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의 슬립테크는 더 이상 안대나 기능성 베개에 머물지 않는다. 밤새 뒤척임을 감지해 수면 자세를 자동으로 조절하는 스마트 침대부터 짧은 낮잠을 위해 설계된 전용 수면 부스까지, ‘잘 자는 기술’은 점점 더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가장 눈길을 끄는 키워드는 단연 ‘리커버리웨어(Recovery Wear)’다. 특수 세라믹을 함유한 기능성 섬유를 적용해 혈액순환을 돕고 피로 회복을 지원한다고 내세운 홈웨어와 파자마가 잇달아 등장하고 있다. 대표 주자가 일본 웰니스기업 텐셜이 개발한 바쿠네다. ‘입고 자는 피로 회복 파자마’라는 콘셉트로 입소문을 타며 일본 수면 시장의 히트 상품으로 떠올랐다. 2026년 6월 기준 누적 판매량은 200만 세트를 넘어섰고, 상·하의를 각각 집계한 판매량은 400만 벌을 돌파했다.
열기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아오키, 니토리, 이온 등 패션·가구·유통 기업들까지 잇달아 시장에 뛰어들면서 ‘잠옷도 회복을 위한 기능성 의류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이 빠르게 확산되는 분위기다. 요미우리신문은 일본 조사기관을 인용해 “리커버리웨어 시장이 2030년 약 1700억 엔(약 1조 5800억 원)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후드에 내장된 헤드셋은 외부 소음을 차단하는 동시에 개인의 수면 상태에 맞춘 맞춤형 사운드를 제공한다. 이쯤 되면 단순히 ‘입는 잠옷’이 아니다. 언제 어디서나 사용자에게 가장 이상적인 수면 환경을 구현하는 ‘움직이는 침실’에 가깝다.
#서서 낮잠 자는 시대
충분히 잠을 확보하기 어려운 현실은 또 다른 시장을 키우고 있다. 바로 ‘낮잠’이다. 도쿄의 한 컨설팅 회사에서 일하는 52세 직장인은 “평일에 매일 8시간씩 자는 건 현실적으로 꿈같은 이야기”라며 “그래서 짧은 낮잠이라도 더 잘 자는 방법을 익혀 그 효과를 최대한 활용하고 싶다”고 말했다.

가장 큰 특징은 침대 없이도 편안하게 쉴 수 있다는 점이다. 머리와 엉덩이, 정강이, 발바닥 등 네 지점으로 몸을 지탱해 서 있는 자세에서도 안정적으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차지하는 공간도 침대보다 훨씬 적어 사무실은 물론 공간이 협소한 곳에도 설치가 가능하다. 개발사는 “서 있는 자세에서도 얕은 수면 단계인 ‘비렘수면 2단계’까지 도달할 수 있다”며 “깊은 잠에 빠져 멍한 상태로 깨는 대신, 20분 정도 짧게 쉬고 곧바로 컨디션을 회복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정말 서서도 잠을 잘 수 있을까. 수면학 권위자인 야나기사와 마사시 교수는 “가능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가 중요하게 보는 것은 자세보다 ‘20분’이라는 시간이다. 이를 넘기면 깊은 잠에 빠질 가능성이 커지고, 잠에서 깬 뒤 오히려 더 피곤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낮잠은 어디까지나 응급처방일 뿐, 장기적인 수면 해결책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일본의 캡슐호텔은 원래 저렴한 가격에 작은 캡슐형 객실을 제공하는 숙박시설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 공간이 잠을 자는 곳을 넘어 ‘잠을 분석하는 곳’으로 진화하고 있다. 객실 구조와 환경이 대부분 비슷해 수면 데이터를 수집하고 비교하기 적합하다는 점에 주목한 것이다.
일례로 도쿄의 ‘나인 아워스 아카사카’다. 이곳은 고객 동의를 거쳐 익명화한 수면 데이터를 의료기관과 연구기관에 제공하고, 수면 상태가 좋지 않은 고객에게는 전문 클리닉을 연계한다. 객실 안에 설치된 다양한 센서가 웨어러블 기기 없이도 몸의 움직임과 코골이, 호흡 등을 감지해 수면 상태를 평가하는 방식이다.
수면 분석 서비스를 신청하면 개인별 리포트도 받아볼 수 있다. 리포트에는 수면 패턴을 비롯해 수면무호흡증 등 수면 질환의 위험도까지 담긴다. 이용자들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한 남성 고객은 “예상보다 코골이가 심하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생활습관을 돌아보게 됐다”고 했고, 또 다른 고객은 “막연히 잠을 설친다고 생각했는데 수면 상태를 수치로 확인하니 개선해야 할 점이 훨씬 분명해졌다”고 전했다.

슬립테크의 무대는 이제 침실을 넘어 집 전체로 확장되고 있다. 일본에서는 조명과 실내 온도, 습도까지 자동으로 조절하는 신축 아파트도 등장했다. 욕실까지 밝은 천장 조명을 사용하던 기존 주택과 달리, 저녁이 되면 조도를 자연스럽게 낮추고 실내 환경을 수면에 맞춰 바꿔준다. 잠드는 순간만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귀가하는 순간부터 수면을 준비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