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상황은 좋지 않다. 이진숙 전 방통위원장 무소속 출마 문제는 일단락됐지만, 보궐선거 출마 갈등을 장동혁 지도부가 풀어낼 수 있을지 과제가 남았다. 뿐만 아니라 추 후보는 ‘내란 사법 리스크’에도 엮여 있다. 정당사 최초로 민주당이 ‘보수의 심장’ 대구시장을 가져올 수 있을지 본게임 막이 올랐다.

김부겸 후보는 지난 3월 30일 출마 기자회견에서 “대구 정치가 문제다. 대구 시민은 정말 믿음을 갖고 한 당에 표를 모아줬는데 그 당은 표만 받아 갔다”며 “대구가 국민의힘을 버려야, 제대로 된 보수정당이 만들어진다”고 했다.
이에 추경호 후보는 4월 9일 페이스북에 “전국 각지에서 들려오는 민주당의 모습은 가히 무법천지다. 지역 일꾼을 뽑는 선거에 정치적 이익을 위한 진흙탕 싸움으로 변질됐다”며 “대구는 정치꾼의 전리품이 아니다. 추경호가 오직 실력과 진심으로 대구의 자부심을 반드시 지키겠다”며 김 후보를 겨눴다.
현재 선거 판세는 추 후보에게 녹록하지 않다. 한국리서치가 KBS대구 의뢰로 지난 4월 20~22일 사흘간 만 18세 이상 대구 시민을 대상으로 무선 전화 면접조사 방식으로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포인트)에 따르면 ‘김부겸-추경호 가상대결’에서 김부겸 후보가 43%, 추경호 후보는 26%였다. 두 후보 간 격차는 오차범위 밖 17%포인트(p)였다.
‘이재명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는 긍정평가가 53%로, 34%의 부정평가보다 높았다. 대구에서 민주당 출신 대통령이 받기 쉽지 않은 평가다(여론조사 자세한 사항은 여론조사기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주호영 부의장의 경우 법원에 신청한 컷오프 효력정지 가처분이 1심에 이어 항고심에서도 기각됐다. 법원은 “자격심사 절차나 결정 내용을 무효라고 볼 정도의 중대하고 명백한 절차적·실체적 하자가 있다고 단정하기 부족하다”고 사유를 밝혔다.
법원이 컷오프의 부당성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무소속 출마 정당성을 상실한 주호영 부의장은 결국 불출마를 선언했다. 주 부의장은 4월 23일 “먹던 물에 침을 뱉지 않겠다. 오래 나를 돕고 함께한 당원과 척을 지고 싸우는 선거는 하지 않기로 했다”며 “공천 실패에 책임질 사람은 책임지게 하고, 무너진 당의 질서를 바로 세우고, 보수가 다시 선거에서 이길 수 있는 당으로 돌아가도록 내 정치 인생을 걸겠다”고 강조했다.
반면 이진숙 전 위원장은 계속 독자적인 선거운동을 펼치며 무소속 출마 여지를 남겨뒀다. 그러던 중 국민의힘 본경선 발표를 하루 앞둔 25일 전격적으로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 전 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 공관위의 컷오프에 대해 “다시는 이런 불공정한 컷오프가 있어서는 안 된다”며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해서 시민들의 판단과 선택을 받겠다는 마음도 있었다. 시민 후보로 시민들의 선택을 받아 승리할 수 있다는 자신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불출마 결심한 이유에 대해 “대구까지 좌파에게 넘어가면 대한민국이 어떻게 될 것인가. 보수의 붉은 심장이 파란색으로 물들고 자유민주주의 최후 보루가 사회주의 포퓰리즘에 장악된다면 대한민국은 어떻게 될 것인가 이런 우려가 저의 발목을 잡았다"고 설명했다.
이에 그는 “오늘 저 이진숙은 대구시장 예비후보라는 자리를 내려놓는다”며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가 선출되면 그분이 민주당 후보를 이길 수 있도록 힘을 보태겠다. 대구를 무도한 민주당 정권으로부터 지켜내겠다”고 강조했다.
추경호 후보는 이진숙 전 위원장의 사퇴에 대해 “대구는 마침내 하나가 됐다”며 “기꺼이 자신을 내려놓은 결단에 깊은 경의를 표한다”고 보수 결집을 강조했다.

