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업은 세계 경기와 해운업 상황, 선박 수요와 공급 등에 따라 수주와 실적이 크게 오르내리는 대표적인 사이클 산업이다. HD현대중공업은 악화한 업황 영향으로 2021년 8003억 원, 2022년 2892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다만 2023년에는 1786억 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로 돌아섰고, 이후 2024년 7052억 원, 2025년 2조 375억 원으로 영업이익이 크게 늘었다.
노사는 회사가 적자를 낸 2022년 임단협을 2013년 이후 9년 만에 파업 없이 타결한 바 있지만 회사 실적이 개선되면서 임금과 성과 보상 수준을 둘러싼 이견이 다시 커지기 시작했다. 노조는 2024년과 2025년 교섭에서 성과급 산출에 적용되는 영업이익률 기준을 기존 7.5%에서 5%로 낮출 것을 요구했다. 반면 사측은 기본급 인상과 함께 격려금과 특별 인센티브 등 일시성 보상을 병행하는 방안을 제시해 왔다.
올해는 실적이 더 개선돼 성과 보상 관련 노사 갈등 수위도 높아졌다. HD현대중공업의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매출은 12조 2485억 원, 영업이익은 1조 9453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보다 각각 53.7%, 114.9% 증가한 수치다. 노조는 장기간의 조선업 침체 과정에서 구조조정과 임금 정체 등을 감내한 노동자들에게 최근 실적 개선에 상응하는 보상이 돌아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 6월 2일 상견례를 시작으로 올해 임단협 교섭에 들어간 노조는 호봉 승급분을 제외한 기본급 14만 9600원 인상과 상여금 100% 인상, 영업이익의 최소 30%를 성과로 공유하는 방안 등을 요구했다.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직접 성과공유 재원으로 배분하라는 요구를 공식 요구안에 포함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노조가 추산한 올해 연간 영업이익은 3조 6280억 원 수준으로, 노조 요구안인 30%를 단순 적용하면 성과공유 재원은 약 1조 884억 원이다.

15일 노조는 사측 제시안을 거부한 배경에 대해 “사측은 이미 많은 재원을 반영했다고 밝혔지만 조합원이 염원하는 핵심 제도가 부족하다”며 “정해둔 재원 안에서 나누는 방식만으로는 끝낼 수 없다. 호황의 성과에 걸맞고, 무너진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책임 있는 내용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교섭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노조는 파업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노조는 지난 11일과 14일, 15일 3일 동안 하루 4시간씩 부분파업을 벌였다. 이어 16일부터 18일까지는 파업 시간을 하루 7시간으로 늘려 투쟁 강도를 높이고 있다.
이번 파업으로 HD현대중공업 노조는 2023년부터 4년 연속 쟁의에 나서게 됐다. 사상 최대 수준의 실적에도 파업이 이어지면서 취임 1년을 앞둔 정기선 회장에게 노사 관계 안정이 주요 경영 과제로 떠올랐다. 실적 개선에 따른 성과를 임금과 보상에 어떤 기준으로 반영할지 관건이다. 노사가 이번 교섭에서도 성과 배분 기준에 합의하지 못할 경우 실적 호조 때마다 같은 갈등이 반복될 수 있다.
HD현대그룹 관계자는 “노사 간 입장 차를 줄이기 위해 임단협 교섭에 성실히 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동민 기자 workhard@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