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자자 보호와 거래 안정성을 위해 설정한 기초자산 요건이 결과적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에 상품과 자금이 집중되는 구조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ETF의 기초자산을 코스피 시가총액 비중 10% 이상, 거래량 비중 5% 이상, 적격 투자등급 및 파생상품 거래량 비중 1% 이상 요건을 모두 충족한 종목으로 제한했다. 2026년 1분기 기준 이에 해당하는 종목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뿐이다. 현재 정방향 2배 14개와 인버스 2배 2개가 상장돼 있다.
미국은 한국처럼 기초자산별 정량 요건을 일률적으로 적용하기보다 상품 등록·공시와 파생상품 위험관리 등을 중심으로 규율하고 있다. 미국 ETF 전문 매체 ‘ETF.com’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 미국 상장 단일종목 ETF는 479개, 기초기업은 최소 140곳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레버리지·인버스뿐 아니라 옵션 매도로 수익을 내는 옵션인컴 등 상품 유형도 다양하다.
이 같은 상품 구성의 차이로 국내 단일종목 ETF는 시장 규모 대비 순자산 비중이 미국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두 종목을 기초자산으로 한 레버리지·인버스 ETF의 순자산총액은 지난 9일 기준 13조 2095억 원으로 코스피 시가총액(9일 기준, 약 5964조 원)의 약 0.22%였다. 미국 단일종목 ETF 순자산총액(약 482억 달러, 약 73조 원)의 미국 증시 시가총액(66조 달러, 약 10경 원) 대비 비중 0.07%보다 약 3배 높은 수준으로, 상품 수는 적지만 기초자산 수급에 미치는 영향은 상대적으로 클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국내 개인투자자는 시장 참여 비중뿐 아니라 거래 빈도도 높은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의 2020년 분석에 따르면 당해 개인투자자의 일간 매매 회전율은 6.8%로 전체 시장의 1.4%보다 높았다. 개인 거래대금의 55.4%는 당일 매수·매도로 이뤄진 일중 거래였다.
실제로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ETF는 상장 직후 높은 매매 회전율을 기록했다. 금융감독원이 국내 증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상장일인 5월 27일부터 6월 12일까지 관련 상품을 분석한 결과 일평균 매매 회전율은 122.5%, 일평균 거래대금은 8조 6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기초자산별 회전율은 삼성전자 상품 117.8%, SK하이닉스 상품 126.0%였다.
단일종목 ETF 상장 이후 국내 증시에서는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가 잇따라 발동되는 등 큰 폭의 시장 변동이 나타났다. 5월 27일부터 이달(7월) 10일까지 코스피 시장에서 매수·매도 사이드카 총 16차례, 서킷브레이커 4차례가 발동됐다. 코스피는 6월 22일 역대 최고치인 9114.55포인트(종가)까지 올랐지만 7월 10일 7475.94포인트(종가)로 마감해 고점 대비 약 18% 하락했다. 삼성전자 주가는 6월 22일(종가) 35만 3500원에서 7월 10일(종가) 28만 5000원으로 19.4% 하락, SK하이닉스는 6월 22일(종가) 291만 9000원에서 7월 10일(종가) 218만 원으로 25.3%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단일종목의 수익률을 2배로 추종하는 고위험 상품을 현물 ETF 형태로 허용한 것이 적절했는지와 국내 시장 특성을 제도 설계에 충분히 반영했는지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준서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일반 현물 ETF보다는 선물·ELW(주식워런트증권) 등 별도의 파생상품 시장에서 거래되는 것이 상품의 본질과 투자자 인식에 더 부합하다”며 “상품의 본질에 맞지 않는 비정상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미국은 다수 기업과 상품으로 자금이 분산돼 있지만 한국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에 자산이 집중돼 이른바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개인투자자 비중과 회전율이 높은 국내 투자자 성향을 고려하면 이러한 과열은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었던 문제”라고 지적했다.
박찬웅 기자 rooney@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