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장의 방향성을 점치기 어려운 상황이다. 반도체 업황과 기업 실적,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수급, 중동 정세와 미국 금리 전망이 동시에 지수에 영향을 주고 있다. 하나의 변수가 움직일 때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가 크게 흔들리고, 다시 코스피 전체의 변동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반복되고 있다.
이와 관련,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코스피가 많이 오른 가운데 반도체 관련 악재가 나오면서 투자심리와 수급 사이에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됐고 변동성이 극대화됐다”고 말했다.
반도체 대형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그동안 코스피 상승을 이끌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이 전체 코스피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월 16일 기준 47%에 달한다. 두 종목의 주가가 상승하며 지수를 빠르게 끌어올렸지만 하락세로 돌아서자 지수의 낙폭을 키우고 있다. 반도체 업황에 대한 작은 변화가 코스피 전체의 방향을 좌우하는 구조가 굳어진 셈이다.
최근에는 SK하이닉스의 실적 전망이 하향 조정되면서 목표주가도 덩달아 낮아졌다. 한국투자증권이 제시한 SK하이닉스의 2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60조 4000억 원이다. 시장 전망치인 65조 원보다 약 8% 낮다. 미래에셋증권도 SK하이닉스의 2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를 기존 70조 7000억 원에서 62조 3000억 원으로 12% 낮췄다. 전망치 하향에는 메모리 반도체 가격 조정이 반영됐다. D램과 낸드 평균판매가격 전망치는 각각 8%, 5% 하향됐다.
현대차증권도 SK하이닉스의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 전망치를 각각 3.1%, 1.6% 낮춘 87조 6000억 원과 62조 4000억 원으로 제시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도 일부 조정됐다. 키움증권은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기존 43만 원에서 39만 원으로 낮췄다. BNK투자증권은 지난 7월 8일 SK하이닉스 목표주가를 당시 주가보다 낮은 185만 원으로 제시했다.
그동안 주가가 가파르게 오른 만큼 단순한 실적 증가보다 기존 전망치를 넘어서는 성과가 필요해진 상황에서 증권가의 이 같은 평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에 부담을 줬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16일 종가는 전고점과 비교해 각각 31.39%, 38.33% 하락했다. 실적 전망이 추가로 낮아질 경우 코스피의 부담도 커질 수 있다.
하지만 반도체 업황의 장기 전망을 수정할 정도로 상황이 바뀌진 않았다. SK하이닉스는 전체 매출의 50% 안팎을 장기 공급계약으로 확보하고 있다. 인공지능(AI)과 데이터센터 투자에 따른 반도체 수요에 대한 기대감도 여전하다.
앞으로 시장은 단기 실적 조정과 장기 성장 기대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7월 말 실적 발표 시즌에 반도체 가격과 출하량, 반도체 수요처인 빅테크 기업의 투자 전망이 어떻게 제시되는지에 따라 고점 논란이 다시 불거지거나 진정될 가능성이 있다.
반도체 주가의 변동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와 맞물리며 확대됐다. 윤지호 경제평론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출시 후 유동성이 쏠린 점이 변동성을 키웠다”며 “최근 변동성은 펀더멘털과는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이경민 연구원은 “레버리지 ETF는 상승장과 하락장 모두에서 지수 변동성을 키운다”며 “상승기에는 코스피가 9300선을 빠르게 넘어서는 데 영향을 줬고, 하락기에는 투자자의 공포 심리를 확대했다”고 말했다.
레버리지 ETF 운용사는 목표 배율을 유지하기 위해 기초자산을 추가로 매매한다. 이 과정에서 기업의 실적이나 사업 전망과 별개로 기계적인 매매가 주가를 움직일 수 있다. 특히 거래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집중된 상황에서는 ETF 청산 물량이 두 종목뿐 아니라 코스피 전체의 변동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골드만삭스는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하루 동안 30% 넘게 하락한 13일에는 기관 순매도 15억 달러 가운데 62%가 ETF 청산 물량에서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반도체 업황뿐 아니라 상품 구조와 수급이 주가 하락 폭을 키웠다는 의미다.
지난 7월 13일에는 코스피가 장중 8% 넘게 하락하면서 올해 들어 일곱 번째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오전에는 매도 사이드카도 발동됐다.
정부도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영향을 점검하고 16일 대책을 내놨다. 이에 따라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매매하려면 기본예탁금으로 현금 3000만 원이 있어야 한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은 1주(1좌)씩 거래할 수 없고 20주씩만 매매할 수 있게 된다. 정부는 레버리지 ETF의 거래량이 현재보다 줄어드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향후 시장에 따라 관련 상품의 거래와 반도체주 수급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
대외 변수도 코스피에 영향을 주고 있다. 최근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충돌이 이어지면서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졌다. 국내 증시는 외국인 수급의 영향을 크게 받는 만큼 지정학적 불안이 커질 때마다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상무는 “7월 말 주요 기업들의 실적이 발표되면 코스피의 방향성도 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