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GW는 현재 전국에 운영 중인 데이터센터 용량을 모두 합한 것과 맞먹는 규모다. 울산에서도 1GW급 데이터센터 건립사업이 추진 중이다. SK그룹은 글로벌 1위 클라우드 기업 아마존웹서비스(AWS)와 협력해 AI 데이터센터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이다.
강릉 AI 데이터센터 건립사업은 여러 의문을 낳고 있다. 13조 원이 넘는 사업비를 어떻게 조달할지, 어떤 대형 IT 업체가 1GW 데이터센터를 사용할지 등 구체적인 계획이 발표되지 않은 탓이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한근 전 강릉시장은 “강릉 시민을 무지하게 여기고 AI 대세에 편승한 신기루 사업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지난 3월 30일 기자회견에서 주장했다.
시행사 강릉DC PEF의 사업 추진 과정과 역량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강릉DC PEF는 데이터센터 예정 부지에 있는 빌라 여러 채와 폐모텔 건물을 헐고 데이터센터를 짓겠다는 계획이다. 이 중 빌라는 2019~2020년 완공됐다. 지어진 지 6~7년밖에 안 된 셈이다.
6~7년 전 빌라를 지은 사업자는 다름 아닌 강릉DC PEF 측이다. 강릉DC PEF 대표 A 씨가 대표를 맡은 주식회사 ‘더컨세스’는 2018년 이곳 땅을 매입해 빌라 7채를 지었다. 더컨세스는 빌라를 분양하지 않고 월세 임대로 운영했다. 화력발전소 등 인근 사업장 근로자들이 단기 월세로 주로 살았다.
더컨세스가 6~7년간 월세 임대만으로 빌라 건축비 이상 수익을 냈을지 의문이다. 일요신문이 지난 5월 13~14일 방문한 이곳 빌라 일대는 한산했다. 일부 빌라엔 세입자가 아직 살고 있었다. 하지만 몇몇 빌라는 오래 방치된 모습이었다. 우편함에 먼지가 켜켜이 쌓여 있었고, 우편함 위에 열쇠도 놓여 있었다.

더컨세스는 경매 낙찰 전에도 폐모텔 부지를 실질적으로 소유한 정황이 있다. 경매 감정평가서에 폐모텔 부지 부동산 관리인은 C 씨로 적시됐다. C 씨 역시 더컨세스 사내이사였다. 또한 2018년 10월 폐업한 모텔 화이트캐슬 대표 D 씨는 강릉DC PEF 감사다. D 씨는 폐모텔 부지를 담보로 여러 차례 돈을 빌리기도 했다.
강릉DC PEF 감사 D 씨는 부동산 개발사업에 최근 실패한 전력이 확인됐다. D 씨는 2019년 주식회사 ‘미르하우징’을 설립하고 2020년 강원도 원주 땅을 매입해 빌라 4채를 지었다. 하지만 미르하우징은 2023년부터 빌라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았다. 결국 빌라 4채는 임의경매에 넘어갔다. 그 와중에 빌라 건물이 세무서에 압류되기도 했다. 빌라 4채 감정평가액은 37억 원이었지만 유찰이 반복되면서 13억 원에 2025년 10월 매각됐다. 강릉DC PEF 대표 A 씨와 감사 D 씨는 강릉DC PEF 외에 다른 주식회사 2개도 함께 설립하는 등 사업적으로 긴밀한 사이로 추정된다.
강릉DC PEF의 사업 파트너도 AI 데이터센터 사업에 전문성을 갖췄다고 보기 어렵다. 강릉DC PEF 측은 지난 3월 26일 데이터센터 기공식에서 코스닥 상장사 ‘에코글로우’와 ‘스피어 코퍼레이션’이 전략적 사업 파트너라고 강조했다. 그런데 에코글로우는 화장품 제조, 스피어 코퍼레이션은 우주항공 사업을 주로 하는 회사다. 에코글로우는 2025년, 스피어 코퍼레이션은 2026년 사업 목적에 데이터센터 관련 사업을 추가했다.
에코글로우는 2025년 사명을 스킨앤스킨에서 현재 사명으로 바꿨다. 스킨앤스킨은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 사기에 연루돼 2020년 상장폐지 결정을 받았다. 최대주주가 바뀌면서 2022년 주식 거래가 재개됐다. 에코글로우 사업 실적은 좋지 않다. 2022년부터 2025년까지 4년 연속 적자를 냈다.
몇몇 경제 매체는 에코글로우가 AI 데이터센터 사업을 본격화한다는 기사를 2025년 6월 냈다. 해당 보도에 따르면 에코글로우는 사우디아라비아 최대 AI 데이터센터 개발사와 전략적 업무협약(MOU)을 체결했고, 충남 지역 데이터센터 사업지 인수를 시작으로 국내 유력한 데이터센터 사업권을 잇달아 인수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의문스럽게도 사우디 회사 이름은 이니셜로 익명 처리됐다.
강릉 데이터센터를 제외하면 에코글로우의 AI 데이터센터 사업 본격화 소식은 아직 들려오지 않았다. 에코글로우는 2025년 11월엔 반도체 사업에 진출한다며 반도체 검사장비 회사를 100억 원에 인수하겠다고 밝혔다가 2026년 1월 철회하기도 했다.
에코글로우 AI 데이터센터 사업 담당 임원으로 소개된 E 씨는 스피어코퍼레이션 관계사 스피어파워 사내이사를 역임했다. E 씨는 과거 한 자산운용사 대표를 맡기도 했다. 강릉DC PEF 대표 A 씨는 에코글로우 임원 E 씨가 대표를 맡은 자산운용사 사외이사를 2022년 지냈다.
스피어코퍼레이션은 2025년 사명을 라이프시맨틱스에서 현재 사명으로 바꿨다. 라이프시맨틱스는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으로 2021년 기술특례로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2024년 최대주주가 바뀌면서 주사업이 항공우주 사업으로 바뀌었다. 기술특례 상장 제도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나왔다. 스피어코퍼레이션은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전준철 변호사를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전준철 변호사는 2차 종합특검 후보로 지난 2월 민주당이 추천했던 인사다.
강릉DC PEF 관계자는 “선거 전까지는 인터뷰를 하지 않겠다”고 지난 5월 13일 일요신문과 통화에서 밝혔다. 질문을 하기도 전, 기자 신분을 밝히자마자 돌아온 대답이었다. 인터뷰와 선거가 무슨 상관이냐는 질문에 강릉DC PEF 관계자는 “어떤 식으로든 영향이 가면 안 되니까 아무런 이야기도 안 하겠다는 의미”라며 추가 질문은 듣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
일요신문은 에코글로우와 스피어코퍼레이션에도 강릉 데이터센터 사업과 관련한 질의를 위해 5월 13~14일 연락을 취했다. 전화 연결은 되지 않았다. 이메일과 팩스로 질의 내용을 전달했지만 5월 15일 오전까지 어떤 답변도 오지 않았다.
강릉=남경식 기자 ngs@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