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전격적인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전쟁이 한 달을 맞았다. 비록 한 달이지만, 그 여파는 이미 지구 반대편까지 전방위로 퍼지고 있다. 전 세계 원유의 30%, 그리고 LNG의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자 지구촌 전역이 유례없는 대재앙에 직면한 것이다. 단순히 유가가 오르는 수준을 넘어 먹거리와 일자리, 심지어 생존 자체까지 위협받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지난 한 달간 전 세계를 휩쓴 혼돈의 현장을 살펴본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LA에 거주하는 로버트라는 남성은 주유기 앞에서 허탈한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그의 집 앞에 있는 한 주유소에는 ‘일반 휘발유 갤런당 8.2달러(약 1만 2000원)’라는 숫자가 선명하게 적혀 있었다. 이는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상상조차 할 수 없던 가격이다.
현재 미국 전역의 휘발유 평균 가격은 4년 만에 갤런당 4달러(약 6000원)를 돌파했다. 공급망이 취약한 일부 지역에서는 5달러(약 7500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유럽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미 리터당 2유로(약 3500원)를 넘는 지역이 속출하고 있다. 프랑스 파리의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2.34유로(약 4000원)를 기록하기도 했다.
세계 에너지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자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이를 가리켜 “역사상 최대 규모의 석유 공급 충격”이라고 평가했다. 전쟁 발발 직전 배럴당 70달러(약 10만 5000원) 선을 유지하던 국제 유가는 한 달 만에 100달러(약 15만 원)를 돌파했다. 이에 월스트리트의 분석가들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풀리지 않는다면 유가는 전례 없는 200달러(약 30만 원) 시대에 진입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섬뜩한 경고를 내놓았다.

세계 4위 경제 대국인 일본의 경우에는 석유의 약 90%를 중동에서 수입하며, 이 가운데 70%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운송된다. 이에 일본 정부는 석유 공급업체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한편, 전략 비축유 약 8000만 배럴을 방출하기 시작했다.
에너지 위기는 지상에만 머물지 않고 있다. 하늘길 역시 돈 없으면 못 갈 정도로 붕괴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항공사 운영비의 25% 이상을 차지하는 항공유 가격이 폭등하자 전 세계 항공사들은 운임을 인상하거나 유류할증료를 올리면서 대응하기 시작했다. 가령 ‘에어뉴질랜드’는 장거리 노선의 경우 편도당 90뉴질랜드달러(약 8만 원) 이상의 할증료를 붙이기 시작했고, 프랑스의 ‘에어프랑스-KLM’은 장거리 항공권에 왕복 기준 50유로(약 8만 7000원)의 요금 인상을 단행했다. 홍콩, 인도, 파키스탄 등 아시아 주요 항공사들 역시 유류할증료를 최대 35%까지 인상하고 있다.

요컨대 디젤값이 오르면 물류비가 오르고, 물류비가 오르면 상품 가격도 덩달아 오르게 된다. 이때부터 전쟁은 우리 일상 속으로 들어오게 된다. 마트에서 우리가 집어드는 모든 물건들, 이를테면 식료품, 생활용품, 전자제품, 의약품 등 모든 제품이 영향을 받는다. 더욱이 석유는 우리 현대 문명에 반드시 필요한 플라스틱, 화학 제품, 의류 등의 근간이 되기 때문에 유가 상승은 곧 전방위적인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미 이런 물가 상승 조짐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일본에서는 국민 간식으로 불리는 와사비프 감자칩 생산이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도 벌어졌다. 감자를 튀길 기름을 데우는 보일러용 중유 확보가 어려워지자 공장 가동이 멈춰버린 탓이다. 이에 한 일본 누리꾼은 X(옛 트위터)에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와사비프 생산 중단으로 이어질 줄은 꿈에도 몰랐다. 와사비프 없는 삶은 상상할 수 없다!"라고 한탄하기도 했다.
인도에서는 플라스틱 병과 뚜껑 가격이 오르며 생수 가격이 치솟았고, 가스가 부족해지자 맥주 생산마저 차질을 빚고 있다. 이에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번 전쟁이 물가 상승과 성장 둔화라는 이중 충격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른바 스태그플레이션이다.

이미 연쇄 충격이 현실화되고 있는 나라들은 많다. 관광 대국 태국에서는 관광객이 급감했고, 호텔과 식당도 직격탄을 맞았다. 여행상품을 판매하는 '치앙마이 트레킹'를 운영하는 수와린 난타야는 태국 북부 산악 정글 트레킹 투어를 예약하려는 관광객들로부터 하루 약 30건의 이메일 문의를 받곤 했지만, 전쟁 발발 이후에는 하루 세 건으로 급감했다며 한숨을 쉬었다. 이미 예약했던 고객들도 줄줄이 취소하고 있다. 평소 같으면 밤 9~10시에도 관광객들로 붐볐을 치앙마이 워킹 스트리트의 노점상 거리는 지금은 한산해졌다.
인도에서는 식당들이 메뉴를 줄이고 영업시간을 단축하며 사투를 벌이고 있다. 50만 개의 식당을 대표하는 인도 식당 협회의 사가르 다르야니 회장은 "내일 살아남기 위해 오늘 사투를 벌이는 아슬아슬한 상황이다"라고 말하면서 전체 식당의 약 3분의 1이 심각한 영향을 받고 있다고 추정했다. 가스를 아끼기 위해 영업시간을 단축하거나, 메뉴 개수를 줄이거나, 아예 문을 닫고 휴점에 들어간 곳도 많다.

농업 분야도 위험에 처해있긴 마찬가지다. 현대 농업은 질소비료에 의존하는데 이 비료의 상당량은 걸프 지역에서 생산되거나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해 수출된다. 전쟁으로 이 흐름이 막히자 비료값이 급등하고 있으며, 비료값이 오르자 농부들은 비료 사용량을 줄이기 시작했다. 특히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의 농민들은 비료 가격이 조금만 올라도 한 해 농사를 포기해야 하는 처지다. 이에 자연히 생산량이 감소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 몇 달 뒤에는 곡물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게 될 수밖에 없는 위험한 상황이 됐다. 요컨대 지금의 유가 상승이 곧 식량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IMF는 이번 사태를 ‘비대칭적 충격’이라고 정의했다. 부유한 국가는 허리띠를 졸라매면 되지만, 개발도상국은 자칫 국가 자체가 붕괴될 수도 있는 위험에 처하게 됐다는 의미다.

이런 점에서 어쩌면 이번 중동 사태의 본질은 단순한 군사 충돌이 아닐 수 있다. 에너지에서 시작된 충격이 운송, 식료품, 제조업, 금융시장으로 확산되는 연쇄적인 경제 전쟁이 본질일지도 모른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