이를 두고 장동혁 지도부와 이 전 위원장 간에 힘겨루기를 벌였다는 얘기도 뒤를 이었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장동혁 대표가 방미 전 이 전 위원장을 만나 대화를 나눴다. 이 전 위원장 측은 이 자리에서 장 대표가 보궐선거 공천을 약속해주길 바랐다고 한다”며 “그런데 장 대표는 공천에 확답을 주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이 전 위원장이 어떻게 대구시장 후보 사퇴를 할 수 있겠느냐. 재보선 공천을 위해서라도 대구시장 출마를 강력하게 밀어붙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에 이 전 위원장이 불출마 선언을 한 것은 당 지도부와 대구 달성 보궐선거 공천을 두고 물밑 조율이 이뤄진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이 전 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장동혁 대표나 다른 공관위원들과 만남이 더 있었느냐’는 질문에 “장 대표가 미국으로 떠나기 전 나를 만났고, 최근에 만나서 대구 문제를 상의한 적이 있다”며 “자리에서 대구를 어떻게 지킬 것인가에 대한 논의와 공감대가 있었다”고 언급했다.
이어 ‘대구시장 선거로 생길 수 있는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입장문에서 말씀드린 대로 대구를 자유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로 지키겠다는 그 마음밖에 없다”고 즉답을 피했다.
만약 장동혁 지도부가 대구 달성 보궐선거에 이 전 위원장을 공천하지 않으면, 갈등의 불씨는 다시 피어오를 가능성도 있다.

민주당에선 추 후보가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는 것을 두고 ‘사법 리스크 방탄용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여권 한 관계자는 “추 후보는 이전까지는 대구시장 출마 언급이 전혀 없었다. 그런데 내란 정국을 지나 특검 수사가 시작되자 출마를 준비했다”며 “내란 주요임무 종사로 구속을 하려 하면 ‘야당 지자체장 탄압’이라고 주장하려 시장직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거둘 수 없다”고 꼬집었다.
4월 19일 당이 주관한 경선 3차 비전토론회에서 유영하 후보는 “민주당과 현 정부가 이른바 ‘내란 프레임’을 씌우고 있다”며 “중앙정부와 협력해야 하는데 이런 프레임이 있는 후보자가 원활한 협조가 되겠느냐라는 의구심을 갖고 있는 분들이 계신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추 후보는 “민주당에서는 공격할 자격이 없다. 그 자체가 실체 없는 우리 당에 대한 공격”이라며 “나에 대해 운운하는 것 자체가 적반하장”이라고 반박했다.
추 후보 측 변호인은 6·3 지방선거 출마를 이유로 들어 재판 일정 조율을 요청하기도 했다. 변호인은 “선거운동 기간 (재판 출석에) 제약이 있을 것”이라며 본격적인 선거운동이 시작되는 5월부터는 재판 출석이 어렵다며 재판부의 배려를 구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지금 여러 특검 사건을 진행하고 있어 기일 운용에 제약이 많다”며 “어려움이 있더라도 재판부 사정을 이해해달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재판 효율성을 위해 가급적 요일을 정해 수요일에 공판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추 후보는 선거기간 법정에 출석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여론조사에 응답하는 것과 실제 투표장에 나가서 표를 행사하는 것은 차이가 크다. 대구 시민들은 현재 국민의힘의 자중지란을 답답해하는 것이지, 민주당을 좋아하는 게 아니다. 이런 사람들은 막상 투표소에 들어가서는 국민의힘을 찍을 가능성이 높다”며 “또한 이번 지선에서 전국적 판세가 민주당으로 심하게 기울어지면, 대구에서는 보수가 위기에 더 결집할 수도 있다. 끝까지 지켜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