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경찰 부친이 직접 증거 폐기…수사 곳곳에 구멍

장 경감은 원룸에서 일부 물품을 가지고 나온 뒤 임대인에게 “남은 짐을 버려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임대인이 경찰에 장윤기의 물건을 치워도 되는지 문의하자, 경찰은 치워도 된다는 취지로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장 경감은 애초 아들의 원룸 주소와 현관문 비밀번호를 몰랐으나 이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 관계자로부터 정보를 전달 받았다고 한다.
수사팀은 장윤기의 부친이 현직 경감이란 사실을 파악하고 장 경감과 연락을 주고받기도 했다. 구속 상태였던 장윤기와 장 경감이 통화할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해준 것이다. 이 통화 과정에서 장윤기의 휴대전화 처리 문제가 언급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장윤기의 휴대전화 소재를 확인하기 위한 통상적인 수사 기법이었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당시에는 장윤기의 실제 범행 목적을 규명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했다”며 “주거지에는 물건이 거의 없었고 리얼돌 훼손 상태를 촬영한 영상자료와 DNA 분석 등을 통해 압수 목적은 달성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범행에 사용된 장윤기의 SUV 차량에 대한 수사도 도마에 올랐다. 경찰은 지난 5월 5일 장윤기를 긴급체포하면서 차량을 긴급 수색했다. 당시 차량에선 피해자의 혈흔과 지문이 채취됐지만 경찰은 차량을 증거물로 압수하지 않았다. 심지어 범행 다음 날인 6일 장윤기의 부친에게 차량을 돌려준 것으로 확인됐다. 장 경감은 그로부터 보름 동안 아들의 차를 몰고 다닌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차량이 범행과 직접 관련성이 없고 블랙박스 SD카드도 발견하지 못해 차량을 압수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당시 압수수색 보고서에도 “압수할 증거물이 없어 압수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후 사건을 넘겨받아 보완수사에 나선 검찰은 5월 22일 영장을 발부받아 해당 차량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차량 트렁크에 있던 과거 블랙박스 메모리 카드와 피해자의 것으로 추정되는 혈흔도 추가로 발견했다.
석연치 않은 점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 발견된 각종 증거들은 검찰에 제대로 전달되지도 않았다. 앞서 경찰은 장윤기 주거지를 압수수색한 과정에서 목과 가슴 부위가 훼손된 리얼돌을 발견하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정밀 감식을 의뢰했다. 리얼돌에서는 장윤기의 DNA가 검출됐다. 국과수는 사건이 검찰에 송치된 5월 14일로부터 나흘 뒤 경찰에 감식 보고서를 보냈지만, 경찰은 이를 검찰에 송부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장윤기의 차량에서 발견된 피해자의 혈흔 감식 결과도 송치 과정에서 빠졌다. 이와 관련 경찰은 “형사사법정보시스템을 통해 사건 기록을 전송하는 과정에서 실무자의 실수로 감식 보고서가 누락됐다”며 “뒤늦게 이를 확인해 검찰에 전달했다”고 해명했다.
#경찰청, 장윤기 수사팀 감찰 착수…검찰은 범행 목적 입증 주력

다만 장 경감이 형사 처벌을 받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 현행 형법은 타인의 형사사건 증거를 없애거나 숨긴 경우 처벌하도록 규정하면서도, 친족이나 동거 가족이 본인을 위해 증거를 없앤 경우에는 처벌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검찰은 재판에서 장윤기의 범행 목적을 입증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검찰은 장윤기가 범행 당시 SUV 조수석 뒷문을 열어둔 채 피해자에게 접근한 장면이 담긴 CCTV 영상을 증거로 추가 신청할 계획이다. 검찰은 이를 장윤기의 범행 목적이 단순 살인이 아니라 납치와 강간이었다는 점을 뒷받침하는 정황으로 보고 있다.
차량 외부에 남은 피해자의 혈흔도 검찰이 주목하는 증거다. 검찰은 장윤기가 범행 뒤 도주하는 과정에서 차량 문을 닫으며 혈흔이 남은 것으로 보고 있다. 장윤기 원룸에서 발견된 훼손된 리얼돌과 주변인 진술, 메모 등도 함께 제시해 성범죄 목적성을 입증하겠다는 방침이다.
장윤기는 6월 22일 열린 첫 재판에서 계획범죄 등 대부분의 공소사실은 인정했지만, 강간을 목적으로 한 범행이었는지에 대해서는 입을 열지 않았다. 다음 재판은 오는 13일 광주지법 형사대법정에서 열린다.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