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수단 관계자는 "장윤기가 이채원 양(피해자)을 일방적으로 알고 있던 상태였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관련 정황이 사실인지 여부는 추가 수사로 규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장윤기는 지난 5월 5일 0시 11분쯤 광주 광산구 월계동의 한 길거리에서 여고생 이채원 양을 성폭행 목적으로 납치하려다 흉기로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장윤기는 범행 직전 차량으로 약 15분간 이 양을 미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장윤기는 7월 13일 광주지법에서 열린 2차 공판에서 자신의 모든 혐의를 인정했다. 그동안 우발적 범행을 주장해 왔으나, 화물차 블랙박스 영상을 확인한 뒤 "공소 사실이 맞다"며 강간 목적 살인 사실을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윤기는 지난 7일 재판부에 "가족들의 가슴을 아프게 해 미안하다", "돌아가신 피해자에게 죄송하다" 등의 내용이 담긴 반성문을 여러 개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양 유족 측은 "장윤기가 반성문을 제출하고 성범죄 목적 범행을 인정한 것은 양형을 낮추려는 목적"이라고 일축했다.
광산경찰서 수사팀은 '초동 수사 부실'과 '증거인멸 의혹'이라는 후폭풍에 휩싸였다. 수사팀은 휴대전화 분석 결과와 장윤기 집에 있던 훼손된 리얼돌, 길이 50cm의 결박용 케이블타이 등 중요 증거를 확인하고도 장윤기에게 일반 살인죄를 적용해 송치했다. 해당 케이블타이는 범행에 사용된 차량 내부에 있다가 장 경감이 이를 챙겨 자택으로 가져갔으며, 검찰이 보완 수사 과정에서 장 경감의 자택에서 회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수사 보고서에도 '성적 목적' 부분이 빠졌는데, 특수단은 차량 블랙박스 등에 범행 당일 장윤기가 본인 차량의 뒷문 쪽으로 이 양을 끌고 가는 장면이 담겼고 차량 뒷문에 혈흔이 있던 정황에도 불구하고 수사팀이 장윤기의 성적인 의도를 고려하지 않은 것을 두고 "납득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케이블타이 채증 영상 역시 삭제된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팀이 중요 증거를 확보하지 않고 방치하는 동안 현직 경찰관인 장윤기의 아버지 장 아무개 경감은 리얼돌과 장윤기가 과거에 쓰던 휴대전화 공기계를 폐기했다. 그는 장윤기 범행 당일인 5월 5일 연가를 제출한 데 이어 병가와 장기재직휴가, 공가 등을 모두 사용해 휴가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게다가 장 경감은 수사팀과 수차례 통화를 했으며, 장 경감은 장윤기의 집 비밀번호와 차 키를 수사팀으로부터 전달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수단은 수사팀이 장 경감에게 수사 정보를 유출했는지 여부를 조사 중이다.

이에 따라 특수단은 윗선을 겨냥한 수사를 확대 중이다. 7월 16일 특수단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수사 책임자였던 전 광산경찰서 형사과장 박 아무개 경정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박 경정은 장윤기에게 강간살인죄가 아닌 일반 살인죄를 적용하는 의사결정 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광산경찰서장 김 아무개 경무관 역시 같은 혐의로 입건됐다.
특수단은 이번 수사 비위 의혹과 관련해 광산경찰서를 넘어 광주경찰청 수뇌부까지 수사를 확대할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검찰 역시 경찰 상부의 개입 여부를 밝혀내기 위해 강제수사에 나섰다. 광주지검은 15일 공무상비밀누설·증거인멸 혐의와 관련해 광주경찰청 주요 지휘관 사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손우현 기자 woohyeon1996@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