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월 1일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스포츠공정위는 배재고 야구부에 대해 6개월 출전정지 징계를 내렸다. 팀 전체가 사실상 ‘시즌 아웃’ 됐다. 배재고 선수단과 감독, 교직원, 학부모 일동은 7월 6일 광주일고를 방문해 사과문을 낭독했다. 공식 사과 이후 5·18민주묘지를 참배하기도 했다.
더그아웃에서 펼쳐지는 응원전이 ‘조롱의 수단’으로 변질됐다는 지적은 그동안 끊이지 않았다. 야구계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고교야구에서 벌어진 각종 응원전은 논란의 소지가 다분했다”면서 “최근 논란이 된 배재고응원은 수위가 높지 않은 편”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5·18 광주 민주화운동이라는 특정 소재를 건드린 것만 문제라는 인식이 생긴다면, 고교야구 응원전의 본질적 문제를 짚을 수 없다”고 했다.
아마 야구계 복수 인사에 따르면, 고교야구 경기에서 지역비하 발언은 빈번하게 일어났던 것으로 전해진다. 강원도 팀에 대해 ‘감자’, 제주도 팀에 대해선 ‘감귤’이라는 구호가 일상적이다. 호남권 야구부를 향해선 ‘홍어’, 대구 소재 야구부를 향해선 대구 지하철 참사를 조롱하는 ‘통구이’라는 비방성 응원도 있었다고 한다.
정치적 구호도 일상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경북권 학교에 대해 ‘이명박근혜’라는 구호를 외치는 사례도 그 중 하나다.

A 씨는 “배재고 사건을 잣대로 바라보면, 이런 응원구호 역시 성희롱이나 인종차별성 발언으로 상당한 논란 소지가 될 수 있다”면서 “대부분의 선수들은 경기에 집중해 실력으로 이를 극복하려 한다. 심리전 일환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그 동안 큰 문제로 비화되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이어지는 말이다.
“선 넘는 응원전을 펼치는 당사자들은 보통 신입생이나 2학년들이다. 경기를 뛰는 3학년은 사실 응원을 할 정신도 없다. 그런데 야구부 전체에 대해 징계가 내려지게 되면 사건과 무관했던 피해자가 생길 수밖에 없다. 3학년들 입장에서 경기 출장 기록은 프로 진출과 입시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상당히 당혹스러운 처지일 것이다.”
아마야구 관계자 B 씨는 “다소 민감한 주제로 응원전을 펼치는 학교들은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면서 “지방 소재 야구부는 내부 규율이 강해 응원전에 소극적인 경우도 있다. 더그아웃 내 조롱성 응원을 하지 말라는 지시를 내리는 학교가 몇 군데 있지만, 극히 일부”라고 했다.
B 씨는 “최근엔 BJ들이 활용하는 19금 용어가 응원전에 가장 많이 쓰인다”면서 “문제는 협회 차원에서 이런 응원전을 제재하지 않으면서, 학교마다 지도자 성향에 따라 제재 강도가 달라진다는 점”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현장에서 다양한 경기를 보다 보면 이번 배재고 ‘스타벅스 가야지’ 구호는 빙산의 일각으로 느껴진다”면서 “특정 정치 세력이 민감해 하는 주제에만 논란을 키우는 것보다는 고교야구 전체에 대한 선 넘는 응원을 제한하는 시스템적 접근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C 씨는 “학생 야구 선수들에게 일벌백계를 할지, 반면교사를 삼을지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했던 이번 배재고 사건과 관련해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는 사형선고에 가까운 징벌의 칼을 휘둘렀다”면서 “미성년자인 학생 선수들을 대상으로 ‘경고 절차를 건너뛴 강력한 징계’는 ‘소나기만 피하면 된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에 위험할 수 있다. 학생들이 교육이 아닌 처벌이 대상이 된다는 점에 대한 문제의식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고 했다.
그는 “더그아웃 응원전과 관련한 세부적인 매뉴얼도 제시하지 못했던 협회가 징계에 있어서 적극적인 스탠스를 취한다면, 선수들은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면서 “당황의 대가가 선수 생명 및 향후 생계와 직결될 수 있는 사안인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했다.
선수들끼리 몸을 부대끼는 축구와 농구 등에선 ‘트래시 토크’가 만연하다. 거칠고 자극적인 말로 상대의 멘탈을 흔들기 위한 경기의 일부로 인식되지만, 규제의 대상이 되는 경우도 있다. 실제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FIFA는 그라운드 위에서 입을 가리고 말하는 것을 인종차별 발언으로 간주해 즉각 레드카드를 줄 수 있게끔 규정을 신설했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는 마땅한 제재 매뉴얼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과도한 응원에 대한 제재’만 명시돼 있을 뿐이다. ‘과도한 응원’에 대한 기준은 현장에 있는 심판이 판단해야 하지만, 이 판단에도 제한 사항이 많다.
고교야구 심판 D 씨는 “심판이 특정 팀을 향해 ‘과도한 응원’을 제재하면, 지도자들이 선수들을 진정시키는 것이 아니라 되레 심판에게 항의한다”면서 “‘왜 우리한테만 그러느냐’면서 지도자들의 기싸움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고, 학부모들의 감정이 격해지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D 씨는 “매뉴얼로 내려오는 ‘과도한 응원’의 기준과 ‘제재’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심판 입장에서도 경기 흐름을 계속 끊어가며 제재를 하기가 상당히 난처하다”고 했다.

이규연 광주일고 교장은 7월 7일 “용서와 화해의 모습을 고려해 배재고 야구부 학생들이 경기장 내에서 새롭게 출발할 수 있도록 행정적 역량과 지혜를 모아주시길 바란다”면서 “6개월 출전 정지가 내려졌는데, 다시 야구를 할 수 있도록 선처하고 어른으로서 따뜻하게 안아줬으면 한다”고 했다.
배재고 측은 7월 8일 전국대회 출전정지 6개월 징계에 대한 재심을 청구했다. 야구계와 교육계에선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학생들에 대한 관련 교육 강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