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때 고우석의 손을 잡은 팀이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였다. 마이너리그 계약이었지만 고우석은 부단한 노력을 거듭했다. 덕분에 시즌 종료 후 FA로 풀렸다가 2025년 12월 디트로이트와 다시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었다. 트리플A 팀인 톨리도 머드헨즈에서 시즌을 시작했고, 4월 초 더블A 이리 시울브즈로 강등되면서 잠시 방황과 갈등을 반복했다.
이때 친정팀 LG가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유영찬의 부상으로 마무리 투수가 절실했던 LG는 차명석 단장을 미국으로 보냈고, 차 단장은 더블A에 있는 고우석과 만나 대화와 설득을 주고받는 시간을 가졌다. 고우석도 고민이 깊었다. 여기서 모든 걸 접고 돌아가느냐, 아니면 아직 풀리지 않은 ‘숙제’를 더 하느냐의 기로였다. 고우석은 고민 끝에 차 단장에게 정중히 자신의 마음을 전했다. 아직 미국에서 풀고 싶은 숙제가 있다면서 말이다.
고우석은 더블A에서 숫자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낸 후 한달 만에 트리플A로 재승격됐다. 이후 19경기에서 27⅔이닝 3승 1패 3홀드 2세이브 평균자책점 2.60의 호성적을 거뒀고, 같은 기간 단 하나의 홈런도 허용하지 않았다. 올 시즌 고우석은 더블A와 트리플A에서 27경기 41⅓이닝 3승 1패 3홀드 4세이브 평균자책점 1.96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디트로이트는 고우석을 MLB 40인 로스터에 올리지 않았다.
고우석은 7월 1일 이후 옵트아웃의 일종인 ‘양도 조항(assignment clause)’을 행사한 후 현금 트레이드를 통해 미네소타 트윈스로 이적했는데 그 내용에는 ‘이적시 이적하는 구단의 26인 로스터 포함’이라는 조항이 있었고, 이 조항으로 고우석은 빅리그 도전 3년 만에 미네소타 유니폼을 입고 빅리그 무대를 밟게 됐다.

“이 정도의 성적을 냈는데 원하는 팀이 없는 건 내 능력의 문제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안되니까 접자고, 이제 돌아가자고 마음 먹었다.”
고우석은 차 단장이 LG 복귀를 제안했을 때 미국에 남기로 했던 건 MLB에 대한 꿈과 미련 때문이 아니라 자신이 마이너리그에서 배웠던 야구가 어려운 환경에서 실현될 수 있을 지를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내가 배웠던 야구를 어려운 환경에서 해보고 싶었다. 그걸 경험한 다음에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그래야 자신감을 안고 갈 수 있다고 믿었다. 언젠가는 이 이야기를 꼭 하고 싶었는데 지금 할 수 있게 됐다.”
마이너리그에 있는 동안 고우석은 함께 생활했던 동료 선수의 빅리그 콜업을 지켜보며 ‘나는 언제쯤 갈 수 있을까’라고 생각한 적도 많았다고 고백한다. 그러다 올 시즌에는 아예 그런 생각조차 접었다. 자신이 컨트롤하지 못하는 일에 신경을 쓰지 않고 야구에만 집중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빅리그 유니폼을 입었다고 해서 모든 걸 이룬 게 아니다. 이제 시작일 뿐이다. 고우석도 그 사실을 명확히 인지하고 있었다. 그는 “그저 오늘 하루 최선을 다하고, 오늘 일을 반성하며 내일을 준비할 뿐”이라면서 미국에서 활약하는 동안 자신에게 힘과 용기를 갖게 해준 팬들의 응원에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한편 미네소타의 데릭 쉘튼 감독은 고우석과 관련해 올 시즌 성적만 보고 영입한 건 아니라고 설명했다. 클리블랜드 타격 코치 시절 추신수, 피츠버그 감독 시절 배지환과 인연이 깊은 쉘튼 감독은 고우석의 구위가 마음에 들었고, WBC에서 대표팀 선수로 활약한 점도 인상적이었다는 말도 덧붙였다.
미네소타 트윈스에는 얼마 전까지 한국인 스카우트 데이비드 김이 아시아 지역의 스카우트로 활약했다. 현재 피츠버그 구단으로 자리를 옮긴 데이비드 김은 ‘일요신문’과 전화 통화에서 고우석의 미네소타행을 이렇게 설명한다.
“내가 미네소타 스카우트로 일할 때 꾸준히 고우석을 관찰했다. 그 선수가 충암고 다녔을 때부터 스카우팅 리포트를 작성했고, LG 입단 후에도 고우석 관련 리포트를 계속 업데이트했다. 아마 미네소타 구단은 이번 고우석 영입을 앞두고 이전부터 축적돼 있는 자료들을 살펴봤을 것이다. 그 자료들과 미국에서의 성적들, 발전 가능성 유무 등을 체크해 최종적으로 영입을 결정했을 것이라고 본다. MLB 구단이 지금 당장의 성적만 보고 선수를 영입하진 않기 때문이다. 고우석의 미네소타행 소식을 듣고 내심 기뻤다. 내가 평가한 고우석 관련 내용이 잘못되지 않았다는 걸 보여주길 바란다. 그리고 진심으로 응원을 보낸다.”
이영미 스표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