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가 소셜미디어(SNS)와 스마트폰 중독으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해 유례없는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과거 ‘개인의 자율에 맡겨야 한다’거나 ‘가정 내 교육의 문제일 뿐이다’로 치부되던 디지털 중독이 청소년 우울증, 자해, 문해력 저하 등 심각한 사회적 질병을 유발한다는 과학적 근거가 쌓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호주, 프랑스 등 몇몇 나라에서는 아예 청소년의 SNS 계정 생성을 전면 금지하거나, 교내 스마트폰 소지를 제한하는 등 법적 조치까지 취하고 나섰다. 그런가 하면 영국에서는 학부모들의 자발적 연대가 불붙어 14만 명 규모의 시민운동으로 발전했으며, 뉴욕에서는 Z세대 청소년 스스로 2G 폴더폰으로 돌아가는 역발상 트렌드까지 등장했다. 전 세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디지털 러다이트 운동’ 혹은 ‘노폰 운동’ 트렌드를 살펴봤다.

이 법안의 핵심은 SNS 사용자인 미성년들이 아닌, 거대 플랫폼 기업에 책임을 묻는다는 데 있다. 16세 미만 아동이 자사 서비스에 계정을 만들지 못하도록 시스템적으로 차단할 의무를 기업에 부여한 것이다. 이와 관련,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타임’ 인터뷰에서 “우리는 어린 청소년들이 디지털화면 대신 운동장에서 친구들과 어울리는 진짜 소통을 하기를 바란다”라며 “SNS는 아직 발달 단계에 있는 청소년의 정신건강에 상상할 수 없는 타격을 준다. 오늘날 부모들이 겪는 가장 큰 고민거리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가 결단을 내렸다”고 단언했다.
이런 심각성을 바탕으로 마침내 유럽연합(EU)에서도 역사적인 결정이 내려졌다. 지난 7월, 프랑스 의회가 상·하원 압도적 찬성으로 15세 미만 청소년의 SNS 이용을 전면 금지하는 법안을 최종 통과시킨 것이다. 이는 호주 정부의 강력한 규제에 이어 유럽 국가로서는 최초로 단행된 전격적인 국가적 차원의 조치로, 기존의 중학교에만 적용되던 ‘디지털 휴식(등교 시 휴대폰 제출)’ 제도를 고등학교까지 확대 적용한 것이다.
새로 통과된 이 법안에 따라 프랑스에서는 오는 9월 1일부터 15세 미만 아동 및 청소년은 신규 SNS 계정을 개설할 수 없으며, 플랫폼 기업들은 이미 개설되어 있는 15세 미만 이용자의 기존 계정을 4개월 이내에 모두 강제 폐쇄해야 한다. 또한 프랑스 데이터보호감독기구(CNIL)가 승인한 엄격한 연령 인증 시스템도 반드시 도입해야 한다. 새 학기 시작과 동시에 이 법안이 즉시 발효되길 희망한다고 밝힌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미 지난 4월, 한 청소년 행사에서 아이들을 향해 이렇게 약속했다.
“우리는 지금까지 아무런 규칙도 없는 무법천지의 디지털 정글에 여러분을 방치했고, 그 결과 정글은 여러분의 소중한 집중력을 잔인하게 빼앗았다. 이제 우리는 속도를 줄여야 한다. 여러분이 온전한 성인으로, 그리고 무엇보다 존엄한 한 명의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국가가 돕겠다. 고로 우리는 선언한다. 15세가 되기 전에는 더 이상 SNS는 없다!”

이런 고민을 이웃들과 나누기 위해 레이놀즈와 그린웰은 ‘왓츠앱’에 ‘스마트폰 없는 유년기(SFC)’라는 이름의 단체 대화방을 하나 만들었다. “다 함께 자녀가 초등학교 졸업을 한 후에도 14세까지는 스마트폰을 사주지 말자”는 소소한 취지였다. 다시 말해 자녀의 스마트폰 구입 시기를 가능한 뒤로 미루고 싶어 하는 가정을 서로 연결해주는 플랫폼이었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이 작은 모임은 개설한 지 불과 수개월 만에 영국 전역으로 들불처럼 번져 나갔다. 영국의 유명인들과 인플루언서들이 앞다퉈 이 이니셔티브를 공유하거나 지지 선언을 보냈으며, 불과 몇 주 만에 영국 전역의 모든 주에 지역별 SFC 왓츠앱 소모임이 자발적으로 결성됐다.
