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노조)는 6월 10일 4시간 부분파업에 나섰다. 노조는 6월 29일 조합원들이 연차를 내는 방식의 ‘로그오프 데이’ 실시도 예고했다. 카카오 본사뿐 아니라 카카오페이,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디케이테크인, 엑스엘게임즈 등 5개 법인이 함께 움직였다. 카카오 본사 기준 창사 첫 파업이라는 상징성에 더해 계열사들이 함께 움직였다는 점에서 이번 갈등은 카카오 전반의 노사 리스크로 번지는 모양새다.
카카오 노조는 교섭 중 영업이익의 13~15%를 성과급으로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측 설명에 따르면 영업이익에 연동된 금액을 요구한 것은 아니다. 노조 관계자는 “조합은 특정 금액의 성과급을 요구했고 영업이익에 연동한 사실이 없다. 요구한 성과급이 영업이익의 특정 %가 되는 것과 영업이익의 N%를 성과급으로 요구하는 것은 다른 영역”이라고 설명했다.
과거부터 지급해 온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을 성과급에 포함해 산정할지도 노사 간 이견이 있는 지점이다. 회사는 RSU를 보상의 일부로 봐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노조는 이를 성과급과 별도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RSU는 일정 기간이 지나야 실제 주식으로 받을 수 있고 주가 변동에 따라 체감 가치도 달라진다. 카카오처럼 주가가 과거 고점 대비 크게 낮아진 기업에서 주식보상을 현금성과급과 같은 보상으로 볼 수 있는지도 쟁점이다.
노조가 내세우는 요구는 성과급 지급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노조는 보상 기준 투명화, 고용안정, 경영쇄신을 함께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디케이테크인 임금인상안과 인력 감축 우려, 엑스엘게임즈 정리해고 문제, 홍민택 CPO를 비롯한 기존 경영진들의 연이은 퇴사를 거론하며 경영진의 의사결정 실패와 책임 회피가 구성원에게 전가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높은 보상을 받던 경영진이 무리한 사업 추진과 경영 실패 논란 등을 남긴 채 떠났지만, 현장 구성원은 구조조정과 고용불안, 실질 임금 삭감 부담을 떠안고 있다는 것이다.
사측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카카오는 지난 5월 29일 입장문에서 노조가 요구하는 성과보상안의 총 규모가 영업이익 기준으로 고려할 때 회사 경영에 큰 부담이 되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회사는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주주 가치를 높여야 하는 회사 입장에서는 현실적으로 감내하기 어려운 부담”이라며 “크루에 대한 성과보상은 미래 투자 여력과 주주가치 제고를 함께 고려하고 지속 가능한 수준에서 균형 있게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카카오 입장에서 이번 파업이 큰 부담으로 다가오는 것은 회사가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는 한때 계열사 확장과 생활 플랫폼 확대를 통해 빠르게 성장했다. 그러나 문어발 확장과 골목상권 침해 논란, 사법 리스크, 비핵심 사업 부진을 거치며 기존 성장 방식의 한계를 드러냈다. 최근 1분기 실적은 개선됐지만 카카오가 다시 성장주로 평가받기 위해서는 비용 절감 이상의 새 성장동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최근 연임한 정신아 대표 체제의 핵심 과제는 AI와 카카오톡 중심 전환이다. 카카오는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1조 9421억 원, 영업이익 2114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역대 1분기 기준 최대치다. 정 대표는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카카오톡을 단순 메신저가 아니라 이용자 모두가 개인화된 에이전트를 보유하는 ‘에이전틱 AI 플랫폼’으로 전환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문제는 AI 전환이 말처럼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이 전략이 성과를 내려면 카카오톡 안에서 구현되는 AI 서비스가 광고·커머스 등 기존 플랫폼 사업의 성장으로 이어져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대규모 투자와 조직 운영 방식의 변화가 불가피하다.
위정현 중앙대 가상융합대학 학장은 “이번 노조의 움직임은 향후 회사의 선택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위 교수는 “조직 구조와 인력을 전면적으로 재편하고 필요에 따라 감축도 검토해야 하는데, 노조 움직임이 강해지면 회사가 그런 선택을 하기에 상당한 부담이 생길 수 있다”며 “카카오는 여러 악재를 털어내고 이제 성장에 집중해야 하는 국면인데 경영진의 의사결정이 제약되면 네이버와의 격차를 좁히고 상황을 바꿀 동력이 약해질 수 있다”고 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기존 인력이 AI로 대체되거나 직무가 바뀌는 문제는 계속 발생할 수밖에 없고, 카카오도 그런 방향의 전환을 공표해왔다”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노사갈등을 어떻게 넘기느냐가 회사의 안정적 지속 가능성을 시험하는 단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플랫폼 기업은 서비스가 끊기거나 이용자 불편이 생기면 트래픽이 빠지고 수익에도 악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이번 갈등이 서비스 영향 없이 관리될 수 있을지가 카카오의 펀더멘털 유지에도 중요한 분기점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익명을 원한 핀테크업계 관계자는 “카카오 직원들이 경영진을 불신하는 시각 자체가 틀렸다고 보기는 어렵다. 임원들의 의사결정과 책임 문제에 대한 불만은 충분히 있을 수 있다”면서도 “카카오 같은 플랫폼·핀테크 기업에서 파업이 현실화되는 것은 제조업보다 더 우려스러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제조업은 공장이 일시적으로 멈춰도 재고나 설비, 대체 인력으로 일정 부분 버틸 수 있지만 플랫폼 기업은 특정 서비스를 기획·개발·운영하는 인력의 역할이 곧바로 서비스 경쟁력과 직결된다. 카카오 파업 소식에 IT 업계에서 메시지 송수신이나 결제 등 기본 서비스에 영향이 있을지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도 이 때문이다. 카카오톡 같은 생활 플랫폼은 서비스 안정성과 이용자 신뢰가 핵심 자산인 만큼 노사갈등이 장기화할 경우 제조업보다 더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김용희 선문대 경영학과 교수는 “인센티브는 통상임금처럼 구성원에게 당연히 배분돼야 할 몫이라고 볼 수 없고, 기업 성과를 나누는 문제에 관여하는 것은 주주들이 용납하지 않을 여지가 크다”며 “성과배분을 제도화하려면 실적이 나쁠 때의 고통 분담이나 노동 유연성 문제도 함께 논의돼야 하는데, 고용안정과 인센티브 확대를 동시에 요구하면 이율배반적으로 비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카카오는 지금 AI와 플랫폼 경쟁을 위해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시기”라며 “이익이 났다고 바로 배분부터 요구하기보다 회사가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조건도 함께 봐야 하고, 노조 역시 자신들의 요구가 회사의 성장 가능성과 어떻게 양립할 수 있는지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핀테크업계 다른 관계자는 “미래 투자와 주주가치를 감안하면 노조 요구를 그대로 수용하기도 쉽지 않지만, 카카오가 AI 중심으로 사업을 대규모 재편하려면 구성원 설득도 필수적”이라며 “이번 첫 파업은 정신아 체제가 성장성과 내부 신뢰를 동시에 회복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카카오 관계자는 “회사는 안정적 서비스 운영과 고객 영향 최소화를 위해 실시간 대응 체계를 가동하고 있다”며 “조속한 합의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조와 대화하며 협의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