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 사가 잠적한 건 아니다. A 사 측은 전기스쿠터 이용자들에게 리콜 안내 연락을 취하고 있다. A 사 관계자는 “폐업 신고를 한 적이 없다”며 “세무서 직권으로 폐업돼 복구하고 있다”고 일요신문에 9월 11일 밝혔다.
A 사 전기스쿠터 이용자들 불안감은 여전하다. A 사가 올해 상반기 홈페이지 운영을 중단하고 고객센터 전화 연결도 잘 안됐던 탓이다. A 사 관계자는 “내부에 미비한 점이 있었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며 “리콜에 성실히 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일요신문 취재 결과 A 사는 과거 발생한 또 다른 전기스쿠터 배터리 화재 사고로 소송에 휘말려 있다. 재무 상황도 불안정한 것으로 보인다. A 사는 본사 건물 임차료를 내지 않아 건물주에게 소송을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A 사 본사 건물은 리콜 통지문에 공식 서비스센터 주소로 적혀 있는 곳이다.

A 사는 소송에서 “전기스쿠터 배터리 결함이 아닌 전기스쿠터 이용자 과실로 화재가 발생했다”고 반박했다. A 사는 전기스쿠터 이용자가 사용설명서를 준수하지 않고 배터리를 과다하게 충전해 배터리 내구성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남부지방법원 1심 재판부는 A 사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60% 손해배상책임이 있다고 지난 1월 판결했다. 이에 따라 A 사가 보험사에 지급해야 하는 구상금은 약 1억 2000만 원이다. 1심 재판부는 “화재는 배터리 결함으로 말미암아 발생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A 사는 항소했지만 서울남부지법 항소심 재판부는 9월 11일 항소 기각 판결을 내렸다.
1심 재판부는 전기스쿠터 이용자가 사용설명서에 기재된 배터리 충전 권장 시간을 초과해 과다하게 충전한 사실은 인정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제조업자가 제조물에 통상적으로 기대되는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상품을 제조했음에도 사용설명서 기재만으로 제조물 책임에서 면책될 수 있다고 하는 것은 피해자 보호라는 제조물 책임법 이념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또 1심 재판부는 “오히려 배터리를 과다하게 충전할 경우 배터리 열 폭주에 의한 화재 발생 위험을 알고 있던 A 사로서는 보다 신뢰할 만한 과열 방지 장치를 사용했어야 했음에도 만연히 사용설명서에 주의사항을 기재해 놓는 것에 그쳤다”며 “제조물 결함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다”고 질타했다.
A 사는 경기도 파주에 있는 본사 건물주에게 건물인도 소송도 지난 1월 당했다. 소장에 따르면 A 사는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8달 치 임차료 1320만 원이 밀려 있었다. 결국 건물주는 임대차 계약 해지를 통보하는 내용증명을 지난해 12월 A 사에 보냈다. 그런데도 A 사는 퇴거하지 않았다.
건물주는 소장에서 “그동안 되도록 A 사 사정을 이해하고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려 했으나 A 사는 막무가내로 건물 인도를 거절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소송은 지난 4월 건물주 승소로 마무리됐다. A 사는 소송에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아 무변론 판결이 났다. 민사소송법상 소장을 받고도 답변서를 내지 않고 변론기일에도 출석하지 않으면 자백으로 간주된다.
A 사는 건물주가 제기한 소송 판결이 나오기 전인 지난 3월 일부 전기스쿠터 이용자에게 “본사 내부 공사 때문에 상담 연결이 일시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안내했다. 그 무렵 A 사는 전기스쿠터 이용자들로부터 고객센터 연락이 되지 않는다는 원성을 샀다.
A 사 전기스쿠터 이용자들이 모인 네이버 카페에는 지난 3월 “배터리 사후관리(AS)를 받으려고 전화하니 연락을 안 받았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이에 앞서 지난 2월에는 “배터리를 본사에 지난해 11월 보냈다. 수리 일정이 계속 미뤄지더니 이제 전화도 안 받는다”는 하소연이 올라왔다.
A 사는 사후관리(AS)가 미진하다는 지적을 꾸준히 받았다. A 사 전기스쿠터 이용자들이 모인 네이버 카페 한 회원은 핸들 잠김 현상으로 사고를 당한 뒤 병원비를 자비로 부담했다고 밝혔다. 그는 “A 사 담당자는 결함은 인정하면서 해줄 수 있는 게 없다고 했다”며 “자기들 문제로 사고가 났는데도 스쿠터만 고쳐주고 끝이었다”고 비판했다.
A 사 대표 오 아무개 씨는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 위반으로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다. 오 씨는 A 사 설립 전 또 다른 업체를 운영하면서 안전성 인증을 받지 않은 중국산 스케이트보드를 판매한 혐의로 2018년 벌금 100만 원에 처해졌다.
한편 창전동 아파트 화재 사고와 관련한 A 사 수사 속도는 더딘 상황이다. 창전동 아파트 화재 사망자 유족 측은 A 사를 업무상 과실치사와 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지난해 12월 고소했다. 이후 경찰은 A 사를 지난 3월 압수수색했다. 하지만 경찰 수사 결론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지난 9월 1일 시작된 A 사 전기스쿠터 리콜은 배터리를 교체하거나 배터리 하드웨어를 수리하는 방식은 아니다. 배터리 관리 시스템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하고, 배터리 안전 사용 안내 스티커를 부착하는 내용이다.
A 사 관계자는 폐업 신고를 한 것이 아니고 리콜에 성실히 임하고 있다고 9월 11일 일요신문과 통화에서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정신이 없어서 세금 신고를 못 한 게 있다고 세무서에서 직권으로 폐업 처리를 한 것”이라며 “세무서 담당자를 만나서 사업자 등록 복구를 하기로 하고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지난 상반기 고객센터 연락이 끊겼던 것에 관해서 “사업적으로 힘들다 보니 내부에 여러 문제가 있었다”며 “지금은 고객 전화를 다 받고 컴플레인에도 대응하고 있다. 고객과 약속을 잡고 직접 찾아가서 리콜하고 기록도 남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파주 본사에 관해선 “짐을 빼서 다른 데로 옮기고 있다”며 “경영이 어렵다 보니 임차료가 밀리는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전기스쿠터 배터리 화재 사고는 A 사 책임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고객 과실로 화재가 날 수도 있다. 자동차에 붙어 있는 고정된 배터리가 아니다 보니 고객이 임의로 배터리를 개조해서 쓰는 경우도 있다. 습기가 찬 곳에 보관해서 문제가 된 경우도 있고 배터리가 무겁다고 떨어뜨리는 경우도 있다”며 “주의해야 할 사항이 굉장히 많다. 설명서에 기재해서 고객들에게 꼭 읽어보라고 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남경식 기자 ngs@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