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1부는 지난 27일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기소된 윤 전 대통령에게 당선 무효형에 해당하는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이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에게 변호사를 소개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한 발언과 건진법사 전성배 씨를 김건희 여사와 함께 만난 적이 없다는 취지로 한 발언을 허위로 판단했다. 윤 전 대통령은 선고 당일 항소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책임을 부각했다. 한병도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당선 무효)형이 확정되면 국민의힘이 대선 선거비용 약 397억 원을 반환해야 한다”며 “징수를 회피할 생각은 꿈도 꾸지 말라”고 했다. 강준현 민주당 수석대변인도 윤 전 대통령을 대선 후보로 내세운 국민의힘이 사과하고 반환을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파기환송심 재개 요구로 맞받았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8일 민주당을 향해 “내 집에 폭탄이 떨어진 것도 모르고 남의 집 불구경을 한다”며 “민주당도 언젠가 434억 원을 토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대선 과정에서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과 경기 성남시 백현동 부지 용도변경을 둘러싼 발언으로 기소돼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으나 지난해 5월 대법원이 일부 유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이후 6·3 대선에서 이 대통령이 당선돼 취임하며 해당 사건 재판은 중단된 상태다.
선거비용 반환의 근거는 공직선거법 제265조의2다. 선거범죄로 당선 무효에 해당하는 형이 확정되면 선관위로부터 반환·보전받은 선거비용과 기탁금을 돌려줘야 한다. 대통령선거의 정당 추천 후보는 후보를 추천한 정당이 책임을 지며 낙선자에게도 같은 규정이 적용된다. 선관위가 반환액을 고지하면 정당은 30일 안에 납부해야 한다.
반환액은 대선 뒤 보전받은 선거비용에 후보자 기탁금 3억 원을 더하는 방식으로 계산된다. 국민의힘은 당시 대선 뒤 약 394억 5600만 원을 보전받아 기탁금 포함 약 397억 5600만 원, 민주당은 약 431억 원을 보전받아 기탁금 합산 약 434억 원으로 추정된다.

윤 전 대통령 사건은 변호사 소개와 건진법사와의 관계라는 구체적인 사실을 부인한 발언의 허위성과 고의성이 쟁점이다. 이 대통령 사건은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처장 관련 발언과 백현동 부지 용도변경 과정에서 국토교통부의 압박이 있었다는 발언의 의미가 쟁점이 됐다. 윤 전 대통령 1심 재판부는 발언의 전체 맥락과 일반 선거인이 받아들이는 의미를 따져야 한다는 이 대통령 사건의 대법원 판단 기준을 원용했다.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 사건의 재판 단계가 윤 전 대통령 사건보다 더 진행됐다는 점을 부각하며 파기환송심 재개를 요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의 1심 유죄 판결 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 등이 발의했던 이른바 ‘선거비용 먹튀 방지법’도 다시 거론됐다. 법안은 1·2심에서 당선 무효형이 선고되면 확정판결 전이라도 반환 예상액 한도에서 정당 재산을 압류할 수 있도록 했다. 합당이나 분당 이후에도 반환 책임을 이어가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는데 아직 본회의를 통과하지 않았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조작기소 특검법도 선거비용 반환 문제와 연결했다. 그는 특검이 이 대통령 선거법 사건의 공소 유지 여부를 결정하도록 한 조항을 들어 민주당이 재판과 434억 원 반환 가능성을 없애려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당시 선거 과정에서 나온 후보들의 발언 의미와 허위 여부를 법원이 최종 판단하고, 그 결과에 따라 당선 무효 여부나 정당의 대규모 선거비용 반환 여부가 결정되는 구조를 주목하며, 허위사실공표죄 적용의 합리적 범위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공직선거법이 지나치게 규제 중심으로 운용되면서 선거 과정의 논쟁을 정치권에서 해결하지 못하고 법원의 판단에 맡기는 ‘정치의 사법화’가 심해지고 있다”며 “학력·경력·재산처럼 객관적으로 진위를 가릴 수 있는 항목으로 처벌 범위를 좁히고, 나머지는 정치적 공론장에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김준일 시사평론가는 “이 대통령 사건 당시 민주당은 처벌 범위를 줄이려 했고 국민의힘은 이에 반대했지만, 윤 전 대통령 판결로 양당의 처지가 뒤바뀌었다”며 “정치적 이해에 따라 기준이 달라져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김철준 기자 cj5121@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