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안 협상 지지부진, 지상전 가능성 대비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 시한을 4월 6일로 제시한 상태다. 지난 3월 26일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이란 정부 요청에 따라 발전소 파괴 기간을 미 동부시간 기준 4월 6일 오후 8시로 열흘 중지한다”고 밝혔다. 당초 미국은 대이란 군사작전 기간을 4~6주로 설정한 바 있다.
미국은 15개 항이 담긴 종전안을 이란에 제안한 상태다. 미국이 이란에 제시한 종전안에는 △이미 확보한 핵 능력 해체 △핵무기 미보유 약속 △영토 내 우라늄 농축 금지 △고농축 우라늄의 국제원자력기구(IAEA) 이관 △나탄즈·이스파한·포르도 핵시설 해체 △IAEA의 핵 정보 접근권 및 감시 권한 보장 △호르무즈 해협 개방 보장 △탄도미사일 사거리·수량 제한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은 중재국을 통해 받은 종전안을 검토 중이라면서도, 미국과 직접 협상 사실은 공식적으로 부인하고 있다. 다만 3월 27일 요한 바데풀 독일 외무장관은 독일 라디오 도이칠란트풍크 인터뷰에서 미국과 이란이 물밑 협상을 거쳐 중재국인 파키스탄에서 대면 협상에 나설 것으로 전망했다. 오는 3월 29~30일엔 파키스탄이 사우디 아라비아·튀르키예·이집트 외무장관들을 초청해 중동 전쟁과 관련한 4자 회담을 열 예정이다.
휴전 협상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지난 3월 25일 이스라엘 채널12는 고위 당국자들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이르면 토요일(28일) 이란과 휴전을 선언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채널12는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 종결을 위해 이란에 제안한 15개 항에 대한 최종 합의가 마무리되기 전에 휴전을 타진할 가능성을 두고 이스라엘 정부가 우려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하지만 종전안과 관련돼 진전된 협상 내용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이란은 미국이 제시한 종전안을 거부하고 △전쟁 피해 배상 △재발 방지 약속 △중동 전역에 걸친 모든 전선과 저항 조직에 대한 전쟁 완전 종결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이란의 합법적인 주권 행사 보장 등의 내용이 담긴 역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3월 25일 이란 정부 관계자는 이란 국영 프레스TV 보도에서 “이란은 스스로 결정한 시점에 우리가 내건 조건들이 충족될 때 전쟁을 끝낼 것”이라고 밝혔다.

중동 전쟁 이후 처음으로 예멘의 친이란 무장정파 후티가 군사행동에 나서면서 전선은 더욱 확대되는 양상이다. 28일 이란이 주도하는 ‘저항의 축’ 일원인 후티는 이스라엘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했다. 후티는 “저항전선에 대한 공격이 중단될 때까지 공격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26일 이란 관영 타스님 통신은 군 소식통을 인용해 이란이 미국의 지상전에 대비해 100만 명 이상의 병력을 결집했다고 보도했다.
#정치적 입지 좁아지는 트럼프
전쟁이 장기화되며 트럼프 대통령의 입지는 좁아지는 모양새다. 지난 24일 치러진 플로리다주 보궐선거에서 에밀리 그레고리 민주당 후보가 존 메이플스 공화당 후보를 꺾고 주의회 하원 의석을 탈환했다. 플로리다주는 트럼프 대통령의 저택이 있는 곳이자 공화당 우세 지역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36%로 재집권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28일 미국에선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한 ‘노 킹스(No Kings·왕은 없다)’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 시위 주최 측에 따르면 이날 집회는 미 워싱턴DC, 뉴욕 등 50개 주에서 3300여 건이 열렸으며 800만 명 이상 참가했다. 시위 참가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권위주의 성향과 강경 이민 정책,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을 규탄하는 목소리를 냈다. 오는 11월 중간 선거를 앞둔 트럼프 행정부에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전 세계 경제에 주는 타격 역시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세계 해상 원유 수송량의 20%가 지나는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 대란이 펼쳐지고 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2월 말 배럴당 67.02달러에서 3월 27일 99.64달러로 48.7% 올랐다. 같은 기간 브렌트유도 72.48달러에서 112.57달러로 55.3% 상승했다.
이런 상황에서 후티가 세계 해상 원유 물동량의 10%가 통과하는 바브엘만데브 해협까지 봉쇄에 나서면 국제 원유 시장에 추가 충격이 불가피하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