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회장은 회장 취임 한 달 전인 지난해 9월(당시 수석부회장) 조선 부문 안전 강화에 2030년까지 3조 500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겠다며 안전 경영 기치를 내건 바 있다. 연이은 사고 악재에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다.

이보다 앞서 지난해 8월 HD현대중공업은 자체 분석한 조선업 중대재해 사례를 기반으로 추락·끼임·감전·화재 등 9가지 핵심 위험 요소 관리 체계를 담은 ‘더 세이프 케어(The Safe Care)’를 시행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후 HD현대중공업, HD현대삼호 등 주요 조선 계열사 생산 현장에서는 노동자가 업무(작업)중 사고로 목숨을 잃는 일이 잇달아 발생했다. 지난 4월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울산 동구)에서 해군 잠수함(홍범도함) 정비 작업 중 내부에 화재가 발생해 협력업체 노동자 1명이 숨진 데 이어 이달(7월) 들어서도 한 주 새 노동자 2명이 사고로 숨졌다. 지난 18일 같은 울산조선소에서 협력업체 소속 노동자 1명이 곤돌라와 작업 발판 사이에 끼여 사망한 데 이어 24일 군산조선소(전북 군산) 내 패널공장에서 노동자 1명이 전동 운반 장비 사이에 머리가 끼여 목숨을 잃었다.
광주지방고용노동청 군산지청은 25일 군산조선소 패널공장 조립라인에 대해 부분 작업 중지 명령을 내리고 경찰과 함께 현장 조사에 착수했다. HD현대중공업 공동대표이사인 이상균 부회장과 금석호 사장은 공식 사과문에서 “비극의 재발을 막기 위해 환골탈태의 각오로 근본적인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다른 계열사 중에는 지난 6월 22일 HD현대삼호(전남 영암군 소재)에서 선박 접안 작업 중 끊어진 계류 로프에 맞아 노동자 1명이 숨졌고, 이달 9일 HD현대중공업의 블록 제조 자회사 HD현대엠앤에스 사업장(울산 울주군)에서는 크레인 정비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10미터 아래로 추락해 사망했다.

노조는 24일 군산조선소 사고 역시 사전에 막을 수 있는 사고였지만 안전 조치 부실로 현실화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작업이 비좁고 어두운 블록 하부에서 진행됐음에도 충돌이나 끼임 위험을 사전에 차단할 유도자(신호수)가 배치되지 않았고, 기본적인 출입 통제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현행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39조(작업지휘자의 지정), 제40조(신호), 제172조(접촉의 방지) 등에 명시된 기본 수칙을 외면한 결과”라며 “사측이 공정 기한을 맞추는 데만 급급해 부족한 인력을 방치하고 최소한의 안전 관리 절차마저 미룬 채 생산을 우선시하다 또 한 번 안타까운 비극을 초래했다”고 반발했다.
잇단 인명 사고에 HD현대중공업의 올해 임단협 교섭은 멈춰 섰다. 노사는 지난 6월 2일 상견례를 시작으로 협상 테이블에 앉았으나 이달 발생한 사고 수습과 원인 규명이 시급하다는 판단에 관련 논의를 일시 중단한 상태다. 사업장의 충분한 안전 확보가 노사의 최대 쟁점으로 부상해, 향후 임단협이 재개되더라도 상당한 진통이 전망된다.
HD현대그룹 관계자는 “최근 발생한 안전사고에 대해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며 근본적인 문제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회사의 안전 문화를 뿌리부터 바꿔 협력사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가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일터를 만들기 위해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정동민 기자 workhard@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