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견기업 '방림'에서 벌어진 일이다. 문제의 인물은 서울남부지법 판사 등을 지낸 이용인 방림 상근감사다. 이 감사는 최근 방만 경영 논란에 휩싸인 방림 자회사 '실버프리' 조교제 대표의 사촌이다. 조 대표는 서재희 방림 회장의 처남이다.
일요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방림은 2019년 5월 서울서부지법에 실버프리 전 임원들을 대상으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실버프리는 충남 당진시에 있는 노인 요양원으로 현재는 방림 자회사다. 당시 방림은 "실버프리를 인수하고 보니 전임 임원들의 과도한 배당 등이 발견돼 회사 경영에 차질을 빚게 됐다"는 취지로 소송에 나섰다.
방림 안팎에서는 무리한 소송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방림은 2017년 실버프리를 인수하며 재무·회계 등 경영 전반에 대한 실사를 이미 진행했기 때문이다. 인수를 다 마치고 뒤늦게 전임 경영진의 책임을 묻는 자체가 이례적이다. 설령 문제가 사실이어도 이는 방림의 부실한 실사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판결도 방림의 패소였다. 2020년 1·2심 재판부는 물론 이듬해 대법원까지 전부 방림 청구를 기각했다. 소송비용도 방림이 지급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결과적으로 이 소송은 방림의 부담을 더 확대한 격이 되고 말았다.

문제는 방림 측 변호사가 1~3심 내내 이용인 상근감사였다는 점이다. 경영진을 견제해야 할 상근감사가 되레 회사 편에 서서 소송을 대리했다는 뜻이다. 이 감사는 사법연수원 15기 출신 판사·변호사로 2015년 12월부터 현재까지 10년 넘게 방림 상근감사를 맡고 있다.
당시 방림 측에서 소송을 지켜 본 한 인사는 "조교제 대표가 이용인 감사를 일컬어 '내 친척'으로 소개했다"고 밝혔다. 서 회장의 한 친가족도 일요신문과 만나 "이 감사는 조교제 대표의 고종사촌"이라며 "서 회장을 '자형'으로 부른다"고 설명했다.
이는 논란이 될 수밖에 없다. 이 감사가 서 회장의 4촌 이내 인척이라면, 상법 시행령상 감사 선임이 금지된 최대주주 특수관계인에 해당할 소지가 있어서다. 위법 여부와 별개로, 서 회장의 인척이 상근감사를 맡은 사실만으로도 감사 독립성을 둘러싼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 감사는 법률상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반론했다. 그는 일요신문에 "당시 소송은 제가 몸담은 법무법인 '새시대'가 맡고, 내가 담당 변호사로 돼 있는 정도일 뿐 아무런 문제가 없고 기억도 자세히 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조 씨 집안과 친척 관계는 맞지만 법률적으로 문제없다"고 주장했다.
이 감사는 방림이 아닌 법무법인 새시대로 출근하고 있다. 그는 "상근감사라고 해서 매일 방림에 출근할 필요는 없고, 한 주에 1~2회 나가서 결재만 한다"며 "어느 기업 상근감사도 다 마찬가지"라고 했다. 또 '친인척 관계에 따른 감사의 독립성 훼손' 지적에는 "감사는 기업의 정관위반 등 여부를 살피면 된다"며 "친인척이라는 이유로 감사 독립성이 훼손될 여지는 없다"고 말했다.

방림은 코스피 상장사로 일반 주주가 함께 소유한 공적 성격의 회사다. 그렇지만 회사 곳곳에는 서 회장의 처가인 조씨 일가가 등장한다. 조교제 실버프리 대표와 이용인 감사 외에도, 염료회사인 기타특수관계자법인 '제이케미칼'이 있다. 조 씨 일가가 대표이사 등 임원을 맡은 회사다.
방림이 2024년 10월부터 한 해 동안 제이케미칼에서 매입한 상품 등 금액만 47억 8800만 원에 달한다. 이 가운에 명목을 알 수 없는 '기타비용'은 7억 200만 원 수준이다. 지난 6개 회계기간 동안 거래 총액은 약 268억 8000만 원이다.
조교제 대표가 경영하는 방림 자회사 실버프리는 상태가 더욱 심각하다. 요양급여 부정수급과 조 대표 가족·지인과의 자기거래 등 각종 의혹에도 제대로 된 감사가 이뤄진 적 없었다. 이곳 감사는 방림 임원들이 직접 맡고 있다.
조교제 대표가 실버프리 책임자로 선임된 배경부터 석연치 않았다. 그는 2003년 '대양상호신용금고'에 재직하다 배임 등을 저지른 혐의로 구속돼 수사와 재판을 받았다. 이후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확정 판결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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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교제 대표는 배임 사건 이후 예금보험공사 채권추심 대상이 됐다. 예금보험공사 채권추심 자회사 케이알앤씨는 실버프리가 조 대표에게 지급하는 급여를 케이알앤씨에 납부하라며 실버프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2025년 11월 승소했다. 이때 실버프리는 무변론 패소했다.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이 감사는 여기서도 등장한다. 이번에는 실버프리 측 법률대리인으로 이름을 올렸다. 과거 방림 측에서 실버프리 관련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대리했던 인물이, 이제는 실버프리의 방어를 맡은 셈이다.
한편 방림은 최근 실버프리 정상화에 관한 논의에 돌입했다. 일요신문 보도 후 약 2개월 만이다.
조 대표는 충남 당진경찰서에서 실버프리 경영에 관한 배임 등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일요신문 보도 후 검찰에도 조 대표의 실버프리 관련 부정 의혹 고발장이 새롭게 접수돼 서울 수서경찰서로 이첩된 상태다. 이는 서 회장의 모 친가족이 직접 제기했다. 이 밖에 당진시에도 실버프리 대상 감사를 촉구하는 진정서가 접수됐다. 이는 방림 옛 관계자가 제출했다.
방림 관계자는 일요신문의 연락을 피했다. 일련의 논란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전화와 메시지 전부 응하지 않았다.
주현웅 기자 chescol2@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