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은 기본적으로 교사 개인이 학부모와 직접 싸우지 않도록 교장단과 교내상주경찰(SRO)이 전면에 나서는 구조를 갖고 있다. 학생이 규칙을 어기면 ‘행동 규약’에 따라 엄격하게 격리되거나 정학 처분을 받는다. 다만 최근에는 교사의 권한과 의무의 균형, 혹은 교사의 면책 범위를 두고 법적 공방이 벌어지는 일도 잦아지고 있다.
일례로 펜실베이니아주에서는 교사의 징계나 비위 고발 건에 대해 비밀을 유지하도록 강제하던 주법률의 일부 조항이 학부모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위헌 판결을 받기도 했다. 요컨대 교권 보호를 위한 법적 장치가 사회적 알 권리와 충돌한 것이다.
교권 보호를 둘러싼 문제는 정치권 공방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2023년, 켄터키주 하원은 교사가 수업을 방해하는 학생을 즉시 교실 밖으로 내보낼 수 있는 ‘학교 징계 법안’을 89 대 6이라는 압도적인 표차로 통과시켰다. 동일한 학생이 30일 안에 3회 이상 퇴실 조치를 받으면 ‘상습 방해 학생’으로 분류돼 정학 처분을 받을 수 있다. 여기에 더해 교직원이나 다른 학생에게 위협을 가한 경우에는 퇴학도 가능하다. 법안을 발의한 팀 트루엣 공화당 의원은 “교사들이 교실 안에서 벌어지는 일을 통제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이는 “상식적인 학교 규율을 복원하라”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과도 맞물려 있다. 요컨대 진보적 성향의 정부가 추구했던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DEI) 교육 기조가 오히려 학교 안전을 해치고 교사들의 손발을 묶었다는 주장으로, 이를 되돌려 교실 기강을 강하게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스테이트라인’에 따르면, 이런 맥락에서 웨스트버지니아주는 유치원부터 초등학교 6학년까지의 학생이 폭력적이거나 위협적이거나, 혹은 방해 행동을 보일 경우 즉시 교실에서 격리시키고 상담 및 행동계획을 수립하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텍사스주에서도 가해 학생을 대안 교육 프로그램에 최소 30일간 강제 위탁하는 이른바 ‘교사 권리장전’ 법안이 하원을 통과했다.
이런 행정명령이 내려진 배경에는 날로 심각해지는 미국 교사들의 위기감도 있다. 미국심리학회(APA)는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후 교사와 교직원에 대한 학생들의 위협 및 폭력이 높은 수준으로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학생으로부터 언어폭력이나 위협을 경험한 교사는 팬데믹 이전 65%에서 80%로 늘었으며, 학부모로부터 언어폭력 및 위협을 경험한 교사 역시 53%에서 63%로 증가했다.
이에 이직, 전근, 조기퇴직 의향을 밝힌 교사 비율도 팬데믹 기간 전후를 비교했을 때 49%에서 57%로 상승했다. 교사들의 스트레스 지표 역시 심각한 수준이다. 직무 스트레스를 빈번하게 느낀다고 답한 교사는 55%였으며, 번아웃을 호소한 교사도 57%나 됐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이러한 강경 대책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는커녕 또 다른 인권 침해와 교육 불평등을 낳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기 때문이다. ‘텍사스 시민권 프로젝트’의 알리시아 카스티요는 “일률적 처벌이 유색인종, 장애 학생, 저소득층 학생에게 더 큰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의 경우는 어떨까. 일본은 이미 2000년대 중반부터 악성 민원을 일삼는 ‘몬스터 페어런츠(진상 학부모)’ 현상을 겪은 나라다. 가령 “내 아이가 온라인 도박으로 돈을 잃었으니 학교가 보상해라” “입학식 날에 맞춰 교정에 벚꽃이 피지 않았으니 학교가 책임져라” “아이가 등교 준비를 안 하니 교사가 매일 아침 집으로 와서 아이를 픽업해라” “졸업앨범 사진에 내 아이가 적게 나왔으니 앨범을 다시 인쇄해라”는 등 황당한 요구들이다. 심야에 교사 개인 번호로 전화를 걸어 폭언을 퍼붓는 사례도 있었다.
