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설치를 위한 특별법 제38조에는 “통합특별시 설치 이전에 임용된 공무원은 종전의 광주시 또는 전남도 관할구역 안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본인의 명시적 동의가 있는 경우 그러하지 아니한다”고 규정돼 있다. 통합으로 인해 강제적인 원거리 전보 등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는 조항이다.
7월 3일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광주지역본부 광주시지부는 ‘특별법에 명시된 종전근무지 보장 사주를 위한 조합원 중식 결의대회’를 열고 종전 근무지 원칙 보장을 요구했다. 노조는 안전민생부시장의 4급 이상 공무원 ‘근무지 이동 동의서’ 제출 지시가 종전 근무지 원칙 개정 시도와 관련돼 있다고 의심한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측은 동의서 제출 지시를 한 적 없다는 입장이다.
노조 한 관계자는 “‘내가 광주 생활권에 있고 부양가족이 있는데, 만약 (전남) 신안이나 (동부로) 멀리 가버릴 수도 있지 않냐’는 우려가 있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4급이면 시에서는 과장급이다. 동부청사나 무안청사로 가면 친한 사람이 아무도 없다. 그러면 5급이나 6급에 같이 가자. 이런 순서가 된다. 그래서 4급을 먼저 그쪽에 배치하고 직원을 유인하려는 속셈이지 않을까 싶다”고 주장했다.
예산·인사·기획조정 등 주요 권한에 대한 주도권 다툼도 치열하다. 주청사 논란이 핵심 쟁점이다. 민 시장은 광주시청·무안 전남도청·순천 동부청사를 활용한 ‘3청사 체제’를 약속했다. 동부청사를 산업·경제와 미래 성장 기능 중심으로, 무안청사를 시민주권·안전·생활행정·농해수산 정책 중심으로, 광주청사를 기획조정과 정무·기관 유지 기능 중심으로 배치하는 방안이다.

전남도청공무원노동조합 관계자는 광주 청사가 기획조정·정무·기관 유지 등 핵심 기능을 맡으면 ‘광주 쏠림’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핵심 부서들을 기간 유지 부서라고 해놨다. 그 부서들이 다 지금 광주로 발표됐다”며 ‘사실상 광주 청사가 주청사’라고 했다. 그는 “지금 호남의 수도는 광주다. 인구가 제일 많고, 정치·문화·의료 모든 게 대도시화돼 있다. 하나의 일극 체제를 만들어가고 있는 거다. 전남은 소외된다. 인구 소멸이 심각한데 (인구가) 흡수돼버리면 광주만 커질 것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민주당 한 의원은 “청사 문제는 역사성이 있다. 광주하고 전남이 분리된 이후 전남청사가 무안으로 유치되는 과정이 있다. 당시 동부권은 산업 중심지로 성장하고 있었다. 철강, 석유 화학 등 산업 중심은 동부권이 가져가고 서남권은 그런 산업이 없으니 행정 중심을 가져가자 합의가 된 거다. 그런 균형발전 전략을 잡은 것이다. 그런데 그것이 깨져버리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남 동부권에선 광주와 전남 서부에 지원이 집중되고 있다는 불만이 감지된다. 전남 해남엔 삼성전자가 총 17조 원을 투입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할 계획이다.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는 광주 군 공항 부지에 조성하기로 결정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800조 원을 투자해 호남에 반도체 팹(Fab·공장) 4기를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동부권을 지역구로 둔 통합특별시의원은 “최근 서부권에 (지원이) 쏠리는 것들이 있었다. 동부권에서는 통합으로 인해 균형감을 잃게 되는 것들에 대한 걱정이 크다. (동부청사에 주소지를 두겠다는 부분은) 본 청사가 온다며 좋아하는 분도 있다. 그러나 실제로 권한을 얼마만큼 주느냐는 부분에 대해 말이 없어 썩 환영할 만한 것은 아니라는 말씀을 주시는 분도 있다”고 전했다. 이 의원은 “어느 한 곳 기능을 이동하기 어렵다. 지역마다 절박한 사정들이 있다. 무안청사(서부권) 같은 경우 도청 기능이 빠져나오면 (지역이 마비되는) 사정이 있다”고 덧붙였다.
지역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면서 ‘민형배표 통합 구상’은 시험대에 올랐다. 민 시장은 광주 확장형 통합이 아닌 권역 분산형 연합도시 모델을 추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권역별로 산업과 행정 기능을 분담해 각 지역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특화된 기능을 담당하기 때문에 각 지역의 잠재력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고, 단일 거점 집중에 따른 주변 지역 쇠퇴 문제를 방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각 지역이 예산·인사·기획조정 등 핵심 기능까지 자치 지역에 배치해야 한다고 요구하면서, 권역별 기능 분담이라는 구상이 오히려 지역 간 주도권 경쟁으로 이어지는 딜레마에 직면한 모습이다.
7월 9일 전남광주대전환위원회가 개최한 타운홀 미팅에서 민 시장은 “특별법 어디에도 주청사 개념은 없다”며 “광주·무안·동부청사 모두가 주청사이며 특정 지역이 중심이 되는 구조는 아니다”고 말했다. 반도체 클러스터가 광주 집중 문제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에는 “반도체 투자 효과는 특별시 전역으로 확산할 수 있도록 산업 생태계를 함께 구축하겠다”며 갈등 진화에 나섰다.

마강래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는 “선택과 집중 원칙에 맞게 계획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도 “여기에 무시할 수 없는 게 정치적 수용성이다. 경제 논리로는 진행할 수 있어도 지역 주민들이 받아들이지 않거나 갈등을 유발할 소지가 있으면 유연한 계획이 필요한 것이다. 그래서 (청사가) 하나여야 된다고 주장하기에는 어려운 상황 아닌가 생각이 든다. 지역 특화 행정 시스템으로, 단기적으로 나아가되 중장기적으로는 통합 행정을 염두에 두면서 계획을 짰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마 교수는 “행정구역 통합을 했을 경우 손대야 되는 게 어마어마하다. 복잡한 작업이다. 그러나 본질적인 목적이 있다. 산업 생태계를 구축해 청년들의 좋은 일자리를 창출해 내는 것이다. 청년이 빠져나가는 이유이기 때문”이라며 “결국 정치의 영역이다. 정치와 경제가 따로 갈 수는 없다. 이 갈등을 어떤 방식으로 해결하는지, 그 과정에서 지방자치가 더 강해질 수 있다.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일이기 때문에 이런 시행착오 경험을 잘 축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강원 기자 2000won@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