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의 이번 방문은 단순한 외교 방문이 아니었다. 지난 수개월 동안 미국을 향해 “이란을 쳐야 한다”고 집요하게 설득해 온 만큼 방문의 목적은 뚜렷했다. 바로 미국의 참전이었다. 네타냐후의 백악관 방문이 철저히 비밀에 부쳐져 있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도착 즉시 지하로 안내된 네타냐후가 도착한 곳은 백악관의 심장, ‘상황실’이었다. 보통 외국 정상과의 회담은 집무실이나 국무회의실에서 열리기 마련이지만, 이날은 달랐다. 전쟁을 논의하는 자리였기에 트럼프는 이례적으로 상황실에서 네타냐후를 맞았다. 이 선택 자체가 이미 이 회의가 얼마나 비밀스럽고, 또 얼마나 중대한 의미를 갖고 있는지를 말해주고 있었다.
상황실의 풍경은 그 자체로 한 편의 영화와도 같았다. 트럼프는 벽면을 가득 채운 대형 화면을 정면으로 응시하기 위해 평소와 달리 상석이 아닌 측면에 앉아 있었다. 그 맞은편에 네타냐후가 앉았고, 네타냐후 뒤쪽 화면에는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의 다비드 바르네아 국장과 군 수뇌부들이 화상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이는 마치 네타냐후가 이스라엘 군부를 등 뒤에 업고 트럼프를 압박하는 듯한 묘한 구도였다. 실제 네타냐후의 이날 브리핑은 단순한 보고가 아니었다. 그의 메시지는 다음과 같이 명확했다. ‘지금이 아니면 기회는 없다.’
이 자리에는 ‘트럼프의 입과 귀’라고 불리는 핵심 실세들이 총출동해 있었다. 수지 와일스 비서실장,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존 랫클리프 CIA 국장, 그리고 트럼프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까지 동석한 자리였다. 아제르바이잔 방문 중이었던 JD 밴스 부통령은 회의 일정이 너무 급박하게 잡히는 바람에 참석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는 전쟁에 가장 회의적이었던 그가 없는 상태에서 회의가 시작된 셈이었다.
네타냐후는 단조롭지만 확신에 찬 목소리로 브리핑을 시작했다. 그의 논리는 단순명료했다. 요컨대 이란 정권이 이미 내부적으로 흔들리고 있으며, 군사적으로도 취약한 상태라고 주장하면서 신권 통치를 끝내고 친서방 세속 정부를 세울 절호의 기회가 왔다는 것이었다. 또한 이란의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은 몇 주 안에 무력화될 것이고, 힘이 빠진 이란 정부는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엄두조차 내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주변국에 위치한 미군 기지에 대한 보복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분석도 내놓았다.

1시간 남짓 이어진 네타냐후의 브리핑이 끝나자 회의실에는 잠시 정적이 이어졌다. 그리고 입을 연 트럼프의 입에서는 다음과 같은 짧은 말이 흘러나왔다. “좋은 것 같은데(Sounds good to me).” 비록 말은 짧았지만 그 안에 담긴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네타냐후는 이 한마디를 미국-이스라엘 공동작전의 승인 신호로 받아들였다. 회의에 참석했던 다른 참모들 역시 같은 인상을 받았다. 전쟁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지만 그 순간 이미 방향은 정해진 듯 보였다.
하지만 다음 날인 12일, 분위기는 백팔십도 바뀌었다. 이스라엘 관계자들이 빠진 자리에서 미 정보당국은 이스라엘의 시나리오를 냉정하게 분석했고, 존 랫클리프 CIA 국장을 비롯한 정보 당국자들은 밤샘 분석 결과를 트럼프에게 보고했다. 결론은 명확했다. 이란 지도부를 정밀 타격하는 ‘참수 작전’이나 미사일 시설 파괴는 기술적으로 충분히 가능하지만, 이란 민중의 봉기나 쿠르드족에 의한 정권 붕괴는 현실성이 전혀 없다는 판단이었다.
랫클리프 국장은 이를 단 한마디로 잘라 정리했다. “터무니없다.” 루비오 국무장관 역시 ‘헛소리(Bullshit)’라며 보다 더 노골적인 표현을 들어 동조했다. 뒤늦게 아제르바이잔에서 날아온 밴스 부통령도 회의적인 입장에 가세했다.
트럼프는 단 케인 합참의장에게도 의견을 물었다. 그는 트럼프가 “ISIS를 누구보다 빨리 때려잡았다”며 신뢰하는 인물이었다. 트럼프의 질문에 케인 장군은 조심스럽게 답했다. “이건 이스라엘의 전형적인 수법(SOP)이다. 그들은 계획을 과잉 홍보하고, 우리를 끌어들이기 위해 압박한다.” 그러면서 케인 장군은 전쟁 이후는 어떻게 되는지, 가령 무기 재고 고갈, 호르무즈 해협 봉쇄, 확전 가능성 등을 차례로 짚었다. 특히 중동에서의 전쟁은 쉽게 끝나지 않는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에 전쟁 개시 여부를 두고 내각에서는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가장 강력한 ‘매파’는 헤그세스 국방장관이었다. 그는 “어차피 언젠가 이란을 처리해야 한다면 지금이 적기라고 생각한다”며 적극 찬성했다. 루비오 국무장관은 “전면전보다는 강력한 압박이 낫다”며 양가적인 태도를 보였고, 내각 실세인 와일스 비서실장은 중동 전쟁이 불러올 유가 폭등과 그로 인한 중간선거의 여파를 걱정했다. 하지만 그는 군사 전문가들 앞에서 자신의 의견을 내세우기보다는 “대통령의 결정에 따르겠다”는 태도를 유지했다.
