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월 6일 이란 국영매체 ‘프레스TV’에 소개된 ‘전략분석 데스크’라는 칼럼에선 “이란이 새로 정의한 해상규칙을 위반한 한국 선박 1척을 겨냥한 건 이란이 물리적 행동으로 주권을 수호하겠다는 명확한 신호”라는 내용이 담겼다. 나무호 공격이 이란 주체였다는 취지였다.
혼란이 계속되자 이란 의회가 진화에 나섰다. 5월 7일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김석기 국민의힘 의원은 에브라힘 아지지 이란 의회 국가안보외교정책위원장과 화상 면담 내용을 소개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아지지 위원장은 “이란군이 (나무호를) 공격하지 않았다”면서 “만약 이란이 한국 선박을 표적 삼아 공격한 것이 사실이면, 정부나 군이 했다고 당당히 말했을 것”이라고 했다. 아지지 위원장은 “이란 언론사의 보도는 이란 정부의 공식 입장이 아니”라면서 “(이란군이 나무호를 공격했다는 설은) 사실이 아니다. 믿어 달라”고 거듭 강조한 것으로 전해진다.
5월 8일 이란 국영매체 ‘IRNA통신’은 김 의원과 아지지 위원장 간 대화를 보도했다. 그러나 아지지 위원장이 했다는 ‘나무호 관련 발언’은 소개되지 않았다. IRNA통신은 “한국이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군사작전에 참여하지 않기로 한 결정은 현명한 조치”라고 평가한 아지지 위원장의 발언을 중요하게 다뤘다.
전문가들은 이란이 정부와 혁명수비대 입장을 이원화해 제3국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려 신중한 접근을 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한국 등 제3국의 파병 가능성 등 나무호 피격 나비효과를 경계하는 행보로 풀이된다.
한국 정부도 나무호 피격 주체를 ‘미상의 비행체 2대’로 언급하며 신중한 스탠스를 취하는 모양새다. 특정 국가 소행이라는 결정적 증거가 발견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이란 측과 대립각을 세울 필요가 없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위 실장은 “(추가 조사 결과에 따라) 필요한 대응 조치를 고려하겠다”면서 “이런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유관국과 지속 소통해나가고 현재 인근 해협에 위치한 우리 선박, 선원들의 안전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을 배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선박 안전보장 및 자유 통항을 위해 국제사회의 노력에 지속 동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5월 12일 한미국방장관 회담 이후 워싱턴DC 주미 한국대사관서 특파원 간담회를 열고 나무호 피격과 관련해 “호르무즈나 나무호 관련 대화를 나눈 것은 맞다”면서도 “구체적 내용에 대해선 논의를 안 했다”고 밝혔다. 이어 “(나무호 피격 관련) 정부 합동조사는 지금 진행 중”이라면서 “정확하게 (피격 원인 및 주체 등에 대한) 진단이 나와야 어떤 액션을 취할 수 있는 단계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나무호 피격 당일인 5월 4일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이란은 ‘프로젝트 프리덤’과 관련한 선박 이동 문제에서 한국 화물선 등 관련 없는 국가들을 향해 일부 공격을 가했다”면서 “한국도 이 작전에 합류할 때가 된 것 같다”고 밝혔다. 나무호 피격의 공격 주체를 이란으로 지목하면서 사실상 파병을 요구한 발언으로 읽혔다.

이 관계자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나무호 화재’ 소식이 나오자마자 이란이 나무호를 공격했다는 취지로 공격 주체를 특정했다”면서 “미국은 이미 나무호 피격에 대한 전말을 밝힐 자료를 확보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호르무즈 해협엔 북한의 군사적 위협도 없고, 미국이 한국 상선을 공격할 이유도 없기 때문에 이란 소행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정부 합동조사 결과와 미국이 확보한 자료 사이 차이가 존재할 경우, 국제적으로 입장이 난처해질 수 있기 때문에 우리 정부도 신중한 스탠스를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나무호 공격 주체를 특정하는 시기는 선거 이후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정희용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공격 주체도 밝히지 못하는 강력 규탄은 공허한 말잔치”라면서 “이 대통령이 과거 ‘대한민국 국민을 가해하면 국내든 국외든 패가망신한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지금 필요한 것은 선언적 수사가 아니라 국가의 실질적 대응”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이 안보를 정쟁의 수단으로 삼고 있다고 꼬집었다. 한병도 민주당 원내대표는 5월 12일 “국민의힘이 또 다시 국익, 국가 안보를 당리당략을 위한 수단으로 삼고 있다”면서 “나무호 화재와 관련해 정확한 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국민의힘이 안보 참사라며 정쟁을 벌이고 있다”고 했다.
한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지금 즉시 국가 안보를 팔아 표를 구걸하는 망동을 즉각 멈추라”면서 “민주당은 국가 안보는 물론 외교 관계까지 정쟁의 볼모로 삼는 매국적 시도에 단호히 맞서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한 의원은 “국민의힘이 비판하는 건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 하지만 정부로선 모든 사항을 고려해 공식 입장을 정할 수밖에 없다”면서 “피격 주체를 특정하는 것이나 파병 문제도 마찬가지다. 자칫 호르무즈해협에 고립된 다른 한국 선박에 영향이 갈 수도 있다”고 했다.
나무호 피격은 한국 정부의 ‘프로젝트 프리덤(호르무즈해협에서 고립된 선박·선원 구출을 위한 미국 주도 군사 지원 작전)’ 참여 및 호르무즈 파병 여부 등에 변수가 될 전망이다. 앞서 언급했듯 트럼프 대통령은 피격을 계기로 한국이 보다 적극적인 조치를 해주기를 원하는 모습이다.
또 다른 전직 정보기관 관계자는 “나무호 피격 이후 당장 정부가 파병 결정을 압박받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면서도 “미국이 주도하는 ‘호르무즈 해협 군사 협력 필요성 강조’ 분위기가 고조될 도화선이 될 여지는 충분하다”고 했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