이로 인한 교사들의 극단적 선택, 정신 질환 호소 등이 사회적 재앙 수준으로 치닫자 일본 정부와 지자체는 법적 및 행정적 매뉴얼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재팬타임스’와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2025년, 도쿄도 교육위원회는 학부모의 과도한 민원과 폭언에 대응하기 위한 파격적인 대책을 내놓았다. 핵심은 교사가 혼자 학부모를 상대하지 않도록 하는 데 있다. 학부모 면담은 평일 방과후 30분에서 최대 한 시간으로 제한되며, 모든 전화와 대면 상담은 사전 고지 후 녹음할 수 있다.
대응 방식도 단계별로 세분화했다. 1~2회차 면담에는 복수의 교직원이 동석하고, 3회차부터는 교감 등 관리직이 주도하며, 4회차에는 심리 전문가와 변호사가 동석한다. 5회차부터는 아예 변호사가 학교 측 대표로 법적 대응에 나선다. 만약 학부모의 폭언이 계속되면 최대 다섯 명의 교직원이 함께 대응하고, 그래도 멈추지 않으면 보안업체를, 폭행을 행사하거나 퇴거를 거부하면 즉각 경찰에 신고한다.
그럼에도 최근 일본 공립학교의 교사 부족 사태는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과도한 업무와 학부모 갑질 스트레스가 겹치면서 연간 5000~6000명에 달하는 교사가 정신 질환을 이유로 휴직계를 내기도 했다. 초등 교사 임용 경쟁률 역시 과거 10 대 1 수준에서 역대 최저 수준(2.3 대 1~2.9 대 1)으로 떨어지는 등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중국
중국은 글로벌 교육기관 ‘바르키 재단’의 조사에서 ‘교사 위상 지수’ 세계 1위를 종종 차지하는 국가다. 유교적 전통의 영향도 있지만, 국가가 법적으로 교사의 권위를 강하게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결과다. 가령 중국 교육부는 교사에게 합법적인 ‘징계권(훈육권)’을 부여하고 있으며, 교사는 수업 중 격리, 반성문 작성, 교내 공공봉사 등을 합법적으로 지시할 수 있다. 교사의 정당한 생활지도에 학부모가 과도하게 개입하는 것 역시 법적으로 제한되어 있다.
하지만 중국의 교육 현장은 최근 유례없는 전환기를 맞고 있다. 중국 정부가 과거 교사의 그림자도 밟지 못하던 시절의 엄격한 훈육 방식 대신 초·중·고 교실 내 체벌과 언어폭력을 전면 금지하는 새로운 ‘학교 훈육 규정’을 제정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 조치는 그동안 중국 교육계에서 끊이지 않았던 과도한 체벌 논란과 이에 따른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자구책이었다.
이 규정의 핵심은 교사가 독자적으로 판단해 내릴 수 있는 징계의 수위를 3단계로 정확히 구분했다는 점이다. 1단계는 경미하게 규칙을 위반하거나 수업을 방해한 경우로, 이때 교사는 구두 경고, 반성문 작성, 교실 내 특정 공간 격리, 방과 후 청소 등의 조치를 독자적으로 내릴 수 있다.

이런 규칙 덕분에 중국 교사들은 수업을 방해하는 학생에게 “교실 뒤로 가라”거나 “반성문을 쓰라”고 지시할 때 학부모의 눈치를 보지 않는다.
다만 학생의 뺨을 때리거나 매를 때리는 등 직접적인 신체적 고통을 가하는 모든 행위, 정신건강을 해칠 수 있는 모욕적인 언행은 금지된다. 또한 오래 서 있게 하거나, 불편한 자세를 강요하는 행위, 고의적 고립 같은 은밀한 형태의 체벌 역시 허용되지 않는다. 하지만 일부 교사들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명확한 가이드라인 없이 신체 및 정신적 고통의 기준을 모호하게 규정해 놓았기 때문에 거친 학생들을 통제하기가 훨씬 더 어려워졌다”라는 불만이다.
