는 “실물 증서나 별도 장부 없이 토큰증권 발행과 소유권 기재 등을 모두 블록체인에서 처리했다”며 “해외 기관투자자와 국경을 넘어서 맺은 계약이 처음 계획한 일정과 절차 그대로 진행돼 완결됐다”고 강조했다.
성과와 함께 한계도 드러났다. 홍 실장은 “일부 투자자는 달러 스테이블코인으로 투자하기를 희망했다. 하지만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받아 회계적으로 처리할 국내 기관이 마땅치 않았다. 결국 법정 통화 미국 달러로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며 “국내에 디지털 자산으로 결제하고 정산받은 문화가 아직 자리 잡지 않았다. 국경을 넘나드는 자본 흐름에 세금을 어떻게 매길지 기준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데이원드림 사례를 국내에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다. 우정권 KCCIA 이사장은 “IP에서 중요한 게 담보 문제다. 데이원드림은 IP 자체를 담보로 삼지 않고 회사가 보증을 서줬다”며 “한국에 그대로 도입하면 안 되는 방식이다. 영세한 콘텐츠 제작사들 설 틈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팬 중심 토큰증권 사업이라면 중소 제작사들이 참여할 경로도 열어 놓아야 한다. 담보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고 논의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우 이사장은 또 “저작권 관련 법이 토큰증권의 증권성에 맞도록 개정돼야 하고, 수익 정산 구조를 투명하고 객관적으로 하기 위한 예탁결제원과 같은 조직이 콘텐츠 산업에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가상자산 제도 공백도 거론됐다. AI(인공지능) 트레이딩 플랫폼을 개발한 ‘미나라’ 신재원 고문은 “데이원드림이 운영하는 플랫폼은 기술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본다”며 “문제는 특정금융정보법상 가상자산을 보관·관리하는 가상자산사업자 신고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향후 토큰증권 산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특금법상 수탁·관리 개념을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과 이용준 사무관은 “투자자 피해 없이 성공한 토큰증권 사례가 하나둘 누적되는 것에 감사하다. 증권신고서 심사 가이드라인을 잡는 데 좋은 참고가 될 것”이라며 “K컬처 기반 토큰증권을 해외에서 사는 구조가 비합리적으로 막힌 부분이 있다면 단계적으로 제도 개선을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금융위원회는 내년 2월 4일 시행되는 STO 관련 법 시행령 개정안을 담은 ‘토큰증권 제도화 법 하위 법규 개정안 및 가이드라인’을 7월 중 발표할 예정이다.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
남경식 기자 ngs@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