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월 임시국회는 민주당의 상임위 가동과 국민의힘의 보이콧이 맞물리며 시작부터 파행 국면에 들어갔다. 민주당은 ‘일하는 국회’를 내세우며 10개 상임위와 예결위를 우선 가동하고 있고, 국민의힘은 ‘원 구성 정상화’를 요구하며 상임위 참여를 거부하고 있다. 법사위원장 한 자리를 둘러싼 갈등이 후반기 국회 전체의 운영 방식과 여야 주도권 싸움으로 확대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 주도로 선출된 10개 상임위와 예결위는 물론 야당 몫으로 남은 7개 상임위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민주당이 지난 6월 30일 본회의에서 전체 18개 위원장석 가운데 법사위원장과 운영위원장, 예결위원장 등 11개 위원장 선출안을 처리하자 국민의힘 의원들은 표결에 불참했다. 이후 강제 배정된 상임위원들의 사임계를 제출하고, 민주당이 야당 몫으로 남겨둔 7개 상임위원장 자리도 받지 않겠다고 밝혔다. 7월 임시국회에서도 국민의힘은 상임위 일정에 참여하지 않으며 원 구성 문제를 먼저 풀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원 구성 정상화 없이는 어떤 상임위도 받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상임위도 다 가져가고 국회 운영도 민주당 마음대로 하라”며 “지금부터 국정운영의 모든 책임은 오롯이 민주당의 몫”이라고 했다. 민주당이 다수 의석을 앞세워 핵심 상임위를 가져간 만큼, 이후 국회 운영의 정치적 책임도 민주당이 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국민의힘이 보이콧에 나선 핵심 이유는 법사위원장 문제다. 국민의힘은 법사위원장을 내준 상태에서 상임위에 복귀하면 민주당의 단독 원 구성을 사후 승인하는 모양새가 된다고 보고 있다. 법사위는 각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의 체계·자구 심사를 맡는 곳이다. 국민의힘은 국회의장에 이어 법사위원장까지 민주당이 맡으면 다수당의 입법 속도를 견제할 장치가 사라진다고 주장한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법사위를 쟁점 법안 처리의 통로로 활용할 가능성도 경계하고 있다. 정점식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장악한 법제사법위원회는 법치주의가 사망한 법사위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한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당 내부에서는 법사위원장 없이 나머지 상임위원장만 받는 것은 실익이 없다는 기류가 강하다”며 “민주당이 남겨둔 7개 상임위원장 자리를 거부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 국민의힘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민주당이 이들 핵심 위원회를 먼저 확보한 것은 후반기 국회에서 입법·예산 주도권을 놓치지 않겠다는 뜻”이라며 “이 구도를 받아들이는 순간 남은 국회에서 민주당에 대한 견제력이 더 약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실리적으로 남은 상임위원장이라도 받는 게 맞지만, 공소취소 특검법 등 민주당이 추진하려는 법안을 막기 위해서는 법사위는 꼭 가져와야 하니 보이콧을 진행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보이콧을 국회 마비 시도로 규정하고 있다. 한병도 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신속하게 임시회를 소집하고 위원장이 선출된 11개 위원회만이라도 먼저 회의를 열어 시급한 민생 현안을 살피겠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의힘을 향해 “상임위 배정마저 거부하고 전원 사임계를 제출해 국회를 마비시키려는 이유가 도대체 뭐냐”며 “민생마저 보이콧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민주당은 여당이 법사위원장을 맡아야 현 정부 주요 국정과제 입법을 안정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법사위를 야당이 맡을 경우 검찰개혁과 민생 입법 등 주요 법안이 체계·자구 심사 단계에서 지연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전체 18개 위원회(상임위·상설특별위) 가운데 11개를 먼저 구성하고, 나머지 7개를 야당 몫으로 남겨뒀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여야 대치가 길어지자 조정식 국회의장은 다시 중재에 나섰다. 조 의장은 지난 9일 한병도 민주당 원내대표와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 등 여야 원내지도부를 만나 제헌절인 오는 17일까지 원 구성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협의하라고 주문했다. 전반기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한 민생 법안이 쌓여 있는 만큼 상임위 공백을 더 방치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17일까지 여야가 절충안을 찾지 못할 경우 민주당이 남은 7개 상임위원장까지 가져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철준 기자 cj5121@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