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아티반 공급 중단 우려는 의료 현장의 불안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대한소아청소년병원협회가 지난 5월 전국 소아청소년병원 35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12곳(34%)이 이미 아티반 재고가 소진됐다고 답했고, 13곳(37%)은 1~2개월 내 재고가 바닥날 것으로 예상했다. 전체의 71%가 공급 위기를 겪고 있거나 겪을 가능성이 있다고 응답한 것이다.
이후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공급망 확보에 나서면서 상황은 다소 진정되는 분위기다. 최용재 대한아동병원협회 회장은 5월 29일 ‘일요신문i’에 “약을 구하지 못하던 병원 50여 곳이 식약처가 제시한 경로를 통해 약을 확보했다”며 “현재는 상당수 병원이 필요한 물량을 공급받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사태가 일단락됐다고 해서 공급 불안 문제가 해소된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필수의약품 상당수가 여전히 취약한 공급 구조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중앙SUNDAY가 동일 성분·제형의 퇴장방지의약품 374개 품목을 전수조사한 결과 231개(61.8%)는 제조사가 1곳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필수의약품 10개 중 6개 이상이 사실상 단일 업체 생산에 의존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4년 3월까지 총 79개 퇴장방지의약품이 생산 또는 공급 중단을 보고했다. 주요 원인으로는 낮은 채산성과 원료 수급 불안, 생산 설비 문제 등이 꼽혔다. 공급을 담당하는 업체가 한 곳뿐인 상황에서 생산 중단이나 원료 수급 차질이 발생하면 대체 공급망을 찾기 어려운 구조라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공급 취약성의 배경으로 장기간 이어진 저약가 구조를 지목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선민 의원실에 따르면 퇴장방지의약품의 약 30%는 5년 이상 약가가 동결됐으며 20년 넘게 약값이 오르지 않은 품목도 57개에 달한다. 필수의약품은 환자 치료에 반드시 필요하지만 사용량이 많지 않거나 시장 규모가 작은 경우가 많다. 반면 생산시설 유지와 품질관리에는 지속적인 비용이 투입돼야 해 제약사 입장에서는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최용재 대한아동병원협회 회장은 “약가가 너무 낮다는 점은 소아 필수의약품 문제의 핵심 원인 중 하나”라며 “정부가 약값을 인상했다고 하지만 원래 780원 수준이던 약을 20% 올려도 1000원 수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어 “소아·희귀의약품은 병원에서 10~50바이알(주사제 한 병 단위) 단위로 주문하는 경우도 많아 현재 가격 구조로는 생산을 지속할 유인이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김정아 기자 ja.kim@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