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지만 마줄스 감독 부임 이후 대표팀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지난 2월 타이페이(대만) 원정, 오키나와(일본) 원정에서 내리 패배를 당했다. '난적' 중국을 상대로 거둔 2연승이 물거품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대만과 일본을 다시 한 번 상대하는 이번 일정 역시 전망은 밝지 않았다. 앞서 열린 경기 대비 대표팀의 전력이 약해진 탓이다. 학사 일정에 여유가 생긴 '해외파' 여준석(시애틀대)의 합류는 반가웠다. 하지만 NBA에 도전하는 이현중이 샌안토니오 스퍼스와 계약을 맺고 서머리그에 나서게 되면서 대표팀에서 빠졌다. 절대적인 '에이스'를 잃은 셈이다. 이현중은 앞선 4경기에서 경기당 3점슛 4.8개 성공을 포함, 평균 24.8점을 기록한 바 있다.
이에 더해 대표팀은 각 포지션에서 공백이 생겼다. 핵심 빅맨 하윤기(KT), 포워드 송교창(오사카 에벳사), 안영준(SK), 가드 허훈(KCC)이 모두 부상으로 빠졌다. 적지 않은 전력 손실이었다.
첫 일정은 대만전이었다. 지난 2월 패배는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대만은 객관적 전력에서 대한민국 대표팀에 비해 한 수 아래로 여겨진다.
지난 3일 고양에서 열린 대만전, 경기 초반은 대표팀이 여유 있는 경기를 펼치는 듯 했다. 11개월 만에 대표팀에 복귀한 여준석이 분위기를 이끌었다. 4년 만에 대표팀에 뽑힌 최준용도 힘을 보탰다. 3쿼터 한때 19점 차까지 경기가 벌어지며 경기는 완전히 기운 듯했다. 대표팀은 4쿼터를 16점 차 리드로 시작했다.
4쿼터부터 대표팀은 급격히 흔들리기 시작했다. 신장 213cm의 귀화 빅맨 브랜든 길벡이 골밑을 공략하자 한국 선수들은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점수 차는 좁혀졌고 승부는 연장으로 흘렀다. 연장 5분간 5점에 그치면서 대표팀은 대만을 상대로 2전 전패를 기록했다.
다음 라운드 진출을 위해서는 이어지는 일본전 승리가 반드시 필요했다. 하지만 전망은 밝지 않았다. 대만전에서 이정현(소노)이 부상을 입으면서 활용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이정현은 그간 이현중과 함께 '원투 펀치'로 활약하던 비중이 큰 자원이다.
패배하면 2차 예선 진출이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한일전은 접전으로 전개됐다. 대표팀은 이우석(상무)의 활약 속에 2쿼터를 2점 뒤진 채로 마무리했다.
3쿼터 한때 격차가 벌어졌으나 대표팀은 최준용이 분전하며 4쿼터 역전에 성공했다. 14점 연속 득점으로 격차를 벌렸다. 경기 종료까지 약 40초를 남긴 시점, 대표팀은 7점 차로 앞서고 있었다. 승리에 가까워지자 선수들의 얼굴엔 옅은 미소가 퍼지기도 했다.
하지만 대만전에 이어 경기 막판 급격히 흔들리는 모습이 반복됐다. 일본이 펼치는 파울 작전에 선수들의 자유투는 연달아 빗나가며 추격을 허용했다. 상대의 압박 수비에도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마지막까지 결과를 알 수 없는 접전 속에 대표팀은 81-79 신승을 거뒀다. 마줄스 감독 부임 이후 첫 승리다. 대표팀은 3연패 끝에 어렵게 승리를 신고했다.

앞서 대한농구협회는 2028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본선 진출, 2032 브리즈번 올림픽 8강 진출이라는 목표를 세웠다. 단기적으로는 오는 9월 막을 올리는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이 중요한 무대가 될 전망이다. 이 같은 목표 달성을 위해 역대 최초로 외국인 감독을 선임하는 도전에 나서게 됐다.
다만 농구협회와 대표팀의 움직임에 대해서는 의문이 뒤따르고 있다. 이번 2연전을 통해서도 과제는 명확해졌다. 선수층이 얇아진 빅맨진에 귀화 선수 수혈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과거 귀화 빅맨이었던 라건아(리카르도 라틀리프)의 계약 종료 이후 대표팀은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일부 후보가 거론됐으나 별다른 진전 소식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 진행 중인 월드컵 예선에서도 알 수 있듯, 귀화 선수의 존재는 국제 농구계에서 '필수'가 됐다.
대표팀은 이번 2연전에서 각각 대만과 일본의 귀화선수를 상대로 어려움을 겪었다. 대만의 길벡은 26점, 일본의 조쉬 호킨슨은 30점을 기록하며 국내 선수들이 버틴 골밑을 휘저었다. 각각 팀 내 최다 득점이었다. 라건아 이후를 준비하지 못한 대표팀은 2년이 넘도록 귀화선수 공백을 채우지 못하고 있다.
2경기 연속 상대 추격을 허용한 경기 막판 집중력 또한 도마에 올랐다. 적절한 타이밍에 상대 흐름을 끊는 작전타임이나 플레이가 없었다는 점이 지적을 받았다. 상대 압박에 대한 대처가 없었다는 점 또한 문제로 떠올랐다.
이번 대표팀 일정에서 아쉬움만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강성욱(KT), 문유현(정관장), 에디 다니엘(SK)과 같은 신인급 선수들을 적극 기용하며 선수단 폭을 넓혔다는 점은 긍정 평가를 받는다. 특히 에디 다니엘은 한일전에서 17분 2초를 뛰며 9득점 5스틸, 득실마진 +11점을 기록하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여준석, 이정현, 이현중 등이 활약하는 현재 대표팀은 '황금세대'로 불릴 정도로 기대를 받고 있다. 이에 농구협회는 외국인 지도자를 대표팀에 선임하는 등 변화로 화답했다. 그럼에도 적극적인 투자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대표팀의 '골든타임'은 길지 않다. 높은 목표를 설정한 한국 농구가 향후 어떤 결과를 낼지 지켜볼 일이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