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라운드 밖에서도 '리더'였다. 국가대표팀, 국내 WK리그 등의 환경 개선, 선수 권익 보호 등을 위해 꾸준히 목소리를 높여왔다. 이번 혁신위 출범에 대해서는 실망감을 이야기했다. 변화에 대한 목소리는 높아졌으나 여자축구에 대한 언급은 찾아보기 어려웠던 탓이다.
"혁신위원회가 출범된다고 했을 때 기대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어느 누구도 여자축구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기대감을 가졌던 나에게 실망스러울 정도였다."
지소연은 조심스레 말을 이어갔다. "이런 표현을 써도 될지 모르겠지만 축구협회에서 여자축구는 '방치'돼 있는 수준이라고 본다"면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협회장 선거뿐만 아니라 많은 것을 바꿀 수 있는 기회이지 않나. 혁신위에 참여한 최휘영 문체부장관을 최근 만나 의견을 전달했다. 박지성 위원장과도 대화를 나눌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물론 좋은 혁신안이 나올 것이라고 본다. 다만 분명 개혁의 틀 안에 여자축구도 포함이 돼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일본의 사례를 언급했다. "최근 몇 년간 일본 상황과 많이 비교가 되지 않나. 일본은 장기 발전 계획안에 여자축구도 별도 영역으로 두고 육성을 해왔다. 우리도 여자축구를 별개로 빼놓지 않기를 바란다"고 설명했다. 장기 육성 기조 아래 일본 여자축구는 세계무대의 강호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2011년에는 여자 월드컵 우승 트로피까지 품었다.

"여자 대표팀 운영 예산은 지난해 기준 19억 원, 남자 대표팀은 10배인 196억 원이었다. 같은 수준에 맞추는 것이 어렵다는 것은 당연히 안다. A매치를 원활하게 치르려면 지금 수준보다는 올라가야 한다. 대표팀이 성과를 내고 세계무대에서 경쟁하려면 적정 수준의 예산 책정은 필수라고 본다."
개선 방안으로는 "기본적인 부분"을 강조했다. 그는 "A대표팀 스태프 구성도 늘렸으면 한다. 트레이너, 피지컬 코치 등이 더 많아야 한다"며 "선수단 물품도 비슷한 상황이다. 우리는 훈련 때 유소년 선수들이 사용하던 공을 쓴다. 착용한 유니폼은 반납해야 한다. 어린 선수들의 자긍심을 위해서라도 기본적인 훈련 용품의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근까지 변화의 움직임이 있었기에 지소연에게는 더 아쉬움이 남았다. 정몽규 회장 재임 시절, 정 회장을 포함해 김승희 전무이사, 현영민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장과 소통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는 "우리 의견을 전했고 협회 이사회 등에 안건으로 올리겠다는 답을 받았다"면서 "그런 논의가 멈추게 됐다. 제자리로 돌아가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지금은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지소연은 여자축구계의 오랜 과제로 여겨지던 '저변 확대'에 대해서도 의견을 더했다. 그는 "지난 몇 년간 생활체육 분야에서 여자축구가 활성화됐다는 성과는 확실하다. 우리 선수들도 이전과는 다른 분위기를 체감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유소년, 성인 리그 등 엘리트 무대의 저변에 대해서는 물음표를 던졌다.
"유소년 팀 숫자가 너무 부족한 상황이다. 수도권에서 축구를 하던 어린 선수가 진학을 하면서 지방으로 내려가야 한다. 아니면 축구를 그만둬야 한다."
이 같은 상황에 선수들이 직접 소매를 걷어붙이고 있다고 했다. 지소연은 "선수들 사이에서 '우리가 힘을 모아 팀을 창단하는 것은 어떠냐'는 의견이 나왔다. 선수협에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인 무대 확대의 필요성도 말했다. WK리그는 '갈 길이 멀다'는 평가를 받는다. 관중에게 입장료를 받는 구단조차 소수일 정도다. 프로화 등 시장 확대까지는 산적한 과제가 많다. 지소연도 조심스럽다는 전제를 먼저 냈다.
"어렵다는 것은 알지만 WK리그 팀 역시 늘어나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남자축구도 우리나라에 프로 리그가 탄생하면서 꾸준히 월드컵에 참가하는 등 큰 발전이 있었다. WK리그가 적어도 10개 팀 체제로 확대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배구, 핸드볼 등 다른 종목도 프로 전환이 됐다. 여자축구도 발전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지소연은 여자축구의 변화 흐름에 대해서도 말했다. 그는 "세계적으로 여자축구는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일본이 성장했듯이, 축구협회의 관심과 투자 속에 새롭게 강팀으로 거듭나는 국가들이 많다. 각국 리그도 규모를 키우고 있다. 아시아 무대도 마찬가지다. 챔피언스리그가 2024년부터 본격 시작됐다. 우리만 정체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세계적으로 앞서나가지는 못하더라도 발전 속도를 따라갈 수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지소연의 이야기는 단순 예산 증액 요구에 그치지 않았다. 혁신 논의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포함되지 않은 부분이 없는지에 대한 문제 제기였다. 새로운 출발선에서 지소연은 "여자축구도 계획안에 있어야 한다"는 말을 강조했다. 변화를 바라는 목소리에 한국 축구가 어떻게 반응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