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품절사태 빚은 ‘모츄링’ 올해 기간 한정 재출시…떡 같은 식감에 희소성이 흥행 요인
[일요신문] 태풍도 이 도넛의 인기를 막지는 못했다. 일본에 태풍 ‘장미’가 상륙한 지난 6월 3일. 비바람 속에서도 미스터도넛 매장 앞에는 긴 대기 행렬이 이어졌다. 사람들이 손에 넣고 싶어 한 것은 올해 재출시된 한정 도넛 ‘모츄링’이다. 출시 전부터 예약 사이트 접속이 폭주하며 화제를 모았던 바로 그 제품이다. 이날 일본 소셜미디어(SNS)에는 실시간으로 구매 인증이 올라왔다. “1시간 만에 겨우 구했다”는 기쁨의 후기와 “내 앞에서 품절됐다”는 아쉬움이 교차했다. 한 네티즌은 “태풍이라 사람이 없을 줄 알았는데 줄이 너무 길다”며 놀라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도넛 하나가 어떻게 일본 전역을 들썩이게 만든 걸까.
올해 미스터도넛이 기간 한정으로 선보인 모츄링 3종. 사진=미스터도넛 홈페이지‘모츄링’은 지난해 미스터도넛이 창립 55주년을 기념해 선보인 한정 상품이다. 출시 직후 전국 매장에서 품절 사태가 잇따랐고, SNS에는 구매 실패 후기가 넘쳐났다. 열기는 회사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결국 미스터도넛은 계속되는 품절에 대해 사과문을 올리며 고객들의 양해를 구했다.
당시 “끝내 먹어보지 못했다”는 소비자들의 아쉬움은 올해 재출시로 이어졌다. 미스터도넛 측은 지난해의 혼란을 의식한 듯 예년보다 이른 5월 14일부터 사전 예약을 시작했다. 하지만 결과는 비슷했다. 예약 오픈 직후 엄청난 접속이 몰리면서 사이트가 사실상 마비된 것이다. 이것만으로도 뉴스가 될 정도였다. 회사는 올해도 접속 지연에 대한 사과문을 내야 했다.
오프라인 매장 상황도 다르지 않았다. 판매가 시작된 6월 3일은 태풍의 영향으로 일본 수도권에 비바람이 몰아친 날이었다. 보통 같으면 외출을 망설일 법한 날씨였지만, 미스터도넛 매장 앞에는 긴 대기 행렬이 이어졌다. 특히 SNS에서는 지난해 구매에 실패했던 사람들이 “이번에는 꼭 먹어보겠다”며 다시 도전에 나선 모습이 눈에 띄었다. 지난해의 품절 신화가 올해 수요를 더욱 키운 셈이다.
일본 X(옛 트위터)에 올라온 모츄링 구매 대기 행렬. 사진=X 캡처미스터도넛 측은 “지난해보다 더 많은 고객이 모츄링을 구매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며 “원칙적으로는 구매 수량을 제한하지 않을 계획이지만, 판매 상황에 따라 제한이 이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일본 소비자들은 왜 이 도넛에 열광하는 걸까. 모츄링 열풍의 중심에는 독특한 식감이 있다. 제품은 일본산 찹쌀가루와 쌀가루를 사용한 반죽에 전용 코팅을 더해 만든다. 떡처럼 쫀득하게 늘어나면서도 도넛 특유의 부드러움이 느껴지는 것이 특징이다.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비교하는 제품은 미스터도넛의 대표 메뉴인 ‘폰데링’이다. 폰데링 역시 쫄깃한 식감으로 유명하지만, 모츄링은 한층 더 떡에 가까운 질감을 지녔다. 말랑하게 늘어나는 탄력과 찹쌀떡을 연상시키는 쫀득함 덕분에 SNS에는 “지금까지 먹어본 적 없는 식감의 도넛”이라는 후기가 이어졌다. 결국 사람들을 사로잡은 것은 새로운 식감이 주는 즐거움이었다. 도넛을 한입 베어 무는 순간 예상이 빗나가는 그 감각이 모츄링 열풍을 만든 셈이다.
모츄링 사전 예약 시작 직후 주문이 폭주하면서 미스터도넛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접속 지연에 대한 사과문을 게시했다. 사진=미스터도넛 홈페이지이름도 열풍에 한몫했다. ‘모츄링’이라는 단어는 일본어 사전 어디에도 없는 신조어다. 소비자들은 자연스럽게 “모츄링이 뭐지?”라는 궁금증을 갖게 된다. 실제로 미스터도넛 측도 “새로운 느낌을 전달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만들어낸 이름”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동글동글한 떡 모양의 전용 캐릭터도 힘을 보탰다. 귀여운 캐릭터는 SNS에서 자연스럽게 공유됐고, 제품의 화제성을 더욱 키웠다. 일본 마케팅 전문 매체 ‘애드버타임스’는 모츄링 열풍에 대해 “독특한 식감, 정체를 알 수 없는 이름, 귀여운 캐릭터, 지난해 품절 사태가 남긴 희소성, SNS 인증 문화가 맞물린 결과”라고 분석했다.
