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년 10월 전국 최초로 서울시가 ‘경계선지능인 평생교육지원 조례’를 제정한 이후 관련 조례는 꾸준히 늘어났다. 2025년 국회에서 열렸던 ‘느린학습자 교육여건 현황과 개선방안 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선 이재경 한신대학교 민주사회정책연구원 연구위원에 따르면 2025년 기준 총 128개 지자체·교육청에서 경계선지능인 관련 조례가 제정된 상태다.
그러나 조례 제정이 곧 실질적인 지원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일부 지자체는 관련 조례를 마련하고도 별도의 예산이나 사업을 편성하지 않고 있으며, 사업을 운영하더라도 단기 프로그램 위주에 그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당시 이재경 연구위원은 “현재 지원은 아동·청소년과 청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어 생애주기 전반을 포괄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한계의 배경으로 분절된 전달체계를 꼽는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경북행복재단 대표이사)는 “교육청과 지자체가 각각 사업을 운영하고 있지만 이를 연결하는 정책 네트워크가 충분히 구축돼 있지 않다”며 “학교 시기 지원과 성인기 지원이 단절되는 구조적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중앙부처 차원의 지원 역시 제한적이다. 보건복지부와 교육부 등은 시설 보호 아동, 기초학력 부진 학생 등 일부 취약계층 지원 정책에 경계선지능 아동을 포함해 아동·청소년을 지원하고 있지만 경계선지능인을 대상으로 한 독자적인 정책 체계는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경계선지능인을 별도의 정책 대상으로 인식하고 지원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오경숙 평택시 국제대학교 평생교육원 원장의 ‘경계선지능인을 위한 평생교육의 법제화 필요성과 정책방향: 국내외 제도 비교 분석’에 따르면 네덜란드는 경계선지능인을 정책 개념으로 인정해 직업훈련과 자립생활을 지원하고 있으며 미국과 캐나다 역시 학습자의 다양한 인지 특성을 고려하는 UDL(Universal Design for Learning) 기반 교육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스웨덴은 경계선 수준의 성인의 학력 보완과 언어교육, 직업훈련 과정에 참여할 권리를 보장하고 있는데, 이는 장애 유무와 관계없이 인지적 지원이 필요한 성인을 위한 보편적 평생교육의 권리화 모델로 평가된다.
전문가들은 국내에서도 지자체 단위의 개별 사업을 넘어 국가 차원의 종합 지원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학령기 지원에 머물지 않고 취업과 직업훈련, 자립생활, 평생교육까지 연계되는 생애주기별 지원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경계선지능인 규모와 특성에 대한 국가 차원의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교육·복지·고용 분야를 연계할 수 있는 전달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아울러 현재 여러 부처와 지자체에 분산된 지원사업을 체계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관련 단체들은 법안 논의가 조속히 재개돼 국가 차원의 지원 체계 구축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송연숙 느린학습자시민회 이사장은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처럼 경계선지능인도 국가가 책임지고 지원할 수 있는 기본법이 필요하다”며 “통합적인 지원 체계 마련을 위해서는 기본법 제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정아 기자 ja.kim@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