현재 ‘스마트폰 없는 유년기(SFC)’ 운동에는 영국 내 14만 명 이상의 학부모와 1만 3000여 개 학교 학부모회가 가입해 있으며, 모두가 ‘14세까지 스마트폰 제공 금지, 16세까지 SNS 가입 금지’를 골자로 하는 자발적 공동 서약에 동참한 상태다. 그린웰은 ‘가디언’ 인터뷰에서 “자녀에게 스마트폰을 쥐어주는 순간 부모는 아이를 폭력과 음란물, 알고리즘의 유혹이 도사리는 어두운 골목길에 홀로 방치하는 것과 같다”면서 “지금까지는 ‘나만 없으면 친구를 못 사귄다’는 아이의 말에 부모들이 되레 죄책감을 느꼈다. 하지만 이제 부모들이 뭉쳐서 ‘우리 반 전체가 안 사주기로 했다’고 선언하는 순간 집단적 두려움은 테크 기업에 맞서는 힘으로 바뀐다”고 전했다.
부모들이 이토록 분노하며 연대전선을 구축한 배경에는 단순히 ‘아이들이 공부를 안 한다’는 수준을 넘어선 충격적이고 객관적인 과학적 데이터들이 쌓여있다. 미국 공중보건의 수장이자 의무총감인 비벡 머시 박사의 경고 역시 그 가운데 하나였다. ‘뉴욕타임스’ 기고문을 통해 경종을 울린 머시 박사는 청소년에게 SNS가 미치는 해악을 과거 수많은 인류의 생명을 앗아갔던 담배나 알코올에 직접 비유했다.
“SNS 앱을 켤 때마다 담배갑의 경고문과 같은 표시가 뜨도록 법적으로 의무화해야 한다”는 파격적인 제안을 내놓은 그는 “청소년의 정신건강 위기는 국가적 비상사태이며, 그 중심에 SNS가 있다. 하루 세 시간 이상 SNS를 사용하는 청소년은 우울증과 불안 증세를 겪을 위험이 두 배로 높아진다”고 주장했다. 이어서 그는 “담배갑에 경고문을 도입한 후 흡연율이 급감했던 것처럼 ‘SNS 이용이 청소년 정신건강에 심각한 해를 끼칠 수 있다’는 경고문을 정기적으로 노출해 사회적 경각심을 일깨워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SNS에 많이 노출될수록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발병 확률이 현저히 높아진다는 사실을 확인하기도 했다. 이를테면 알고리즘이 제공하는 자극적인 숏폼 영상들이 뇌의 집중력을 저하시키고 심각한 불안감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 플로리다주는 14세 미만 아동의 SNS 계정 생성을 전면 금지하는 한편, 14~15세는 부모의 동의가 있을 때만 계정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HB 3)을 제정해 시행에 들어갔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역시 공립 및 사립 학교를 막론하고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을 포함한 교내 전체에 스마트폰 사용을 법으로 차단하는 조치를 실시했다.
한편, 어른들의 강요와 법적 규제에 맞서 10대 청소년들 스스로 스마트폰을 거부하는 움직임도 등장했다. 뉴욕 브루클린의 10대 청소년들이 결성한 ‘디지털 러다이트 클럽’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매주 일요일 공원에 모여 스마트폰을 가방 깊숙이 넣어둔 채 종이책을 읽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서로 얼굴을 마주보며 대화를 나눈다. 또한 이들은 통화와 문자메시지만 가능한 피처폰, 일명 ‘덤폰(멍청이폰)’을 자발적으로 구매해 사용한다.

실제 미국 교육협회(NEA) 통계에 따르면, 미국 청소년의 3분의 2 이상이 수업 시간 중 휴대전화 때문에 주의가 산만해진다고 응답했으며, 이는 학업 성적 저하로 직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흐름에 맞춰 노키아 등 과거 피처폰 제조사들의 판매량이 역주행하고 있는가 하면, 단순 통화 기능만 탑재된 ‘어린이용 안심 피처폰’ 시장이 새롭게 부상하는 등 전 세계적으로 자발적 탈스마트폰 트렌드는 가속화되고 있는 추세다.
