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앞서 4월에는 서울·경기 일대에서 결혼정보업체 등을 통해 만난 남성 4명에게 약물을 먹여 잠들게 한 뒤 금품을 빼앗은 20대 여성도 구속됐다. 피해자들에 대한 검사에서는 벤조디아제핀계 약물 성분이 검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의약품은 임의로 혼합하거나 과다 복용할 경우 인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특히 벤조디아제핀계 약물은 불안장애와 불면증 치료 등에 사용되는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알코올과 함께 복용하거나 과량 투여할 경우 의식을 잃거나 심하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강북구 모텔 연쇄 살인’ 사건의 피고인 김소영이 범행에 사용한 것으로 조사된 약물도 벤조디아제핀계 성분이었다. 김소영은 2025년 12월부터 2026년 2월까지 벤조디아제핀계를 포함한 약물을 탄 음료를 남성들에게 먹여 2명을 살해하고 4명에게 상해를 입힌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사건 이후 온라인에서는 김소영이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 약물 정보를 정리한 게시물이 빠르게 확산했다. 당시 범행에 사용된 약물 정보가 사실상 ‘레시피’처럼 공유되면서 모방 범죄 우려가 제기됐는데, 실제로 최근 발생한 약물 범죄들에서 이 사건과 유사한 수법이 등장하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위험성에도 향정신성의약품을 쉽게 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전문의약품은 의사의 처방이 필수지만 타인 명의를 이용하거나 증상을 과장할 경우 이를 완전히 막기 어렵다. 검찰에 따르면 김소영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환자인 것처럼 가장해 여러 병원을 돌며 벤조디아제핀계 향정신성의약품을 처방받아 범행에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정신건강의학과 초진은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에 상당 부분 의존할 수밖에 없어 허위로 증상을 꾸며낼 경우 이를 완전히 가려내기 어렵다”며 “목적에 따라 일반인도 비교적 쉽게 약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을 통한 불법 거래도 활발하다. X(옛 트위터)에서 졸피뎀이나 케타민 등 향정신성의약품 이름을 검색하면 해당 약물을 판매한다고 홍보하는 텔레그램 계정들을 다수 확인할 수 있다. 한 해외 의약품 직구 플랫폼에서는 루라시돈, 가바펜틴 등 정신질환 치료에 사용되는 전문의약품도 처방전 없이 판매되고 있었다. 별도의 본인 인증 절차도 없었으며 복용 주기와 수량도 구매자가 직접 선택할 수 있는 구조였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이 같은 직구 경로와 구매 방법을 공유하는 글도 활발하게 올라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약물 불법 유통에 대한 관리 체계를 강화하고 약물을 이용한 범죄의 처벌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4월 3일 국회에서는 살인·강간·강도 등 중대 범죄를 목적으로 타인에게 마약류를 제공하거나 투약한 경우 일반적인 마약류 범죄보다 무겁게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의 마약류 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됐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단속과 사업자 책임을 강화해 불법 유통 경로를 차단해야 한다”며 “약물을 이용해 타인을 무력화하거나 중대 범죄를 저지른 경우 피해자의 저항을 어렵게 하고 추가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만큼 처벌 수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승구 기자 win9@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