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보에 따르면, 1960년생 A 씨는 2004년 마약 유통 혐의로 중국에서 구속, 22년여 동안 옥살이를 했다. 6월 26일 석방된 그는 국외추방 절차를 통해 귀국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행선지는 다롄 소재 ‘구류소’였다. 대한민국 유치장에 해당되는 시설이다. A 씨는 지금도 기약 없는 구류생활 중이다.
A 씨보다 먼저 석방된 B 씨도 같은 구류소에 갇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B 씨는 A 씨보다 3~4일 먼저 출소해 유치장 대기 기간이 더 긴 상황이다.
2024년 2월 일요신문은 한국인 수감자들이 형기를 마치고 석방된 뒤 현지 유치장으로 이송돼 대기하는 사례들에 대해 보도한 바 있다. 2023년 12월 8일 형기 만료로 21년 동안 옥살이했던 제보자 김 아무개 씨는 국외추방 절차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지만, 그는 공안에 인계돼 21일 동안 구류소에 구류됐다(관련기사 [단독] 21년보다 더 힘들었던 21일…‘중국 수감자’ 우여곡절 한국 생환기).

김 씨에게 출장소 연락처를 알려준 건 함께 구류 중이던 탈북민이었다. 김 씨는 전화 한 통을 걸 기회를 부여받았고, 즉시 주다롄 대한민국 출장소에 연락했다. 김 씨에 따르면 ‘언제 나갈 수 있느냐’는 질문에 조선족 말씨를 쓰는 출장소 직원은 “우리도 모른다. 우리도 힘이 없다”고 답했다.
김 씨는 2023년 12월 28일 강제추방을 통해 귀국했다. 주베이징 한국 대사관 영사조력 매뉴얼에 따르면 현지 영사는 우리 국민이 강제추방 될 때 함께 참관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주다롄 대한민국 출장소 측은 김 씨 강제추방 당시 동행하지 않았다고 한다.
중국에서 장기 수감생활을 했던 C 씨는 “김 씨가 석방 이후 강제추방이 되기까지 21일 동안 영사조력을 받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중국 출입경법에 최대 60일 동안 외국인을 구류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지만, 그것이 형기를 마친 무고한 사람을 구류할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는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C 씨는 “자국민이 범죄자든 일반인이든 간에 해외 대사관 및 영사관은 국민이 절박한 사정에 처했을 때 적극적으로 영사 조력을 해야 할 임무가 있다”면서 “중국 사법당국의 업무태만과 한국 공관의 무관심에 국민들이 피해를 보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 이런 사례는 유엔 인권위에 제소돼도 할 말이 없을 정도의 일”이라고 강조했다.
C 씨는 “범죄를 저질러 감옥에 수감됐던 사람이기에 앞서, 이들은 대한민국 국민이기에 영사조력 대상”이라면서 “‘마약 범죄를 저질렀으니 더 갇혀 있어도 된다’는 인식으로 접근할 문제가 아니다. ‘우리 국민을 건드리면 패가망신할 것’이라는 이재명 대통령 장담과도 괴리가 있는 부분”이라고 했다.
그는 “불법적인 인신 구류 원인을 중국 측 관례로 돌리기만은 어렵다”면서 “이런 류의 사건은 국제적으로도 상당히 심각한 문제로 비화할 수 있는 부분”이라면서 “이번에 발생한 상황에서도 우리 공관 측이 국민을 유치장에 갇히게 둘 것이 아니라, 임시 거처를 마련하는 등 공관 관리 아래 강제추방 행정조치를 기다렸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당시 일요신문과 통화한 영사는 “우리 법과 중국 법이 다르고 다롄 출장소가 수감자 업무를 맡은 지 얼마 되지 않았다”면서 “이런 부분을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은 개선하겠다”고 해명했다.
주다롄 대한민국 출장소는 2023년 7월부터 주선양 대한민국 총영사관으로부터 수감자 관련 업무를 인계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인 수감자들이 일괄적으로 다롄 소재 교도소로 이감된 시점이었다. 김 씨 사례가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진 뒤 출소한 한국인 수감자는 즉각 한국으로 강제추방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런데 2년이 지난 시점 다시 ‘재구류 사태’가 반복된 것이다.
