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온라인에서 허위조작정보로 인한 피해가 확산하고 있다고 보고, 정보 유통을 억제하고 피해자를 구제할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언론계와 법조계 일각에서는 허위조작정보의 판단 기준이 명확하지 않을 경우 언론사가 고액의 손해배상 청구나 법적 분쟁을 우려해 공직자 검증과 권력 감시, 사회적 의혹 제기 등 공익적 보도에 소극적이 될 수 있다며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이번 개정법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불법·허위·조작정보를 유통해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법원이 손해액의 최대 5배 범위에서 배상액을 정할 수 있도록 했다. 시행령상 일정 규모 이상의 플랫폼 사업자에게는 불법·허위·조작정보에 관한 운영정책을 마련하고 신고·처리 절차를 구축하는 한편, 관련 처리 현황을 공개할 의무가 부과됐다. 다만 허위조작정보가 담겼다고 판단한 게시물을 삭제하거나 노출 제한할지는 플랫폼 사업자가 자체 운영정책에 따라 판단하게 돼 있어 플랫폼별 기준과 실제 집행 방식에 차이가 생길 수 있다.
법조계에서는 허위조작정보의 판단 기준이 명확한지 우려가 제기된다. 악의적으로 조작된 정보나 딥페이크, 사기성 광고, 선거를 겨냥한 허위정보를 규제해야 한다는 점에는 큰 이견이 없지만, 정치·사회 현안 보도는 취재·보도 당시 확인된 사실과 이후 수사나 재판을 통해 확정된 사실이 다를 수 있는 만큼 고의적인 허위정보 유통과 구분해 판단해야 한다는 견해가 나온다.
헌법재판소 연구관 출신 변호사 A 씨는 “형식적으로는 사후 제재라고 해도 기준이 불명확하면 표현 주체는 사전에 위축될 수 있다”며 “특히 공직자 검증이나 권력 감시 보도는 사실관계가 수사·감사·재판 과정에서 새롭게 정리되는 경우가 많아 개정법 적용 과정에서 별도 기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언론 분쟁을 다뤄온 법률 전문가들도 비슷한 우려를 제기한다. 언론중재 실무를 맡고 있는 양재규 변호사(언론중재위원회 연구교육본부장)는 “단순히 결과적으로 허위 보도가 됐다는 것만으로는 가중배상 대상이 되기 어렵고, 허위인 줄 알았는지, 타인에게 손해를 끼치거나 부당한 이익을 얻을 목적이 있었는지 등 기초적인 장치는 마련돼 있지만 언론 보도가 위축될 가능성은 분명히 있다”며 “보도 당시 공익성과 취재 근거를 갖췄는지 등 법원의 판단 기준에 달려 있다. 특히 정치인 재산 형성 의혹, 공직자 이해충돌 의혹, 기업 특혜 의혹 등 처음부터 모든 사실관계가 확정된 상태에서 보도되기 어려운 기사에 대한 판단 기준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법률 전문가들이 법 적용 요건과 판단 기준을 문제 삼는다면, 언론계는 실제 취재·보도 현장에서 나타날 위축 효과에 더 주목하고 있다. 한국기자협회는 지난 6일 성명에서 허위조작정보 확산을 막고 온라인 공간의 책임성을 높이겠다는 입법 취지에는 공감한다고 밝혔다. 다만 법 집행 과정에서 표현의 자유와 국민의 알 권리가 위축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언론사가 고액의 손해배상 청구와 법적 분쟁에 반복적으로 노출될 경우 공익적 취재와 보도가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다. 협회는 허위조작정보 판단 기준과 절차를 명확히 하고 공익적 취재·보도 활동을 보호할 실효성 있는 장치를 보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쟁점은 플랫폼에 부과된 의무가 실제 게시물 처리 과정에서 어떻게 작동하느냐다. 허위조작 여부 판단과 후속 조치가 플랫폼 사업자의 자율 판단에 맡겨진 만큼, 사업자가 법적 책임을 피하기 위해 논란이 되는 게시물을 선제적으로 삭제하거나 노출 제한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연아 변호사(법무법인 세종)는 “개정안에 따르면 플랫폼이 자체 판단하기 어려운 사안은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 특별위원회 심의로 넘길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이 마련됐지만 특별위원회 판단을 거쳐 조치했더라도 최종적인 법적 책임에서 플랫폼이 면책되는 규정은 아니다. 향후 소송에서 전문가 심의를 거쳤다는 점을 항변할 수는 있지만, 면책을 위한 법적 요건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플랫폼에서) 표현의 자유와 피해 구제 사이에서 이익형량을 해야 하는데, 이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판단하는 것은 플랫폼에도 부담”이라며 “면책 규정이 없는 만큼 판단이 쉽지 않은 영역에서는 법적 책임을 피하기 위해 보수적으로 판단하게 될 가능성이 상당히 있다. 특히 선거 기간에 특정 후보나 정당에 불리한 보도가 신고를 이유로 일시 차단됐다가 나중에 복구되더라도, 이미 유권자의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시점이 지나간 뒤일 수 있는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
정치권에서는 플랫폼의 삭제·차단 조치가 사전 검열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두고 여야의 입장이 엇갈린다. 국민의힘은 법안 처리 과정에서 개정안이 온라인 표현을 과도하게 제한할 수 있다며 이른바 ‘온라인 입틀막법’이라고 비판했다. 정점식 원내대표는 플랫폼에 삭제·차단 의무를 사실상 강제하면 사전 검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고, 신동욱 최고위원은 이재명 대통령과 정부·여당을 향한 비판적 표현을 제한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박경미 대변인은 허위조작정보 피해를 막기 위한 법안을 ‘입틀막’으로 표현하는 것은 입법 취지를 왜곡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향후 총선 등 선거 기간에는 후보자 검증 보도와 의혹 제기를 둘러싼 신고나 게시물 차단, 손해배상 분쟁 등이 집중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후보자 검증 보도와 의혹 제기는 선거일을 앞두고 집중되는 경우가 많아 게시물이 일시적으로 차단됐다가 사후에 복구되더라도 유권자에게 정보가 전달돼야 할 시기를 놓칠 수 있다. 한 민주당 인사는 “민주당 내부에서도 개정안이 선거 때 상대 진영의 폭로나 언론 보도를 묶는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며 “정치적 보도에 법이 적용되는 첫 사례가 나오면 법안 자체가 다시 정쟁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법률 전문가들은 법 시행 초기의 주요 과제로 허위조작정보의 구체적인 판단 기준을 마련하는 일을 꼽는다. 플랫폼의 자체 신고·처리 절차와 관련 분쟁조정 제도가 피해를 신속하게 구제하는 수단이 될 수 있지만 이들 절차가 정치적 표현이나 언론 보도의 허위성을 최종적으로 판단하는 기준을 대신해서는 안 된다는 우려가 담겨 있다. 공익적 보도에 대한 제재 여부는 일부 내용의 진위만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보도 당시 확보된 자료와 취재 과정, 공익성, 반론 기회 제공 여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는 지적이다.
변호사 A 씨는 “허위조작정보와 공익적 문제 제기를 구분하려면 현재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가 판단하는 수준보다 더 높은 기준이 필요하다”며 “특히 선거 보도나 권력 감시 보도는 사후적으로 일부 사실관계가 달라질 수 있는 만큼 결과만 보고 제재할 것이 아니라 보도 당시 합리적 근거가 있었는지를 중심으로 봐야 한다. 그 기준이 분명하지 않으면 법 시행 초기부터 언론 위축 논란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김철준 기자 cj5121@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