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심 선고 이후 해당 사건의 충격적인 전말이 드러났다. A 씨는 신생아의 친부 B 씨와 2025년 1월까지 교제하다가 헤어진 뒤 뒤늦게 B 씨의 아이를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A 씨는 B 씨에게 이 사실을 알렸고, 두 사람은 협의 끝에 임신중절 수술을 받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B 씨는 끝내 A 씨에게 수술비를 주지 않았으며, 수술 예정일에도 병원에 나타나지 않고 A 씨의 연락을 피했다. B 씨는 당시 A 씨의 보호자였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A 씨는 결국 수술을 못한 채 임신 24주 차를 넘기고 말았다. 현행 모자보건법상 임신 24주를 초과한 임신중절은 불법에 해당한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B 씨는 자신의 아이를 임신한 A 씨를 상대로 돈을 뜯어낸 혐의를 받고 있다. B 씨는 불법적인 경로로 섭외했다며 C 씨를 의사라고 소개했다. A 씨는 의사라고 주장한 C 씨와 텔레그램으로 대화를 나누며 사례비 명목의 돈을 수차례 송금했다.
하지만 A 씨는 끝내 C 씨를 대면할 수 없었다. 출산이 임박한 2025년 12월쯤 A 씨는 C 씨에게 "진통이 시작됐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냈다. C 씨는 "서울 명동의 한 병원을 운영 중이지만, 주소는 알려줄 수 없고 직접 데리러 가겠다"고 말한 뒤 나타나지 않았다.
C 씨의 존재를 의심한 A 씨는 의정부 한 모텔을 약속 장소로 정한 뒤 기다렸으나, B 씨와 C 씨 모두 찾아오지 않았다. 결국 A 씨는 모텔 객실에서 홀로 출산했고, 태어난 아기는 물이 차 있는 세면대에 약 12분간 방치됐다가 숨졌다.
A 씨는 B 씨가 자신을 속이고 돈을 가로챘다고 판단, 그를 경찰에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사건을 최초로 접수한 경기북부경찰청은 관할 문제로 지난 3월 충남경찰청에 이관했고, 경찰 관계자는 "B 씨가 의사 알선 명목으로 A 씨를 속여 돈을 받아낸 혐의가 상당 부분 인정됐다"고 밝혔다.
다만, 경찰에 따르면 C 씨가 실제로 존재하는지, B 씨가 C 씨 행세를 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서 변호사는 "물론 임신중절 관련 법안이 만들어진다고 바로 영아 살해 사건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국가가 너무 오랜 기간 선택의 기로에 놓인 여성들을 외면한 채 방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2019년 헌법재판소가 낙태죄의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린 지 7년이 지난 지금까지 임신중절 수술이나 임신중지약에 대한 입법은 단 1건도 국회 문턱을 통과하지 못했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1대 국회에서는 2020년 5월부터 형법 개정안과 모자보건법 개정안이 여러 건 발의됐지만 모두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22대 국회에서도 7월 9일 현재까지 4건의 관련 법안이 발의됐지만, 모두 소위원회에 상정된 상태로 머물러 있다.
약물을 통한 임신중절도 합법적인 경로로는 어려운 상황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필수의약품으로 지정한 유산유도제 '미프지미소'의 경우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 품목허가 신청이 접수됐지만, 아직 심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사이 텔레그램 등 SNS에서는 불법 유산유도제 거래가 더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식약처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총 2971건의 임신중단약 불법 유통이 적발됐다.
절실한 산모 등을 상대로 30만~60만 원 선으로 거래되는 이른바 '불법 미프진'은 출처가 명확하지 않고 구토나 출혈 등 부작용이 발생해도 책임을 묻기 어렵다. 심지어 돈만 받고 잠적하거나 임신중단을 유도하는 성능 자체가 없는 가짜 약인 경우도 허다하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2025년 발간한 '입법공백 시기 여성의 임신중단 인식과 경험 연구'에서는 "현재 입법 공백 상황에서도 공공 정보 시스템을 통해 임신중단 가능 의료기관 정보, 건강보험 적용 여부 및 비용 안내, 유산유도제 복용법과 주의사항 및 응급대처법, 임신중단 이후 관리 등에 대한 포괄적인 정보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의료기관과 의료인이 통일된 기준에 따라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명확한 의료 가이드라인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손우현 기자 woohyeon1996@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