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7월 국내 입양이 국가 책임 아래 운영되는 공적입양체계가 시행됐다. 민간입양기관 중심으로 운영되던 제도를 국가가 맡아 입양 절차의 투명성과 아동의 권리 보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제도 시행 1년이 지난 현장에서는 입양 절차가 오히려 길어지고, 심사 과정은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사이 가정을 기다리는 아이들과 아이를 기다리는 예비 입양가정 모두의 시간이 멈췄다는 평가마저 나온다. ‘일요신문i’는 공적입양체계 시행 1년을 맞아 제도가 현장에서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드러난 한계는 무엇인지, 어떤 보완이 필요한지 두 차례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 주][일요신문] “아기는 생후 16개월이던 4월 17일에야 우리 집에 왔어요. 그전까지 시설에 있었고, 결연된 뒤 집에 오기까지 6개월이 걸렸습니다. 아이를 처음 만난 뒤 석 달 동안 일주일에 세 번씩 시설로 만나러 다녔는데, 제가 다녀간 날이면 밤에 잠을 못 잔다고 했어요. 어느 날은 저를 밀어내기도 했고요. 아이에게 못 할 짓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기간은 정말 짧아야 합니다.”

A 씨가 공적입양체계 안에서 둘째 아이와 결연이 된 것은 2025년 10월이었다. 그러나 아이 얼굴을 처음 본 것은 석 달 뒤인 2026년 1월 말이다. 그리고 아이가 A 씨 집으로 온 것은 다시 석 달가량이 지난 4월 17일이었다. 2025년 1월 서류를 제출하는 등 본격적인 입양 절차에 들어간 지 약 1년 3개월 만이었다. 그러나 입양 절차는 아직 완전히 끝나지 않았다. 법원의 입양허가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민간입양기관을 통해 입양한 첫째는 고민 기간을 제외하고 입양 확정판결까지 약 1년 5개월이 걸렸다. 둘째의 경우 현재까지도 입양허가가 나지 않아 절차가 이미 그보다 길어졌다.
공적입양체계 시행 이후 예비 입양가정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문제는 길어진 절차와 불투명한 심사 과정이다. 아이를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질 뿐 아니라 절차가 어디까지 진행됐는지, 어떤 기준으로 심사가 이뤄지는지조차 알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022년 민간입양기관을 통해 첫째를 입양한 김지원 씨는 2025년 7월 공적입양체계 시행에 맞춰 둘째 입양을 신청했다. 입양은 △입양신청 △범죄경력조회 △예비 양부모 기본교육 수강 △예비 양부모 가정환경 조사 △자격심의 △결연심의 △결연통보 △아동 첫 만남 및 결연확인서 발급 △법원 입양허가와 임시양육 결정 등의 절차를 거친다. 그러나 김 씨는 신청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자격심의를 통과하지 못해 이후 절차를 밟지 못하고 있다.
김 씨는 “처리 기한이 넘어갔는데도 그냥 기다리라는 말만 들었다”며 “무엇이 적정선인지, 어떤 기준으로 심사하는지 알 수 없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현장에서는 공적입양체계 전환 이후 입양 절차를 담당하는 기관이 국가아동권리보장원과 지방자치단체, 결연위원회, 법원 등으로 나뉘면서 절차가 복잡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존에는 병행할 수 있던 절차도 기관 간 협의와 심의를 거치며 순차적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늘었고, 업무 기준과 운영 매뉴얼이 충분히 정착하지 못하면서 처리 기간도 길어졌다는 것이다. 7월 16일 국회에서 열린 ‘공적입양체계 개편 1년, 남겨진 문제점과 과제’ 토론회에서는 공적입양체계 시행 이후 입양 행정 절차 장기화로 결연과 입양허가가 지연되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제도 운영 전반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A 씨는 “아이가 집에 오기 전까지 시설에서 3교대로 근무하는 교사들과 대체교사의 돌봄을 받았다”며 “결연 후에는 저희 부부까지 일주일에 세 차례 아이를 만나러 가면서 아이가 여러 양육자를 접해야 했다”고 전했다. A 씨는 “시설에서는 낯가림이 심한 아이라는 말을 들었지만 집에 온 뒤에는 동네 산책에서 만난 이웃들에게 손을 먼저 흔들며 아는 척을 하는 아이로 바뀌었다”며 “가정과 시설의 차이가 크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현재 입양대상아동을 위탁 양육하고 있는 오창화 전국입양가족연대 대표는 “아이가 이제 두 살 반이 되어 가는데 저희를 엄마, 아빠라고 부르고 분리불안도 보인다”며 “이 아이가 나중에 입양이 확정돼 다른 가정으로 간다고 생각하면 아이 입장에서는 어마어마한 트라우마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에게는 분명 골든타임이 있다. 아동 최우선의 원칙으로 본다면 절차를 빠르게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도 공적입양체계 시행 1년을 맞아 현장의 우려를 언급하며 제도 보완 방침을 밝혔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7월 16일 국회에서 열린 ‘공적입양체계 개편 1년, 남겨진 문제점과 과제’ 토론회 축사에서 “가정을 기다리는 아이들의 시간이 충분히 빨라지지 못했다는 현장의 목소리를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절차의 지연을 줄이고 기다리는 아이들이 하루라도 빨리 가정을 만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유임 국가아동권리보장원장도 “예비 입양가정이 절차와 기준을 충분히 이해하고 예측 가능한 과정 속에서 아동을 맞이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라며 “공적입양체계 시행 첫해 드러난 어려움을 단계적으로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정아 기자 ja.kim@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