일본 소비자들의 반응도 흥미롭다. 다른 나라라면 서버 마비나 품절 사태가 발생할 때 “일부러 물량을 적게 푼 것 아니냐” “마케팅 전략 아니냐”는 의심이 먼저 나올 법하다. 하지만 일본은 이를 하나의 이벤트처럼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두드러진다. 실제로 온라인에서는 매장별 판매 시간과 물량을 분석한 이른바 ‘모츄링 공략법’도 공유되고 있다. 미스터도넛 홈페이지에는 각 매장의 판매 일정과 준비 수량, 구매 제한 여부 등이 공개되는데, 이를 바탕으로 어느 매장에 언제 가야 구매 확률이 높은지 계산하는 식이다.
일본 SNS에서는 미스터도넛 각 점포가 모츄링을 몇 시에 몇 개를 판매하는지 공유하고 있다. 사진=일본 X 캡처예를 들어 도쿄 코쿠분지점은 하루 두 차례 판매를 진행한다. 6월 5일 기준 오전 10시와 오후 5시에 각각 판매가 이뤄지며, 회차마다 세 가지 맛을 50개씩 준비한다는 일정이 공개됐다. SNS에는 “오후 5시 물량을 노려라” “이 지점은 상대적으로 경쟁이 덜하다” 같은 팁이 실시간으로 올라왔다. 요컨대 모츄링을 둘러싼 재미는 먹는 순간에만 있지 않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구할 것인지 정보를 공유하고 구매에 성공하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놀이처럼 소비되고 있다.
현재 모츄링은 세 가지 맛으로 출시됐다. 딸기 맛은 6월 하순까지, 키나코(콩가루)와 미타라시(일본식 경단) 맛은 8월 중순까지 판매될 예정이다. 다만 미스터도넛 측은 “한정 수량으로 운영되는 만큼 매장별 재고 상황에 따라 조기 품절될 수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미스터도넛이 창립 55주년을 기념해 선보인 모츄링이 올해 기간 한정으로 재출시됐다. 사진=미스터도넛 모츄링 CF 캡처이 정도의 인기라면 정식 메뉴로 출시해 달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실제로 SNS에는 “상시 판매해 달라”는 요청이 적지 않다. 하지만 지금의 열풍은 역설적으로 기간 한정이라는 조건 덕분인지도 모른다. 언제든 살 수 있는 도넛이었다면 태풍 속 대기 행렬도, 예약 사이트 마비도, SNS 인증글도 지금만큼 뜨겁지는 않았을 것이다.
희소성과 호기심이 만들어낸 열풍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모츄링은 일본에서 가장 화제가 되는 도넛이자 가장 구하기 어려운 도넛 중 하나다. 그리고 사람들은 오늘도 그 정체불명의 식감을 경험하기 위해 기꺼이 줄을 서고 있다.
일본 히트 디저트들 ‘맛’보다는 ‘식감’
모츄링 열풍은 갑자기 등장한 현상이 아니다. 최근 몇 년 일본 디저트 시장에서는 맛보다 식감을 앞세운 제품들이 잇따라 인기를 끌고 있다. 토스트하지 않아도 촉촉하고 부드러운 식감을 내세운 생(生)식빵을 시작으로, 폭신한 빵 사이에 생크림을 가득 채운 마리토초, 입안에서 녹아내리는 듯한 식감의 생도넛이 대표적이다.
2021년 일본에서는 마리토초 붐이 일었다. 사진=간사이TV 뉴스 캡처모츄링 역시 이러한 흐름의 연장선에 있다. 쫀득한 떡의 탄력과 도넛의 부드러움을 결합한 새로운 식감이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한 것. 일본 매체 ‘마나미나’는 최근 일본 도넛 시장의 특징으로 ‘모찌모찌(쫀득함)’ ‘후와후와(폭신폭신함)’ ‘나마(生·촉촉하고 부드러운 식감)’ 등을 꼽으며 소비자들이 새로운 식감 경험에 지속적으로 반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매체는 이를 두고 “무엇을 먹느냐보다 어떤 식감을 경험하느냐가 중요해진 시대”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