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후 전개는 요즘 세태를 반영하듯 흘러갔다. 장녀가 상담한 곳은 가족이나 지인이 아닌 생성형 인공지능 ChatGPT였다. 그는 “아빠에게 맞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라고 물었고, ChatGPT는 아동상담소에 연락하라는 답변을 내놨다. 장녀는 곧바로 아동상담소에 도움을 요청했다.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현장에 출동해 아베 감독을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수사 관계자는 “경찰이 가정 내 문제를 이유로 개입을 꺼리던 시대는 지났다”며 “아동학대와 가정폭력(DV), 스토킹 등 신체적 위험이 우려되는 사안에 대해서는 경찰이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체포된 아베 감독은 약 5시간 뒤인 26일 오전 0시께 석방됐다. 조사 과정에서 그는 “딸이 반항하는 태도를 보여 순간적으로 화가 났다”고 진술했으며, 자신의 행동에 대해서도 반성의 뜻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체포 소식이 전해지자 일본 X(옛 트위터)의 실시간 트렌드 상위권은 아베 신노스케 관련 키워드로 뒤덮였다. 일본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요미우리 감독이 현행범으로 체포됐다는 소식에 “딸을 폭행했다니 충격적이다” “요미우리 역사상 최악의 스캔들” “가짜 뉴스인 줄 알았다” 등의 반응이 잇따랐다.
후폭풍은 이튿날 구단으로 번졌다. 5월 26일, 아베 감독은 구단에 직접 사의를 표명했고 구단은 즉시 수리했다. 이날 오전 11시 40분께 열린 사과 기자회견에서 아베는 “제 가족 문제로 많은 야구팬과 프로야구 관계자, 구단에 큰 걱정과 폐를 끼쳤다”며 “전통 있는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이름에 먹칠을 했다”고 고개를 숙였다.
구단은 신속히 후속 조치에 나섰다. 야마구치 도시카즈 구단주는 “폭력은 결코 용납될 수 없는 행위”라며 “감독에 의한 폭력은 더욱 중대한 사안인 만큼 사임은 불가피했다”고 밝혔다. 요미우리 구단은 하시가미 히데키 코치를 감독대행으로 선임했다.

하지만 화려한 야구 인생과 별개로 사생활에서는 적지 않은 구설에 올랐다. 아내와는 2006년 결혼해 세 자녀를 뒀지만, 2012년 그라비아 모델과의 불륜 의혹이 주간지에 보도되며 큰 파장을 낳았다. 특히 아베가 변장한 채 해당 여성을 골판지 상자에 넣어 이동시켰다는 내용이 알려지면서 한동안 그는 ‘택배 신짱’이라는 별칭으로 불리기도 했다.
이후 야구계에서는 “아베 감독이 가족과 예전만큼 가깝게 지내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아베 역시 점차 야구에만 몰두하는 생활을 이어갔고, 최근에는 주변에 “가족과 대화가 많지 않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스포츠지 기자는 “아베 감독은 완고한 옛날식 아버지 성향”이라며 “딸의 옷차림이나 머리 모양 등을 두고 딸과 언쟁을 벌이는 일도 종종 있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감독으로서의 압박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아베는 3년 계약으로 요미우리 지휘봉을 잡았다. 첫해에는 리그 우승을 이끌었지만, 지난해에는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 ‘우승이 기본’인 요미우리에서 2년 연속 우승 실패는 사실상 용납되기 어려운 분위기였다. 이번 시즌에도 우승을 놓칠 경우 퇴진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그는 성적이 아닌 전혀 다른 이유로 지휘봉을 내려놓게 됐다.
한편 도움을 요청했던 장녀는 사태가 이처럼 커질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요미우리 관계자는 일본 언론에 “아동상담소에 연락한 것이 아버지의 체포로 이어지자 장녀가 ‘일이 너무 커져버렸다’며 후회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베 감독의 사퇴를 두고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다만 야구팬들 사이에서는 “한순간의 잘못으로 모든 것이 끝나서는 안 된다”며 복귀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로 온라인에서는 아베의 현장 복귀를 바라는 서명운동이 진행 중이다.
또 다른 논쟁도 불거지고 있다. 신고 과정과 그 내용이 어디까지 공개돼야 하는지를 둘러싼 논쟁이다. 전 후지TV 아나운서이자 현재 프리랜서로 활동 중인 가사이 신스케는 이번 사건 보도 과정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그는 “경찰이 사건 경위를 지나치게 상세하게 언론에 알렸다”며 “아동의 복지와 인권을 생각한다면 최소한 ‘가족이 신고했다’는 정도로만 발표했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가사이는 특히 신고자인 장녀가 떠안게 될 부담을 우려했다. 그는 “딸은 앞으로 ‘시즌 도중 아버지를 신고한 딸’로 기억될지도 모른다”며 “피해를 입은 아이가 그런 짐을 평생 안고 살아가야 한다는 건 너무 가혹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아이들이 ‘아동상담소에 상담하면 일이 이렇게까지 커지는구나’라고 받아들이면 앞으로 도움을 요청하는 아이들이 줄어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베 감독은 지휘봉을 내려놓았지만, 신고 과정과 개인정보 공개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