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어린이 기사 1000명 뜨거운 반상 대결…최강부 우승 김의준 “상대방 초반 착각, 쉽게 풀어가”
[일요신문] 제15회 일요신문배 세계 어린이 바둑대회가 지난 5월 17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티켓링크라이브아레나에서 열렸다. 이번 대회에는 한국 바둑의 미래를 책임질 바둑 꿈나무 1000명과 학부모 및 대회 관계자를 포함해 4000여 명이 운집했다. 15번째 대회를 거치면서 역사와 전통의 세계 어린이 바둑대회로 자리매김했다.
제15회 일요신문배 세계 어린이 바둑대회에 바둑 꿈나무 1000명과 학부모 및 대회 관계자를 포함해 4000여 명이 운집했다. 사진=박은숙 기자#맑은 날씨 속 4000여 명 구름 인파
올해 일요신문배는 맑은 날씨 속에 개최됐다. 아침부터 햇살이 뜨거웠지만 어린이들의 반상을 향한 행진을 멈출 수 없었다. 오전 9시부터 어린이 기사들은 하나둘 시합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경기장을 누비면서 장난을 치던 어린이들은 시합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진지한 표정으로 바뀌고 있었다.
오윤주 오산초등학교 4학년 학생은 “일요신문배에 3번째 출전을 하게 됐다. 8강까지를 목표로 정했는데 결과는 잘 모르겠다”면서 긴장된 표정을 지었다. 오하운 퇴계초등학교 3학년 학생은 “오늘 처음 출전했다”면서 “목표를 정하지는 않았고, ‘할 수 있다’는 말을 경험하기 위해 출전했다”고 말했다.
일요신문배 참가 어린이들은 자신의 이름표가 있는 바둑판 앞에 다소 상기된 표정으로 착석했다. 어린 선수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시합 전 컨디션 조절에 들어갔다. 바둑교실 선생님과 진지한 대화를 나누는 학생부터 바둑판에 돌을 놓아보며 결의를 다지는 어린이까지 다양한 모습으로 시합을 기다렸다.
10시에 진행되는 개회식 시작 직전 아이들과 함께 온 학부모는 관객석으로 자리를 옮겨 자녀의 승리를 기원했다. 장내 사회자가 개회식을 시작하자 어린이들의 시선은 일제히 단상을 향했다.
개회식에는 김원양 일요신문사 대표이사 겸 발행인, 하근율 대한바둑협회 회장, 한우진 프로기사, 김채영 프로기사, 김대용 심판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김원양 대표는 개회사를 통해 “바둑은 수많은 선택과 결단이 필요한 스포츠다. 여러분이 선택한 한 수 한 수는 새로운 성장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면서 “대국을 하면 뜻대로 되지 않을 때가 많다. 그 모든 순간들이 여러분들을 더욱 단단하고 지혜로운 사람으로 만들어 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에는 중국, 일본, 대만, 몽골, 태국, 말레이시아 등 6개국에서 20명의 선수들이 출전했다. 사진=박은숙 기자하근율 대한바둑협회 회장은 “일요신문배가 1회도 아니고 15회까지 계속한다는 것 자체가 감사하고, 존경받을 만한 일이다”면서 “제가 대한바둑협회 수장으로 있는 한 적극적으로 도움을 드리고 서로 협력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개회사가 끝나고 이성로 일요신문 편집국장의 징소리에 맞춰 대국이 시작됐다. 시합은 초등 바둑 최강자를 가리는 최강부를 비롯해 유단자부, 꿈나무부, 샛별부, 새싹부, 일반부, 저학년부, 고학년부 등으로 나눠 진행됐다.
1000명의 어린이 선수들이 내는 착수 소리가 시합장에 맑게 울려 퍼졌다. 어린이 선수들의 눈은 판세를 읽느라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반상에 돌이 쌓여갈수록 어린이 선수들의 얼굴에 ‘희로애락’이 어렸다. 심판들도 혹시 모를 분쟁에 대비해 더욱 집중했다.
시간이 흐르자 승자와 패자가 나오기 시작했다. 승자는 가족들의 축하를 받았다. 패자는 가족의 위로를 통해 아픔을 달랬다. 일부는 패배의 아픔으로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승패와 무관하게 과정에 대한 아쉬운 마음도 있었다. 스승과 복기를 통해 더 나은 미래를 다짐하기도 했다.
세계 어린이 바둑대회의 취지에 맞게 중국, 대만, 태국, 말레이시아 등 다양한 국적의 아이들이 한국을 방문해 시합에 참가하면서 승부는 더욱 치열해졌다.
