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조정안 오히려 퇴보”

이번 사후조정은 5월 21일 예정된 삼성전자 총파업 전 사실상 마지막 자율 합의 수단이었다. 삼성전자 임금협상 안건은 3월 초 조정이 결렬됐다. 다만 노사 동의하에 중앙노동위원회가 중재자 역할을 맡아 교섭이 재개됐다. 삼성전자 노사는 11일엔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 30분까지, 12일엔 오전 10시부터 13일 새벽 2시 50분까지 장장 17시간에 걸쳐 ‘벼랑 끝 협상’을 벌였다.
노조에 따르면 중노위가 제시한 조정안에 현행 EVA(경제적부가가치) 기반 초과이익성과급(OPI) 체계를 유지하고, 성과급 상한을 현재처럼 연봉의 50% 수준을 유지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또 올해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국내 업계 1위 수준의 성과를 내면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에 한해 영업이익의 12%를 특별경영성과급으로 지급하겠다는 내용도 담겼다. 현재 삼성전자는 매년 소속 사업부 실적이 연초에 세운 목표를 넘었을 때 초과 이익의 20% 한도 내에서 개인 연봉의 최대 50%까지 한 차례 OPI를 지급한다.
노조는 회사 영업이익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명문화하고, 성과급 상한선을 영구적으로 폐지하자고 주장해왔다. 협상 과정에서 노조는 영업이익의 15% 수준을 낮출 수 있다고도 제안했지만, 성과급 제도화를 두고 간극을 좁히지 못했다. 협상 결렬 후 최승호 위원장은 “우리의 성과를 외부 요인에 맡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일회성 안건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사측과 중노위는 노조가 얘기한 조정안 역시 공식적인 조정안이 아닌 초안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중노위는 2차 사후조정 회의 후 입장문을 통해 “노사 양측의 주장을 기반으로 다양한 대안을 제시하며 협의를 지원했으나, 양측 주장의 간극이 크고 노조 측에서 사후조정 중단을 요청해 조정안을 제시하지 않고 사후조정을 종료하기로 했다”라고 밝혔다. 삼성전자 대표교섭위원인 김형로 부사장도 회의 후 “조정안이 공식적으로 제안되지 않은 채 조정 절차가 종료됐다”라고 말했다.
#최악 막기 위한 남은 카드는?
사후조정에서 양측이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노조 총파업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커졌다. 노조는 오는 5월 21일부터 6월 7일까지 18일간 총파업에 나설 것이라고 예고한 상태다. 노조에 따르면 5월 10일 기준으로 DS 부문 전체 조합원(6만 3105명)중 58.6%인 3만 6804명이 파업 참여 의사를 밝혔다. DS 부문 전체 직원은 7만 7300명이다. 이번에 노조가 파업할 경우 창사 이래 두 번째이자 역대 최대 규모의 총파업이 될 전망이다.

삼성전자가 노조를 상대로 제기한 위법 쟁의행위 가처분 신청에 대한 법원 판단도 주목받는다. 가처분이 인용되면 파업이 현실화하더라도 삼성전자 입장에선 반도체 생산 라인 유지를 위한 필수 인력 이탈은 막을 수 있다. 반도체 생산라인은 한 번 가동이 중단돼 웨이퍼가 변질·부패되면 전량을 폐기해야 한다. 삼성전자는 유해 화학물질을 다루는 반도체 공정 가동이 중단되면 대형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등의 이유로 필수 인력이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가처분이 인용되더라도 적법한 절차 안에서 진행되는 파업을 전면적으로 막기는 어렵다.
정부의 긴급조정권 발동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76조에 따르면 ‘쟁의행위가 공익사업에 관한 것이거나 그 규모가 크거나 그 성질이 특별한 것으로서 현저히 국민 경제를 해하거나 국민의 일상생활을 위태롭게 할 위험이 현존하는 때’에 고용노동부장관은 중노위 위원장의 의견을 듣고 긴급조정권을 발동할 수 있다. 긴급조정권이 발동된 사례는 대한조선공사 파업(1969년), 현대자동차 파업(1993년), 아시아나항공과 대한항공 조종사 파업(각각 2005년 7월과 12월) 네 차례 뿐이다.

한편 삼성전자 노조 총파업을 둘러싼 국내외 우려는 커지고 있다. 5월 11일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는 삼성전자 노사 갈등이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로 번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파업으로 상당한 규모의 생산 차질이 빚어질 경우 글로벌 메모리 시장의 공급 병목현상과 가격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암참은 입장문을 통해 “핵심 수출 산업 내 노동 불확실성은 한국이 구축해온 안정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글로벌 제조·기술·공급망 파트너로서의 위상과 역내 비즈니스 허브로서의 경쟁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고 짚었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