결국 마지막까지 평화주의자로 남았던 인물은 밴스 부통령이었다. 그는 이 전쟁을 자원 낭비이자 예측 불가능한 재앙으로 봤다. 특히 이란이 궁지에 몰릴 경우 어떤 방식으로 대응할지 아무도 알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가 가장 우려했던 문제는 호르무즈 해협이었다. 만약 이곳이 봉쇄된다면 그 여파는 단순한 군사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경제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뜻에서였다. 하지만 그는 트럼프가 개입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지자 오히려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향으로 입장을 조정했다. 전쟁 자체를 막기보다는 그 범위를 제한하려는 시도였다.
심지어 트럼프의 막강한 우군인 터커 칼슨까지 백악관을 방문해서 “이란 전쟁은 대통령직을 끝장낼 수도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이렇게 조언하는 칼슨에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다 괜찮을 거다. 늘 그랬으니까”라며 특유의 근거 없는 자신감을 내보였다.
이처럼 측근들의 반대 의견에도 불구하고 트럼프는 마음을 바꾸지 않았다. 트럼프의 시선은 과거의 성공 경험에 머물러 있었다. 단기간에 끝난 군사 작전들, 예상보다 짧았던 전쟁의 경험들이 그의 판단에 영향을 주고 있었다. 그는 이번에도 비슷한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전쟁은 길지 않을 것이고, 결정적일 것이라는 확신이었다.
운명의 날은 2월 26일 목요일이었다. 최종 결정을 내리기 위한 마지막 회의는 사실상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했다. 참석자들은 이미 서로의 입장을 알고 있었다. 반대 의견도, 찬성 의견도 모두 나왔다. 하지만 그 누구도 대통령의 결정을 바꾸려 하지는 않았다.

결국 모든 시선이 대통령에게 향했다. 트럼프가 마침내 짧은 한마디로 입을 뗐다. “해야 할 것 같다.” 그의 판단 기준은 단순했다. 이란이 핵을 가져서는 안 되고, 이스라엘에 대한 미사일 위협을 완전히 뿌리 뽑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다음 날 오후, 최종 승인 시한을 불과 22분 앞두고 트럼프는 에어포스원에서 명령을 내렸다. 전 세계를 전쟁의 소용돌이로 몰고 갈 짧고도 강렬한 명령이었다. “에픽 퓨리 작전을 승인한다. 중단은 없다. 행운을 빈다.”
‘뉴욕타임스’는 전문가들의 우려와 정보 당국의 경고를 무시하고 도박을 한 트럼프의 결정에 대해 “아마도 47년 전 미국의 자존심을 짓밟았던 이란 신권 정권을 자신의 손으로 끝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혹은 자신을 암살하려 했던 적에 대한 사적인 보복심이 작용했을 수도 있다”라고 진단했다.
뉴욕타임스 보도 반응…“헛소리가 결국 현실이 됐다”
‘뉴욕타임스’의 특종 보도에 술렁인 해외 언론과 전문가들이 내놓은 반응은 충격과 비판 일색이었다.
미국 비영리 저널리즘 연구소인 ‘포인터 연구소’는 그 ‘헛소리’(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의 표현)가 결국 현실이 됐다고 말하면서 “문제는 그 과정이 치밀한 전략이 아닌, 극도로 불안정한 권력 내부의 충돌과 개인적 직관에 의해 좌우됐다는 점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 후폭풍이 지금, 미국과 이스라엘 정치권을 동시에 흔들고 있다”고 비난했다.
영국 BBC는 전쟁이 네타냐후의 당초 예상처럼 단기간에 끝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이란은 예상보다 강하게 버텼고, 체제는 무너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충돌을 가리켜 “승자 없는 전쟁”이라고 평가하는 한편, 네타냐후를 이번 전쟁의 가장 큰 패배자로 지목했다. 또한 BBC는 “오히려 역설적인 결과가 나타났다. 이란 정권은 살아남았고, 군부 세력은 더욱 결집했다. 이는 전쟁이 오히려 상대를 강하게 만드는 결과로 이어졌음을 의미한다”고 진단했다.
‘예루살렘포스트’는 이스라엘 내부에서 터져나온 비판의 목소리를 전달했다. 야권 지도자 야이르 라피드는 “역사상 전례 없는 정치적 재앙”이라면서 네타냐후가 “미국에 거짓말을 팔아넘겼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나프탈리 베네트 전 총리 역시 “국민에게 환상을 팔았다”라고 비난하면서 이란의 핵 프로그램 제거 실패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영국 ‘가디언’은 이스라엘이 미국 내 진보 진영과 MAGA 진영 모두에게 비난받고 있으며, 유대인 유권자 사이에서도 지지율이 역대 최저로 떨어졌다고 보도했다. 또한 CNN은 이후 휴전 협상 과정에서도 네타냐후가 철저히 배제됐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네타냐후가 외교적으로 결국 소외를 당했다고 평가했다.
‘예루살렘포스트’는 미국 정부의 평가에 대해서도 언급하면서 백악관은 이번 작전을 ‘미국의 승리’라고 규정했지만 국제사회와 언론의 평가는 전혀 다르다고 보도했다. 이란 정권은 여전히 건재하고, 핵 문제 역시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으며, 오히려 중동 지역의 긴장은 더 높아졌다는 점이 그 이유였다.
이번 전쟁은 정치적 균열도 남겼다. 미국 내부에서는 이스라엘의 영향력에 대한 비판이 확산되고 있으며, 전통적으로 유지돼 온 친이스라엘 합의 역시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진보 진영뿐 아니라 보수 진영에서도 “왜 미국이 이 전쟁에 끌려들어갔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이는 단순한 외교 문제를 넘어 미국 정치의 구조적 변화를 시사하는 신호로 해석된다고 ‘예루살렘포스트’는 전했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