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럼에도 SNS와 불법 사이트를 통한 임신중지 의약품 불법 유통은 끊이지 않고 있다. 국회와 식품의약품안전처 자료에 따르면 온라인에서 적발된 임신중지 의약품 불법 거래 적발 사례는 2025년에만 682건, 최근 5년간 2971건에 달한다.
5월 19일 X(옛 트위터)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미프진’을 검색하자 구매를 대행하거나 직접 판매한다는 게시글을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일부 해외 사이트는 최근 2주 동안 10건이 넘는 구매 후기를 게시하며 ‘100% 정품’ ‘직수입 제품’이라고 홍보했다. 전화 상담은 받지 않고 텔레그램 등 익명 메신저로만 주문을 받는 방식이었다. 일부 텔레그램 판매업자들에 따르면 미프진은 임신 주기에 따라 복용량과 가격이 달라졌다. 임신 7주 이내인 경우 35만 원, 7주를 넘기면 55만 원으로 시세가 형성돼 있었다.
문제는 개인 간 거래가 대부분이라 약물 제조사와 유통 경로를 확인할 방법이 사실상 없다는 점이다. 실제로 2022년에는 중국산 가짜 약 5만 7000여 정을 정품 미프진으로 속여 판매한 일당이 검거되기도 했다.
기자가 한 판매업자에게 제조사를 묻자 그는 “자세한 정보는 잘 모른다”며 “해외에서 약을 들여와 국내에서 재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판매업자는 특정 해외 사이트의 ‘정품 인증’을 받았다고 홍보하면서 추가로 5만 원을 지급하면 해외 직배송 대신 국내에 확보해 둔 재고를 보내 4일 이내에 받아볼 수 있다고 안내하기도 했다.
정품 의약품이라 하더라도 의사의 진단과 관리 없이 복용할 경우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미프진은 임신 유지에 필요한 호르몬 작용을 차단하는 미페프리스톤과 자궁 수축을 유도해 임신 조직을 배출시키는 미소프로스톨로 구성된다. 이 과정에서 임신 조직이 완전히 배출되지 않거나 자궁 수축에 이상이 생기면 과다 출혈, 극심한 복통, 불완전 유산, 감염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면 대량 출혈이나 패혈증으로 생명이 위태로워질 수도 있다. 그럼에도 비용 부담이나 진료 기록이 남는 것에 대한 불안 등을 이유로 병원을 찾지 못하는 여성들이 불법 시장으로 몰리는 실정이다.

약물을 통한 임신중지 관련 입법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22대 국회에는 관련 법안 4건이 발의돼 있으나 상임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2020년 21대 국회에서는 임신중지 방법에 약물 투여를 포함하는 정부안이 제출됐지만 임기 만료와 함께 폐기됐다.
전문가들은 법 개정과 더불어 건강보험 적용 등 임신중지를 위한 의료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강경연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사무국장은 지난 4월 열린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7주년 집회에서 “임신중지약 불법 유통을 막는 유일한 방법은 안전하고 합법적인 임신중지약 접근을 보장하는 것”이라며 “식약처는 임신중지약을 조속히 허가하고, 보건복지부는 건강보험을 전면 적용해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의료·상담·지원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승구 기자 win9@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