아까폰 림프라세르트웡 태국 어린이 선수는 “오늘 경기가 아주 힘들었다. 한 판을 이겼다. 내가 지면 모든 게 끝나지만 이기면 다음 경기로 넘어갈 수 있다는 점이 매우 흥미로웠다”면서 “다음에 다시 출전하고 싶다. 그때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인공지능 로봇체험을 하는 참가자들이 대회 못지않은 진지한 표정으로 대국에 임했다. 사진=박은숙 기자후 샤오윈 대만 참가자는 “대만에서 프로기사가 되는 게 꿈인데 일요신문배에 참가하게 돼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졌던 마지막 게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생각하는 데 너무 시간을 많이 써서 진 것 같다. 다음에도 참가하고 싶다”고 싶다고 덧붙였다.
말레이시아에서 학생을 인솔해 온 지미용 타이첸 씨는 “이번이 세 번째 출전이다. 말레이시아에서는 이렇게 큰 경기장에서 대국을 할 수 없다”면서 “한국 바둑 문화가 어린이들한테 좋은 경험이 돼 참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회 중간에 다양한 이벤트도 진행됐다. 인공지능 로봇체험을 하는 참가자들은 대회 못지않은 진지한 표정으로 대국에 임했다. 페이스페인팅도 시합장의 분위기를 높이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이벤트의 꽃은 프로기사와의 지도 다면기였다. 참가자들은 화면으로만 보던 프로기사와 수담을 나눌 수 있는 기회를 잡아 들뜬 모습이었다.
일요신문배 우승자 출신 한우진 9단은 “오랜만에 어린 친구들과 함께할 수 있어서 굉장히 좋은 자리였다”면서 “당장의 승부보다는 꾸준히 열심히 공부를 하는 것이 기력 향상에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채영 9단은 “재작년에 참가를 했었는데 그때보다 대회가 더욱 풍성해진 것 같아 좋았다”고 전했다.
이벤트가 진행되는 사이 각조 우승자가 나오기 시작했다. 결승전 종료 후 홍조 띤 얼굴로 돌을 거두는 우승자도 있었고, 차분한 표정의 우승자도 있었다. 우승자가 가려지면 이내 시상식이 진행됐다.
최강부 결승전. 김의준 군이 대만의 천톈천 군을 물리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사진=박은숙 기자#김의준, 천톈천 꺾고 최강부 우승
가장 관심을 모은 최강부에서는 김의준 군(현촌초등학교)이 대만의 천톈천을 제압하고 정상에 올랐다. 대만은 그동안 최강부에서 특히 강세를 보여 13회, 14회 대회 연속 우승을 이어오고 있었는데, 김의준 군이 대만의 3연패를 저지한 것.
우승 직후 가진 인터뷰에서 김의준 군은 “내 바둑 스타일은 공격적이다. 16강전이 어려워서 고전했는데 그 고비를 넘긴 것이 우승까지 이어진 것 같다. 결승전은 오히려 상대가 초반에 착각을 범하는 바람에 쉽게 풀어갈 수 있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현재 연구생 5조에 적을 두고 있다는 김의준 군은 “앞으로 다가오는 12세 이하 입단대회에서 프로로 입단하는 것이 목표”라며 다부진 포부를 밝혔다.
유단자부 우승 트로피는 대마 사냥에 성공한 김시후 군(대전성룡초등학교)에게 돌아갔다. 김시후 군은 “결승 초반에 좋은 수를 발견해 상대의 대마를 잡았다”면서 “프로기사가 꿈이다. 신진서 9단처럼 잘 두는 프로기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고학년부는 침착함을 잃지 않았던 박서준 군(무동초등학교)이 우승을 차지했다. 박서준 군은 “결승에서 대마를 잡을 수 있었는데 못 잡았다. 그래도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끝내기’를 해 승리를 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입상자에게는 상장과 메달, 상패가 수여됐다. ‘고사리 손’으로 들기 어려워 보일 만큼 큰 트로피를 손에 쥔 우승자들은 기쁜 표정을 감출 수 없었다. 수상이 끝나고 가족들과 기념사진을 찍으며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었다.
김대용 심판위원장은 “15회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일요신문배 심판위원장을 맡게 돼 영광이다”면서 “바둑을 좋아하고 즐기는 어린이와 학부모로 꽉 찬 체육관을 보니 바둑인으로서 뿌듯한 마음이 든다. 내년, 내후년에도 일요신문배의 성공적인 개최를 응원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