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전 대표 측은 보완수사권 폐지를 앞세워 강성 지지층 결집을 노리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김민석 총리 등 친명계가 이에 어떠한 스탠스를 가지고 대응할지가 이번 전대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다.

정치권에서는 정 전 대표의 연임 성공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앞서 지난해 8월 전당대회는 정청래 전 대표가 ‘찐명’ 경쟁에서 박찬대 당시 후보를 제치고 당권을 쥘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난 1년 사이에 이 대통령과 정 전 대표의 관계는 많이 달라졌다.
검찰·사법·언론 등 개혁입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대통령실과 민주당 사이에 엇박자가 노출됐다. 이재명 정부가 주식시장 부양, 외교순방 성과를 낼 때마다 민주당에선 검찰 보완수사권, 1인 1표제 등 다른 폭탄 이슈를 터뜨려 덮어버렸다. 이를 놓고 친명계에선 정 전 대표가 ‘자기 정치’를 하고 있다며 불만을 터트렸다.
지방선거 기간 친명과 친청은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대통령 사진 금지령 논란 등으로 갈등을 빚었다. 전북지사 공천, 평택을에 출마한 김용남 후보 지원 등을 놓고도 사사건건 대립각을 세웠다. 정치권에선 이재명 대통령과 정청래 전 대표가 돌아올 수 없는 관계에 도달했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선거가 끝난 후엔 책임론을 두고 부딪쳤다. 정청래 전 대표는 선거 결과에 대해 “서울을 탈환하지 못해 아프다”면서도 “전국적으로 민주당에 큰 승리”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이길 곳을 졌다, 이겨야 하는 곳을 졌다고 하면 문제가 다르다”며 “최소한 성공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사실상 정 전 대표 발언을 반박한 셈이었다.
6월 9일 이 대통령 유럽순방 출국길에는 정청래 전 대표가 불참하고 김민석 총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순방 환송행사에 정 전 대표가 나오지 않은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현직 총리가 대통령 순방에 참석한 것도 이례적이다. 청와대에서 정 전 대표를 부르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 전 대표는 다음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말미에 “국민은 영원하고 정권은 짧다”라고 의미심장한 발언을 내놨다. 이에 친명계는 발끈했고, 여권 계파 갈등은 절정에 달했다.
정 전 대표는 이번에 대표직을 내려놓으면서는 본인이 이 대통령 동지이자 전우라고 강조했다. 그는 “꼭 성공시켜야 할 우리의 대통령”이라며 “이 대통령과는 2007년도에 만나 지난 20년 동안 속 깊은 대화를 가장 많이 한 정치인이 정청래다. 이러쿵저러쿵 누가 뭐래도 이 대통령을 끝까지 지킬 사람도 나 청정래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걱정하지 마라. 이 대통령과의 의리는 내가 끝까지 지킬 것”이라며 “험난한 고난의 가시밭길이라도 당심과 민심만 보고 내 갈 길을 가겠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이 대통령과 정 전 대표를 중심으로 한 친명과 친청 간 관계는 회복되기 어려워 보인다. 국회에서는 물론, 지지자들과 주요 스피커들 사이에선 연일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차기 당 대표가 2028년 총선 공천권을 쥔다는 점에서 양측은 화력을 총동원하는 모양새다. 여권 일각에서 이번 전당대회 후유증을 우려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민주당 한 초선 의원은 “1인 1표제로 인해 당심이 중요해졌다. 민주당 코어 지지층은 검찰개혁을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한 아젠다로 여긴다. 전당대회 기간 보완수사권 논쟁이 벌어지면 폐지를 외쳐온 정 전 대표가 유리할 것”이라고 점쳤다.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친명과 친청계는 보완수사권을 둘러싸고 여러 번 마찰을 빚었다. 청와대와 정부에서 보완수사권 보완 논의가 이뤄지자 친청계와 지지자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이 대통령 지지자들은 ‘뉴이재명’과 올드 민주당 간 분화의 트리거로 보완수사권 문제를 꼽기도 한다. 친청계로 분류되는 민주당 한 인사는 사석에서 “이재명 대통령이나 정성호 법무부 장관, 김민석 총리 등이 흔히 말하는 검찰 엘리트들에 둘러싸여서 제대로 된 판단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직격하기도 했다.
정 전 대표는 6월 12일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라는 짧은 메시지를 올리며 치고 나갔다. 1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아직도 수사권에 미련 못 버린 검찰이 있다면 꿈 깨라”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는 너무나 당연하다”고 못을 박았다. 이 발언은 보완수사권 완전 폐지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이 대통령 메시지 직후 나왔다.
이재명 대통령은 검찰 보완수사권 논란에 대해 수차례 ‘국민에 피해가 가지 않게 하기 위해 예외적인 경우에 대해서는 최소한의 보완수사권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입장을 보여 왔다. 6월 19일 유럽순방 대국민 브리핑에서도 “보완수사는 안 하는 게 맞지만, 악용될 여지가 없는 아주 예외적인 경우까지 모두 봉쇄하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최소한의 보완수사는 필요하다고 재확인했다.
