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6월 25일 오후 서울 중구 굿모닝시티의 에스컬레이터는 출입을 막는 띠를 두른 채 멈춰 있었다. 건물 저층부 중 문을 연 매장은 1층 일부에 그쳤지만 9~11층 메가박스 동대문점에서는 예정된 영화가 계속 상영되고 있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상권이 쇠퇴하고 상업시설 대부분이 빠져나가면서 고층부에는 영화관만 남아 관객을 기다리고 있었다.
같은 날 메가박스 군자점도 핵심 상권의 대형 멀티플렉스와는 거리가 있었다. 건물 전체를 영화관으로 사용하지만 층별 면적이 좁아 관객이 오래 머물 만한 공용 대기공간은 넉넉하지 않았다. 강동점도 층마다 상영관 앞에 작은 대기공간이 마련돼 있을 뿐 1층 매표소 주변에는 앉아서 기다릴 의자도 없었다. 영화 시작 직전 각 지점 로비에서 기다리는 관객은 공통적으로 7~10명 정도였다. 주변 상권을 둘러보던 이용객이 자연스럽게 들르기보다는, 상영 시간에 맞춰 영화를 보러 온 관객이 잠시 머물다 상영관으로 들어가는 공간에 가까운 분위기였다.
메가박스 서울 내 지점은 직영점이 대부분이지만, 영세 상권이나 지방으로 갈수록 별도 사업자가 메가박스 브랜드와 예매 시스템을 빌려 운영하는 위탁점 비중이 높아진다. 동대문·군자·강동점뿐만 아니라 최근 경영난으로 문을 닫은 창동점도 위탁점으로 알려졌다. 메가박스 전체 지점으로 보면 직영점은 42개, 위탁점은 72개로 위탁점 수가 더 많다. 수도권 핵심 상권은 본사가 직접 관리하되 외곽과 지방에서는 위탁 방식으로 상영망을 넓혀온 구조다.
극장업계 한 관계자는 “팬데믹 이전에는 영화관이 한창 성장하던 시기라 어느 상권에 먼저 들어가 스크린을 확보하느냐가 중요했다”며 “수익성이 확실하지 않은 외곽 상권까지 본사가 직접 점포를 내기에는 부담이 크다 보니 지역 건물주들이 대출을 받아 영화관 시설에 투자하고, 멀티플렉스 브랜드와 수익을 나누는 위탁 방식이 많이 활용됐다”고 설명했다.
직원들은 회생 신청 전후로 상영 일정이나 현장 운영에서 눈에 띄게 달라진 것은 없다고 공통적으로 입을 모았다. 문제는 지금까지와 똑같이 영업하는 일이 얼마나 지속될 수 있느냐다. 메가박스중앙은 지난 6월 14일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아직 개시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지만 메가박스는 법원 통제 아래 기존 채무를 묶어둔 채 전국 상영망을 계속 가동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위탁점주들의 정산금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 위탁점은 온라인 예매와 통신사 제휴 할인 등으로 발생한 매출이 본사를 거쳐 정산된다. 회생 신청 전 발생한 정산금 일부가 지급되지 않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미지급 정산금을 언제 돌려받을 수 있을지도 불확실하다. 심준섭 법무법인 심 파트너 변호사는 “회생절차 개시 전에 발생한 채권은 원칙적으로 회생채권이 되고 회생계획에 따라 변제된다. 가맹점주나 위탁점주는 회사 근로자가 아니기 때문에 정산금이 임금처럼 자동으로 공익채권이 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회생 신청 이후 새로 발생하는 정산금은 기존 미수금과 구분된다. 회생절차가 개시된 뒤 회사가 영업을 계속하면서 부담하는 거래대금은 공익채권으로 인정돼 기존 회생채권보다 먼저 지급될 수 있다. 현재 메가박스중앙은 개시결정 전 단계라 신규 대금 지급도 법원 허가가 필요하다.

위탁점 입장에서 브랜드 전환도 쉽지 않다. 해당 지점을 새 가맹·위탁점으로 받아들일 멀티플렉스 사업자를 찾아야 한다. 극장시장 전체가 위축된 상황에서 수익성이 낮은 외곽·영세 상권 점포를 새로 확보하려는 유인은 크지 않다. 독립극장으로 전환할 경우 통합 예매망, 멤버십, 통신사 제휴 할인 등 기존 대형 체인이 제공하던 기능을 상당 부분 포기해야 한다.
극장사업을 접는 것도 쉽지 않다. 여러 층을 터서 방음시설, 영사장비를 갖춰 상영관을 만들었기에 일반 상가나 사무실로 바꾸려면 객석 철거와 내부 공사를 다시 해야 한다. 문을 닫아도 전환 비용을 떠안게 되는 구조다.
직영점 역시 사정도 여의치가 않다. 직영점은 메가박스중앙이 직접 운영하기 때문에 위탁점처럼 본사에서 정산금을 받아야 하는 상황은 아니다. 대신 본사의 신용이 흔들리면 식음료와 시설관리 등 거래처가 납품 조건을 강화하거나 거래를 중단할 수 있다. 일요신문 취재에 응한 한 직영점 직원은 “거래가 끊긴 곳이 일부 있는 것으로 안다”며 “지금은 정상적으로 영업하지만 앞으로 영화 프로그램을 계속 공급받을 수 있을지가 더 걱정”이라고 말했다.
극장이 영화를 상영하려면 배급사가 제공하는 콘텐츠와 디지털 암호키가 필요하다. 회생절차로 상영대금 정산 불확실성이 커질 경우 배급사가 키 제공을 보류해 일부 영화 개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종우 남서울대 유통마케팅학과 교수는 “법정관리 이후 자금 문제로 영화를 제대로 가져오지 못하면 관객이 더 줄고 영화관 자체가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며 “이미 적자가 이어져 회생을 신청한 상황에서 적자를 감수하고 콘텐츠를 확보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회생이 실제로 가능할지, 매각한다면 누가 인수에 나설지도 불확실하다”고 덧붙였다.
매각도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코엑스처럼 상징성이 있는 일부 점포는 별도 매각 가능성이 거론될 수 있지만 극장산업 자체가 침체된 상황에서 전체 사업을 떠안을 인수자를 찾기는 쉽지 않다. 극장업계 한 전문가는 “지금은 통째로 사기보다 기다렸다가 수익성이 있는 점포만 보려는 유인이 더 클 수 있다”며 “홈플러스처럼 시간이 지나면서 쪼개 팔기 논의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메가박스의 어려움은 한 극장 브랜드의 문제로만 끝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극장산업은 제작·투자·배급·상영이 함께 돌아가는 구조다. 메가박스는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를 통해 영화 투자·배급에도 관여해왔다. 회생절차를 밟으며 신규 작품 투자와 배급 기회도 함께 줄어들 수 있다. 극장업계 다른 관계자는 “메가박스가 흔들린다고 경쟁사에 반드시 좋은 일도 아니다. 투자와 제작이 줄고 관객이 떠나면 시장 전체의 파이가 더 작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일요신문이 메가박스의 입장을 물었으나 답을 들을 수 없었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