김 씨는 “2년 전 상황이 그대로 반복되고 있다. 현재 재구류돼 있는 A 씨와 B 씨가 처한 상황이 내가 처했던 상황과 판박이였다”고 했다. 그는 “내가 21일 동안 구류된 뒤 한국 수감자들이 석방 이후 즉각 강제추방됐던 것으로 들었다”면서 “그런데 시간이 지나니 똑같은 문제가 다시 발생했다”고 했다.

김 센터장은 “구류와 관련된 세칙은 ‘소환’이란 전제가 있는데, 공안당국으로부터 소환된 외국인을 대상으로 적용하는 시행세칙”이라면서 “형사 조치를 다 마친 A 씨는 그냥 한국으로 돌려보내면 되는 간단한 문제인데, 상당 기간 구류가 돼 있는 부분에 대해선 충분히 항의할 만한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 출입경관리법 제63조에 따르면 추방 결정이 내려졌으나 즉시 집행할 수 없는 자는 구치소 또는 추방 시설에 구금돼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중화인민공화국 공안기관 행정사건 처리절차규정 제284조는 구치소 또는 송환시설에 구금해야 하는 외국인에 대한 조건 두 가지를 명시하고 있다.
첫 번째 조건은 ‘구류 심사를 받는 자’다. A 씨의 경우 이미 형 집행 만료 후 출소해 해당 사항이 없다. 두 번째 조건은 ‘송환 또는 추방 결정이 내려졌으나 기상·교통수단 운행일정·당사자의 건강상태 등 객관적인 사유 또는 국적·신원 불명으로 인해 즉시 집행할 수 없는 자’다. 다롄 기상 상황이나 항공편 운항에는 현재 큰 문제가 없는 상황이다. A 씨의 국적이나 신원은 이미 주다롄 대한민국 출장소가 파악하고 있는 상태다.
김 센터장은 “추방은 일종의 형벌적 성격을 갖기 때문에 법률 규정은 추방 집행에 대한 기간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면서 “문제는 두 조항 모두 ‘추방이 즉시 집행될 수 없는 경우’를 전제로 한다는 점”이라고 짚었다.
김 센터장은 “중국 정부에서 이런저런 핑계를 댈 수는 있지만, 한국인이 즉시 추방집행 될 수 없는 경우가 아니라면, 구류를 하는 것에 대한 문제 소지가 있다”면서 “한국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으면 부당한 구금이라고 국가 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외교부도 근거 법률이 없으니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중국 당국에 추방을 바로 못하는 근거가 무엇인지 적극적으로 따져 물을 필요가 있는 사안”이라고 했다.
주다롄 대한민국 출장소 측은 7월 9일 일요신문 통화에서 “A 씨가 6월 26일 출소한 뒤 구류소에 대기 중”이라면서 “중국 출입경(출입국)사무소 측에 연락해서 신속하게 좀 해달라고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영사조력 부실 논란’과 관련해 출장소 측은 “그렇지 않다”면서 “한국 국민이 출소하면 어차피 형이 끝났으니까 빠른 절차를 신속하게 해달라는 요청은 계속 하고 있는데, 뭐랄까 중국 정부 쪽에서 케이스에 따라 심사가 좀 진행이 되고 하는 것 같다. 항상 연락과 체크를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구류된 국민을 직접 만나 상황을 설명했는지에 대한 질문에 출장소 측은 “6월 17일 (출소 전) A 씨와 면회를 진행했다”면서 출소 이후엔 따로 A 씨를 만나지 않았다는 취지로 답했다. 출장소 측은 “절차가 남아 있어 좀 길어질 수도 있을 거란 말씀은 드렸다”고 했다.
외교부 측은 7월 10일 “주다롄 대한민국 출장소는 우리 국민 출소 전 영사접견을 실시했으며, 출소 이후 출입국 당국에 신속한 추방을 위한 협조를 요청하는 한편, 가족과의 소통도 지원하는 등 영사조력을 지속적으로 제공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외교부는 “동인(A 씨)은 출소 이후 강제출국 절차 진행을 위해 다롄시 구류소에 대기 중이며, 중국 출입경관리법 63조는 구류심사 혹은 추방결정된 자는 즉시 추방하지 못할 경우 구류소 또는 추방 대기 장소에 구금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면서 “그 외 상세 내용은 우리 국민의 개인정보 보호 차원에서 밝히기 어려움을 양해 바란다”고 했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