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인 기업가 A 씨(60대)는 통역을 맡은 비서와 의료 관계자를 대동하고 일본에 도착했다. 베이징 병원에서 초기 위암 진단을 받고 수술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내려지자, 치료를 위해 일본행을 택한 것이다. 공항에서 1박 10만 엔(약 95만 원)이 넘는 특급 호텔까지는 중국인 중개업자가 안내했다.
다음 날 아침, A 씨는 일본인 의료 컨설턴트가 준비한 차량을 타고 게이오대학병원으로 향했다. 일반 환자처럼 접수창구 앞에 줄을 설 일은 없었다. 그는 곧바로 응접실로 안내됐다. 잠시 후 의사가 들어오며 진료가 시작됐다. 이날은 검사만 이뤄졌고, 비용은 일본인 자유진료 가격의 3배에 달했다. 이후 한 차례 베이징으로 돌아간 A 씨에게 병원 측은 정식 수술 일정을 통보했다.
컨설턴트의 주선으로 의료체류 비자를 취득한 A 씨는 가족과 함께 다시 일본을 찾았다. 가족들 역시 고급 호텔에 머물며 A 씨가 입원한 동안 거의 매일 병원을 오갔다. 수술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A 씨는 일본에 도착한 지 2주도 채 되지 않아 퇴원해 베이징으로 돌아갔다.
의료 컨설턴트 다카후미 씨는 “위암은 일본 의료진이 특히 강점을 보이는 분야”라며 “수술의 정밀도가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이어서 중국 부유층이 암 수술을 받으러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수술비와 체류비를 포함하면 비용은 최소 1000만 엔부터 시작한다. 완전 소개제로 연간 3~4건 정도만 맡고 있다”고 덧붙였다.

TIMC 오사카에 따르면 “개설 1년 만에 약 570명이 이용했다”고 한다.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 중국인이다. 전액 본인 부담인 자유진료로 비용은 50만~80만 엔 수준이며, 모든 검사를 포함한 100만 엔 이상의 고가 플랜을 선택하는 비중도 상당하다. 중국 정부가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발언을 계기로 일본 방문 자제를 권고하고 있지만, 의료관광은 개인 단위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시장에는 큰 영향이 없는 것으로 분석된다.
#투석 환자도 즐기는 ‘럭셔리 여행’
의료관광에 적극적인 의료법인 중 하나는 나고야를 중심으로 종합병원과 요양시설을 운영하는 가이코카이그룹이다. 이곳은 연간 4000명의 외국인 환자를 유치하고 있으며, 그중 약 30%가 중국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대만과 인도네시아, 그리고 유럽과 미국에서도 문의가 늘고 있다.
가이코카이그룹은 특히 65세 이상 10명 중 1명꼴로 나타나는 ‘본태성 진전(원인 불명의 손떨림)’ 치료에 주력하고 있다. 병원 관계자는 “뇌의 특정 부위에 초음파 에너지를 집중하는 ‘집속초음파치료(FUS)’를 받기 위해 일본을 찾는 중국인 환자가 많다”고 전했다. 중국에는 식사를 통해 교류를 즐기는 문화가 있는데, 손 떨림 때문에 이를 피하던 환자들이 “치료 후 다시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게 됐다”며 만족도가 높다고 한다. 이 같은 수요는 현지에서도 확인된다. 지난해 4월 열린 ‘상하이 국제의료관광 박람회’에서는 FUS 치료를 소개한 세미나에 관련 업계 관계자들이 대거 몰렸다.

여행사가 주도하는 의료관광도 확대되는 추세다. 2010년부터 관련 사업을 추진해온 난카이국제여행사는 해외 환자와 일본 의료기관을 연결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병원 조율부터 입국 절차, 통역 인력까지 전 과정을 지원하며, 심혈관 질환과 암 치료, 재생의료 등 진료 분야도 폭넓다. 역시 중국인 환자의 비중이 높고, 고급 의료나 최첨단 치료를 목적으로 일본을 찾는 사례가 많다는 설명이다.
#일본인 환자 ‘뒷전’ 우려도…
글로벌 의료관광 시장은 약 10조 엔 규모로 평가된다. 아시아에서는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태국이 연간 300만 명, 첨단 의료를 강점으로 한 싱가포르가 약 50만 명, 미용·피부 시술에 특화된 한국이 약 60만 명(2023년 기준)을 유치하며 시장을 주도하는 흐름이다. 반면 일본은 대규모 환자 유치보다는 프리미엄 의료 서비스에 초점을 맞춘 구조로 전개돼왔다.

다만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교토민의연중앙병원 요시나카 다케시 명예원장은 “의료관광으로 지역 의료가 개선됐다는 사례를 본 적이 없다”며 “의사들이 수익이 나는 쪽으로 쏠릴 수 있지만, 의료의 기본은 환자 우선과 생명 보호”라고 지적했다. 일본의사협회 역시 “외국인 환자에게 높은 자유진료 가격을 적용하면 보험 진료를 받는 일본인 환자가 뒤로 밀릴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결국, 의료관광 확대는 병원 경영을 살리면서도 공공의료를 지키는 균형이 관건이다. 이 두 가지를 어떻게 조화시킬지가 앞으로의 과제로 남는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