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지만 뜻밖의 이슈가 불거졌다. 외아들이 상속을 포기했다는 보도가 나온 것이다. 20억 엔에 달하는 유산이 있다면 세금을 내고도 상당한 재산이 남을 텐데, 왜 상속을 포기한 걸까. 일본은 상속 취득재산이 6억 엔을 넘을 경우 최고 55%의 세율이 적용된다. 현지 매체들은 나카야마의 상속세 부담이 10억 엔을 웃돌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더욱이 문제는 납부 방식이다. 일본의 상속세는 상속 개시 사실을 안 날로부터 10개월 이내에, 현금으로 일시 납부해야 한다.
나카야마가 남긴 유산은 저작권과 인세, 부동산처럼 자산 가치는 크지만, 단기간에 현금화하기 어려운 재산이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0억 엔이 넘는 세금을 현금으로 납부하기 위해서는 자산을 서둘러 처분하거나 대출을 받아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선택이다.
실제로 고가의 부동산은 매수자를 찾는 데 시간이 걸리고, 저작권이나 상표권 같은 권리 자산은 거래 과정이 복잡하다. 미술품이나 귀금속 역시 마찬가지로 환금성이 낮은 자산이다. 자산을 급히 처분하다 보면 제값을 받지 못할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세금을 납부하고 나면 남는 재산이 기대보다 훨씬 적어질 수도 있다.
일본 언론에 의하면 나카야마의 아들은 현재 22세로, 프랑스 예술·크리에이티브 계열 대학에 재학 중이다. “부모의 이혼 이후 프랑스에서 생활해 왔으며, 나카야마와는 오랜 기간 왕래가 끊긴 상태였다”는 보도도 나왔다. ‘데일리신초’는 “무거운 세금 부담뿐 아니라 가족 관계와 같은 감정적 요인도 상속 포기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그러나 관계는 오래가지 못했다. 2000년대 들어 회사 자금이 예상보다 크게 줄어든 사실을 알게 되면서 나카야마는 수억 엔 규모의 자금 유용을 의심했고, 이후 어머니를 경영에서 배제한 채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회사는 2012년경 문을 닫았고, 모녀 관계도 사실상 절연 상태에 이르렀다. 이런 사연 때문에 현지에서는 생전에는 멀어졌던 가족에게 사후 재산이 돌아가게 된 상황을 두고 씁쓸하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유산을 둘러싼 상속세 부담은 나카야마 가족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지난해 3월 세상을 떠난 일본의 유명 방송인 미노 몬타(향년 80세) 역시 상속세로 주목받았다. 그는 가나가와현에 위치한 대저택을 비롯해 약 40억 엔 규모의 유산을 남긴 바 있다. 특히 대지 면적 약 3000평에 달하는 자택은 ‘17억 엔 저택’으로 불리며 화제를 모았다.
문제는 상속 절차가 여전히 마무리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부인이 2012년 먼저 세상을 떠난 뒤 법정상속인은 세 자녀가 됐지만, 유산 분할을 둘러싼 합의가 아직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데일리신초’는 사망 후 1년이 넘도록 상속 절차가 진행 중이며, 부동산 소유권 역시 여전히 고인 명의로 남아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미노 몬타의 경우 자녀당 약 7억 엔 규모의 상속세 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상속세 신고 기한을 넘겼다면 연체세 부담까지 더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미노 몬타와 나카야마 미호 사례가 잇따라 주목받으면서 일본의 상속세 제도를 둘러싼 논의도 다시 활발해지고 있다. 지난 4월 일본 참의원 재정금융위원회에서는 상속세 제도를 둘러싼 공방이 벌어지기도 했다. 야당인 참정당의 사야 의원은 “일본의 상속세 부담이 지나치게 무겁다”며 제도 개선 필요성을 제기했다. 상속세를 감당하지 못해 상속을 포기하거나 부동산을 처분하는 사례가 늘고 있으며, 이는 자산의 해외 유출이나 사업 승계 문제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논쟁은 국회를 넘어 온라인에서도 이어졌다. 특히 “이미 소득세를 낸 재산에 다시 상속세를 부과하는 것은 사실상 이중과세 아니냐”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생전에 벌어들인 소득에는 소득세와 주민세가 부과되고 소비 과정에서도 소비세를 내는데, 사망 후 재산을 물려준다는 이유로 또다시 거액의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이다. 반대로 상속세를 옹호하는 쪽에서는 “소득세는 소득에 대한 과세이고, 상속세는 재산 이전에 대한 과세인 만큼 성격이 전혀 다르다”고 맞섰다.
일본 법인정보 미디어 ‘고키’는 이번 논쟁을 두고 “단순히 세율의 높고 낮음만을 따질 문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나카야마의 사례에서 드러났듯 유산이 부동산이나 저작권처럼 현금화가 쉽지 않은 자산으로 구성돼 있을 경우 상속인이 거액의 재산을 물려받고도 정작 세금을 납부할 현금을 마련하지 못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계기로 “기초공제 확대와 세율 조정, 현금 일시납 규정 완화 등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본의 상속세 적정 수준과 납부 방식 등을 둘러싼 논쟁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