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사혁신처가 발간한 ‘공정채용 가이드북’에 따르면 각 기관은 면접위원 명단을 대외비에 준하여 관리하고, 면접위원들이 자신들의 위촉사실을 누설하지 않도록 명시하고 있다. 논란이 커지자 금감원은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면접위원들을 대상으로 SNS 게시자 색출에 나섰다. 금감원은 이 과정에서 해당 SNS 계정주가 누구인지 파악하지도 않은 채 A 씨를 특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기본적이고 먼저 해야 할 일은 하지 않은 것이다. SNS 계정주가 누구인지 제대로 파악만 했어도 A 씨로 오인하는 일이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당시 A 씨가 해당 게시물을 올린 것으로 판단해 채용대행사 측과 A 씨의 향후 면접위원 활동 관련 조치를 논의했다. 지난 7월 금감원은 채용대행사에 “A 씨를 앞으로 섭외에서 제외해달라”는 내용을 전달했다. 그러나 이후 실제 게시자가 다른 면접위원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엉뚱한 면접위원을 SNS 게시자로 특정한 뒤 취업을 제한하는 조치를 취한 것이다. 심지어 A 씨는 SNS 활동을 전혀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도 A 씨를 게시자로 잘못 판단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A 씨에게 사과 의사를 밝힌 바 있다. 금감원 인사연수국장 B 씨는 7월 29일 A 씨에게 보낸 서면 사과문에서 “충분한 사실관계 확인 없이 A 씨를 게시물 작성자로 오인했다”면서 “사실관계가 정확히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채용대행사에 전달한 것은 신중하지 못한 업무 처리였다”고 사과했다.
같은 날 금감원은 채용대행사에도 공문을 보내 “당초 A 씨로 오인됐던 SNS 게시자는 다른 위원으로 확인됐다”며 A 씨가 향후 금감원 등의 채용 면접위원으로 활동하는 데 불합리한 영향이 없도록 협조해 달라고 요청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일요신문i’에 “SNS 게시자를 찾았다”면서 “A 씨를 오인한 부분에 대해서는 죄송한 마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게시자에 대한 조사나 조치 내용에 대해서는 밝히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양측의 가장 큰 입장 차는 게시자를 잘못 특정한 뒤 채용대행사와 논의한 조치의 범위다. A 씨는 금감원이 자신을 금감원 면접위원에서 제외하는 것을 넘어 채용대행사 내부에서 이른바 ‘블랙리스트’로 관리해 다른 기관 면접위원 활동에도 불이익을 받도록 요구했다고 주장한다.
A 씨는 사건 직후 금감원이 선정한 채용대행사 담당자와 통화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내용을 전달받았다고 주장했다. A 씨에 따르면 채용대행사 관계자가 “금감원이 (A 씨를) 인력 풀에서 제외하고, ○○○○ 내에서 블랙 처리를 해달라는 식으로 요청을 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A 씨는 ‘일요신문i’와 통화에서 “문제를 일으킨 위원이 있어 해당 기관에서 앞으로 이런 위원은 받지 않겠다고 하는 것까지는 가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나는 그런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는데 제대로 확인도 하지 않고 다른 기관에서도 면접위원으로 활동하지 못하도록 블랙리스트 처리를 요구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반면 금감원은 외부 면접위원 관리는 채용대행사의 몫이며, 인력 풀 제외 역시 금감원에 한정된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SNS 게시자가 면접위원이었다는 사실이 노출됐기 때문에 A 씨는 금감원의 다음 채용 면접위원으로는 참여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겠다는 논의를 채용대행사와 했다”면서 “다른 기관의 채용까지 참여하지 못하도록 하자는 내용은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A 씨가 ‘블랙리스트’란 표현을 썼지만 기관 차원에서 검토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고 했다.

A 씨는 금감원이 ‘오해했다’, ‘채용대행사에 잘못된 사실을 전달했다’는 부분만 사과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A 씨는 “금감원은 최소한의 사실관계 확인도 없이 나로 오해하고, 이를 채용대행사에 전달한 것을 넘어 ‘향후 금감원 면접위원 영구 해촉 및 인크루트 내 블랙리스트 추가’라는 매우 부당한 처분을 지시했다”면서 “금감원은 이러한 처분행위는 인정하지도 않고, 이를 사과하지도 않고 있다. 그러면서 단순히 오해해서 미안하다고 하는 것은 진정한 사과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금감원이 당초 A 씨를 SNS 게시자로 의심한 근거도 쟁점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당시 현장 담당자들이 여러 정황을 종합했으며, A 씨가 다른 면접위원보다 휴대전화를 다소 늦게 제출한 점도 판단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A 씨의 휴대전화 제출이 20분 정도 늦어진 점이 SNS 게시자로 오해한 근거였다고 설명했다.
A 씨는 이 부분도 당시 상황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A 씨는 “면접 장소에 도착하자 휴대전화를 제출해야 한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면서 “가족에게 도착 사실을 알린 뒤 제출하겠다고 직원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통화한 다음 곧바로 제출했다”고 말했다. 이어 “20분가량 늦게 제출했다는 설명도 들었지만 실제로는 1분 통화를 했다”고 주장하면서 가족과의 통화 기록을 공개했다.
SNS 게시자를 A 씨로 오인했다는 것을 알고 난 후 금감원의 사안을 대하는 태도가 바뀌었다는 것이 A 씨 입장이다. SNS 사진에 문제출제장과 면접본부, 분야별 면접장 등이 노출된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금감원은 해당 사진이 면접 종료 이후 게시됐고, 건물 출입자들이 확인할 수 있는 안내 내용이어서 보안 사고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금감원 관계자는 “진행 중인 채용 절차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반면 A 씨는 해당 사안은 ‘보안 사고’가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면접위원들이 ‘면접전형과 관련된 정보를 응시자 등에게 누설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서약서에 서명했는데, 사진에는 문제출제장과 면접본부, 분야별 면접장 등이 표시돼 채용 관련 정보 유출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A 씨는 금감원의 태도 변화가 자신들의 잘못을 정당화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A 씨는 금감원이 이번 사안을 축소하려고 한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일요신문i’가 입수한 A 씨와 금감원 인사연수국장 B 씨의 통화 녹취기록에 따르면 B 씨는 A 씨에게 “(SNS) 게시자가 서약서 위반인지 법무부에 문의를 요구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A 씨는 “본인들이 큰 문제라고 인식해서 ‘금감원 면접위원 영구 해촉 및 블랙리스트 추가’라는 조치까지 취해 놓고, 막상 문제를 제기하자 이제는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기보단 문제가 아닌 것으로 만들어 책임 회피에 급급한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금감원은 법무부에 어떠한 유권해석도 요청한 적 없다고 부인했다.
A 씨는 앞으로 금감원을 비롯한 다른 기관의 면접위원 선정 과정에서 이번 일이 불이익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외부 면접위원은 채용대행사나 관련 기관의 추천을 통해 선정되는 경우가 있는 만큼, 형식적으로 기존 조치를 철회했더라도 향후 추천 과정에서 제외될 경우 이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A 씨는 이번 사건으로 인해 고통을 겪어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A 씨는 금감원 내부 감찰과 관련자에 대한 책임 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금감원은 이번 사건을 이유로 향후 채용 과정에서 A 씨에게 불합리한 영향을 주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또한 해당 사건과 관련된 직원 등을 상대로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등 감찰 절차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감찰과 관련된 구체적인 사항은 알려줄 수 없다”고 밝혔다.
손우현 기자 woohyeon1996@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