이런 트렌드에 대해 미국의 전직 교사인 한나-맥클리어는 “‘러다이트’라는 말은 오랫동안 ‘시대를 역행하는 미개인’이라는 비하적 의미로 잘못 쓰였다. 하지만 진정한 러다이트는 기술의 ‘사용’을 반대하는 게 아니라, 기술의 ‘남용’을 반대하는 운동이다. 일요일 공원에 모인 아이들은 스마트폰이 사라지자 그림을 그리고,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기 시작했다. 진짜 아이들이 누려야 할 유년기와 청소년기의 삶을 되찾은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호주의 대담한 첫 실험, 빅테크 꼼수에 우회로 뚫려
세계 최초로 16세 미만 청소년의 SNS 계정 소유를 법으로 금지했던 호주의 대담한 실험은 과연 얼마나 성공했을까. 놀랍게도 그 결과는 기대와는 사뭇 다른 듯하다. 우회적인 방법을 통해 여전히 SNS를 사용하고 있는 청소년들이 많기 때문이다.
호주 뉴캐슬대학교 연구진이 12~17세 청소년 40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관찰 연구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조사 대상이 된 16세 미만 청소년의 무려 85%가 금지령 이후에도 여전히 SNS를 자유롭게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들 가운데 절반 이상은 타인의 명의가 아닌 자신 명의의 계정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었다. 이에 뉴캐슬대 연구진은 연장의학저널(BMJ)에 게재한 논문을 통해 “호주의 법률 시행이 청소년의 SNS 사용을 실질적으로 줄였다는 증거를 찾을 수 없다”고 단언했다.
가장 큰 원인으로는 허술하기 짝이 없는 ‘연령 인증’ 절차가 꼽힌다. 조사 대상 청소년의 3분의 2가 연령 확인 절차를 거쳤다고 답했으나, 신분증이나 공식 ID 사진을 제출하도록 요구받은 비율은 12~13세의 경우 5%, 14~15세의 경우에는 11%에 불과했다. 대부분은 그저 나이를 묻는 질문에 클릭을 하거나 셀카 사진 한 장을 찍어 올리는 정도의 형식적인 절차만 따르면 됐다. 여기에 가짜 계정을 만들거나, VPN을 이용해 우회 접속하는 청소년들까지 속출하면서 법의 실효성은 완전히 무력화됐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데는 규제 대상인 빅테크 플랫폼 기업들의 방관과 꼼수도 한몫했다. 호주 정부의 연령 인증 소프트웨어 시범 사업에 참여했던 소프트웨어 테스트 업체 KJR의 최신 조사에 따르면, 빅테크 플랫폼들은 연령 검증의 첫 단계부터 심각한 결함을 드러냈다.
KJR 연구진이 16세라고 나이를 속인 후 50개의 가짜 계정을 새로 개설해 테스트한 결과 인스타그램, 틱톡, 유튜브 등 9개 주요 플랫폼 가운데 그 어떤 곳도 가짜 계정에 대해 추가적인 나이 증명이나 실명 인증을 요구하지 않았다. 스스로 16세 미만이라고 솔직하게 입력할 때만 가입이 제한됐을 뿐 거짓으로 나이를 입력할 경우에는 아무런 제지 없이 계정을 생성할 수 있었다. 거대 IT 기업들이 규제 당국의 눈을 피해 초기 검증 단계를 느슨한 방식으로 운용하는 식으로 법망을 비웃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는 영국, 프랑스 등에도 반면교사가 되고 있다. 영국의 아동 권리 협약 단체 및 전문가들은 호주의 사례를 가리켜 “정치인들의 보여주기식 금지령이 가진 한계”라고 날을 세웠는가 하면, 영국의 아동 보호 단체 ‘몰리 로즈 재단’의 앤디 버로우 대표는 “단순히 접속을 금지하는 게 아니라 위험한 콘텐츠와 중독적 기능을 가진 오프라인 및 온라인 서비스 전반에 대한 근본적인 접근을 차단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SNS 연령 제한 법안이 이미 SNS를 활발히 이용하고 있는 청소년들의 습관을 바꾸는 데는 한계가 있을지 몰라도 아직 디지털 매체에 노출되지 않은 8세 미만 영유아들의 접근을 늦추는 데는 제한적인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