다만 이 대통령은 보완수사권 문제가 담긴 형사소송법 개정안 판단과 결정을 국회에 넘겼다. 이 대통령은 “국회와 민주당 당내에서 충분한 숙의를 거쳐 문제 보완까지 종합적으로 하라고 국회에 넘겼다. 국회에서 자체적으로 판단하면 될 것 같다”며 “국회가 하자는 대로 하겠다. 권한을 줬으니 책임도 질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김민석 총리도 이 대통령 입장에 힘을 보탰다. 김 총리는 6월 25일 현안 브리핑에서 “다양한 의견을 감안해 보완수사권 폐지를 정부 기본 입장으로 최종 정리했다”면서도 정부 차원에서 국회에 별도로 형소법 개정 정부안을 제출하지는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의 기본 입장을 당에 전달하고, 이후에는 정부가 별도의 입법안을 제시하기보다는 국회의 논의와 결정을 존중하도록 하겠다”며 “구체적인 제도 설계와 입법은 국회에서 충분한 논의와 숙의를 거쳐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여권 한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앞서 1차 검찰개혁 입법 당시 이 대통령은 토론과 숙의를 충분히 하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친여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이나 ‘매불쇼’ 등에서 검찰개혁 강경파 민주당, 조국혁신당 의원들이 보완수사권 예외 허용은 큰 문제인 것처럼 여론을 만들었다. 여기에 정 전 대표도 호응하며 힘을 보탰다. 민주당 지지층 사이에 토론도 불가능하게 만들어버렸다. 2차 검찰개혁은 당권경쟁까지 있어 혼란이 더 가중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이 대통령과 김 총리가 공을 국회에 넘기며 보완수사권 문제가 전대의 이슈로 번지지 않도록 조기 진화한 것이다.”
이 대통령도 앞서 브리핑에서 “(보완수사권 문제가) 너무나 예민하고 많이 오염된 주제라는 측면도 있다. 완전히 순수한 상태는 아니다”라며 “정치적 슬로건으로 활용되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정부가 끼는 것도 그리 바람직하지 않다”고 언급했다.

다음날에는 “정부도 보완수사권 폐지 입장을 밝혔다. 이제는 속도전”이라며 “빠른 법안심사 및 본회의 통과를 위해 민주당은 물론 조국혁신당, 진보당 등 범진보 정당 모두 당론으로 채택해 함께 빠르게 처리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친명계’ 민주당 한 관계자는 “정 전 대표가 사실상 이재명 정부와 총리실 산하 검찰개혁추진단 자문위가 검찰개혁의 발목을 잡아온 것 아니냐는 의심을 보낸 것”이라며 “또한 조국혁신당 등과 범민주진보연합을 다시 강조한 걸 보면 친문계 지지층의 결집을 노렸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김 총리는 앞서 브리핑에서 연초 정부의 공소청·중수청법안과 관련해 “지난 1차 입법예고안의 내용·시기 모두 당과 협의를 거친 것”이라며 “2차 개혁안(형소법 개정안)을 애초의 당정 합의보다 시간을 당겨 조속히 처리하는 것이 바람직하겠다는 판단이 들어 지난 5월에 처리하려 당에 제안했으나, 당의 요구로 이를 연기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정부가 그동안 뭐하고 있었느냐는 친청계 기류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읽혔다.
검찰개혁 강경파인 김용민 의원 역시 지난 5월 “당이 먼저 형사소송법 개정 관련해 바람직한 안을 만들어놔야 된다는 생각을 한다”며 “그래서 ‘민주당 안을 먼저 만들자’고 당 지도부에 여러 번 건의를 드렸으나 계속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앞서의 여권 관계자는 “정 전 대표가 선명성을 강조하기 위해 제헌절 전까지 속도전을 못 박아 버렸다. 한 달도 남지 않았다. 정부가 공을 넘긴 만큼 그 안에 민주당 입법안을 만들고 국회 심의를 거쳐 의결까지 마쳐야 한다. 하지만 그 사이 국회 원 구성도 해야 하고, 전대도 치러야 하고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그렇다고 전대 이후로 밀리면 개혁 의지를 의심 받을 수밖에 없다”며 “정 전 대표가 자기 꾀에 자기가 빠진 꼴”이라고 평가했다.
민주당 당적을 가진 법조계 관계자는 “2차 검찰개혁안은 보완수사권 폐지 외에도 조정해야 할 미세한 내용들이 많다. 이미 나와 있는 개별 법안들이 있긴 하지만 하나로 통합해내려면 시간과 돈, 인력이 많이 든다. 그래서 정부안이 필요했던 것”이라며 “이런 점을 이 대통령이 몰랐겠느냐. 정 전 대표와 친청계에서 역풍을 맞게 된 것”이라고 전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