#프랑스
프랑스에서 교사는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직업이 아니다. 공화국의 가치를 전수하는 국가공무원으로 예우 받으며, 교사에 대한 모욕이나 위협은 국가 공권력에 대한 도전으로 간주되어 강력한 처벌이 내려진다. 실제 프랑스 형법 제433-5조에 따르면, 교사의 존엄성을 해치는 모욕적인 언사, 협박, 행동은 ‘공무원 모욕죄’라는 중범죄로 다루어지며, 별도의 가중 처벌이 내려진다. 혼자서 교사를 모욕한 경우 최대 6개월의 징역형과 7500유로(약 1200만 원)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으며, 여러 명이 가담하거나 신체적 위협을 일삼은 경우에는 징역 1~2년 및 수천만 원의 벌금형이 내려진다. 학부모가 학교에 찾아와 교사에게 폭언을 퍼붓는 경우 역시 즉각적인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프랑스 교사들이 가진 가장 독특하고 강력한 법적 권리는 ‘근무 거부권’이다. 프랑스 공무원법에 명시된 권리로, 교사는 자신이나 학생의 생명이나 건강에 ‘심각하고 급박한 위험’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수업을 즉시 중단하고 교실 밖으로 대피하거나 출근을 거부할 수 있는 권한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프랑스 정부는 교사가 수업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학습 환경을 방해하는 외부 요인을 법으로 제거해주었다. 이미 유치원, 초중고 교내에서 스마트폰과 태블릿 등의 사용을 법으로 전면 금지한 경우가 바로 그렇다.
#독일
독일 역시 교사를 공무원으로 예우하며, 이에 따라 학교의 징계 조치 역시 엄격하게 제도화되어 있다. 독일 공립학교 교사는 대부분 각 주정부에 소속된 공무원 지위를 가진다. 따라서 교사가 학생에게 내리는 지시나 징계는 단순한 훈계가 아니라 국가 공권력에 기반한 ‘행정 조치’로 취급된다. 다시 말해 체벌은 금지되어 있지만, 공권력 지위는 최대한 보장 받는다.

2단계에서는 ‘행정 징계 조치’가 내려진다. 권한 주체는 교사 개인이 아닌 학교장 또는 학교협의회에 있으며, ‘교육적 조치’로도 해결되지 않는 심각한 교권 침해나 수업 방해가 지속되면 법에 따라 서면 경고, 최대 수주일간의 정학(수업 참여 금지), 타반 이동, 심한 경우 강제 전학 및 퇴학 조치가 내려진다. 이때도 학부모는 아무런 개입을 할 수 없다. 학부모가 교사 개인의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어 항의하거나 교무실로 찾아와 멱살을 잡는 등의 행위는 법적으로 전면 차단되어 있으며, 학교의 조치에 불만이 있다면 교사 개인에게 따지는 것이 아니라 행정법적 절차(이의신청)를 밟아 교육청이나 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그럼에도 독일의 공교육 현장에서도 충격적인 사건들은 연이어 벌어지고 있다. 교실 내부의 폭력 수위가 단순한 반항을 넘어 살인 미수나 칼부림 등 강력 범죄의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독일 dpa통신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독일 교사를 상대로 한 살인, 강간, 중상해 등 중대 폭력 범죄는 지난 10년 사이 268건에서 557건으로 두 배 이상 급증했다. 학교 전체로 보면 폭력 범죄는 2022년 약 2만 1000건에서 2024년 2만 9000건으로 크게 증가했다.
폭력에 무방비로 노출된 교사들의 36%는 극심한 정서적 고갈(번아웃)을 겪고 있으며, 전체 교사의 27%는 “기회만 된다면 당장 교직을 떠나고 싶다”고 고백했다. 실제 교사들의 대탈출은 현실화되고 있다. 독일상태문화부장관회의(KMK)는 독일 전역에서 2만 5000명의 교사가 부족할 것으로 내다봤으며, 교사연합(VBE)은 실제 공석이 5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익명을 원한 한 교사는 “동료들이 떠난 자리를 메우기 위해 남은 교사들이 초과 근무에 시달리고 있다”며 “불안정한 교실을 진정시키고 학생들과 소통할 시간조차 부족한 게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