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거관리를 맡은 민주당 인사들은 한 목소리로 ‘통합’을 강조했다. ‘친명계’와 ‘친청계’ 간 극한대립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소병훈 민주당 중앙당선거관리 위원장은 “민주당의 강력한 무기는 단합과 연대다”라고 말했다. 한병도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여기 계신 후보들 모두가 민주당의 소중한 인재이자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이학영 전당대회준비위원장은 “예비선거에서 잘 안되더라도 함께 하는 정당을 만들자”고 했다.
이번 예비경선은 7월 21~23일까지 중앙위원·권리당원 온라인 투표로 실시됐다. 중앙위원 50%·권리당원 25%·국민 여론조사 25%를 반영했다. 총선거인단 155만 4259명 가운데 58만 1872명(총 투표율 37.44%)이 참여했다. 이중 중앙위원급 선거인단 투표권자로는 439명(투표율 88.3%)이 참여했다. 권리당원 선거인단 155만 3820명 가운데 투표권자 수는 58만 1484명(투표율 37.42%)로 집계됐다.
이변은 없었다. 김민석 전 총리, 정청래 전 대표, 송영길 의원이 본선에 진출했다. ‘친문계(친문재인계)’ 고민정 의원과 30대 청년 후보 김보미 전 강진군의회 의장은 탈락했다.
‘통합’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무색하게도 세 후보 신경전은 계속됐다. 김민석 후보는 “오늘 37% 정도의 투표율을 이번 본경선에서는 당원 주권 1인 1표를 기념해 100% 당원투표로 될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당과 후보들이 함께 노력했으면 한다”고 했다. 김 후보는 “한 가지만 당 지도부에 말씀드리면 이제 전당대회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때문에 여러 가지를 종합할 때 검찰개혁 문제를 마무리할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정청래 후보의 ‘1인 1표제’와 보완수사권 문제를 거론한 대목이다.
정 후보는 “네 분(김대중·노무현·문재인·이재명)의 대통령을 지지했던 우리 지지자와 당원들부터 한 군데로 총단결해야 하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을 한 번도 탈당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후보의 흑역사인 ‘후보단일화 사태’를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허위 조작 정보, 가짜 뉴스 유포는 단호히 대처”라고 강조하며 친명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정청래-신천지 유착설’에 대한 강경 대응을 시사했다.
송영길 후보는 “우리 청년들의 집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청년 정책을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송영길은 이재명과 함께 사선을 넘어서는 동지로서 살아왔다”며 “다시 한번 우리 민주당이 대체 불가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도록, 더 이상 당·청 간 불협화음이 들리지 않도록, 일체가 된 동지로서 머리를 맞대고 당·청이 하나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이른바 ‘명·청 갈등’을 부각하며 정 후보를 견제한 발언으로 읽힌다.
본선에선 선호투표제가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선호투표제에 따르면 투표권자는 1·2·3순위 후보를 선택한다. 1순위 후보 표를 개표했을 때 과반 득표자가 있으면 개표가 종료된다.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가장 적은 1순위 표를 얻은 후보를 탈락시킨다. 탈락한 후보를 1순위로 뽑은 투표용지에 적힌 2순위 후보에게 표를 다시 배분한다. 이 같은 과정을 과반 득표자가 나올 때까지 반복한다.
선호투표제는 상대적으로 정 후보에게 불리하다는 평이다. 당대표 선거가 친명 대 친청 구도로 치러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 후보와 송 후보의 지지층은 겹친다. 예를 들어 1순위에 김 후보를 찍은 투표권자는 2순위에 송 후보를 찍을 가능성이 높다. 송 후보를 1순위에 뽑을 경우도 마찬가지다. 처음 개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을 때 두 번째 개표에서는 탈락 후보 2순위 표가 다른 친명 후보에게 집중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이 때문에 친청계에선 전당대회 이전부터 선호투표제 도입을 강하게 반대했었다.
당초 정치권에선 ‘명심’을 등에 업은 김민석 후보의 우세를 점쳤다. 하지만 레이스가 시작된 이후 권리당원의 높은 지지를 받는 정 후보의 기세가 만만찮다는 분석이다. 이는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박지원 의원은 7월 23일 KBC ‘여의도초대석’에서 “여론조사는 흐름이기 때문에 그 자체로 굉장히 중요하다”며 “김민석 후보는 지금부터 전략 수정을 해서 1년간 이재명 대통령과 함께 총리로서 성공한 반도체 공화국을 만들었다. 그렇기 때문에 여기에서 소외된 서민과 농어민 정책도 앞으로 이렇게 하겠다 하는 정책 전당대회를 이끌고 가야 한다”고 했다. 박 의원은 “공격하면 안 된다. 부자가 몸조심하는 것”이라며 “잘못하면 제2의 박찬대가 된다”고 했다.
친명계 한 초선 의원은 “지금 (검찰) 보완수사권에 우리 지지자들이 잡혀 있다. 그분들이 정 후보 쪽으로 뭉치고 있는 것 같다. (정 후보가) 선거를 영리하게 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 의원은 “핵심 지지층이 불안해한다. (보완 수사권 폐지가) 빨리 해결돼야 한다. 그러면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 후보 약진은 최고위원 예비경선 결과에서도 나타났다. ‘친청계’ 후보들은 모두 본경선에 진출했다. ‘친청계’로는 이성윤 한민수 최민희 후보가, 친석계(친김민석)로는 김용 서미화 임미애 후보가, 친송계(친송영길)로는 박선원 김영호 후보가 예비경선을 통과했다.
‘이재명 대통령 사건 공소 취소와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의원 모임(공취모)’을 이끌었던 박성준 이건태 의원은 탈락했다. 유이한 현역 의원 탈락자다. 이건태 의원의 경우 무소속 한동훈 의원과의 보완수사권 폐지 토론회가 화근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친명 지지자들이 한 의원에게 이 대통령을 공격할 빌미를 제공했다는 불만을 터뜨린 것으로 파악됐다. 결국 토론회는 무산됐다.

임미애 후보의 예비경선 통과도 주목받았다. 민주당 불모지인 TK(대구·경북) 출신이기 때문이다. 권리당원 약 30%가 호남에 집중돼 있는 만큼 임 후보의 예비경선 통과는 불투명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임 후보는 “사랑하고 존경하는 당원동지 여러분들은 1200만 영남의 유권자들에게 손을 내미셨다”고 했다.
서미화 임미애 최민희 후보가 나란히 진출하면서 여성 몫 최고위원 자리를 둘러싼 경쟁이 치열할 전망이다. 민주당은 최고위원 상위 5명 안에 여성이 없는 경우 최대 득표를 올린 여성 후보를 당선시키는 할당제를 운용하고 있다. ‘친청’ 지지층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최민희 의원이 유리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최대 관건은 특정 계파의 최고위 과반 확보 여부다. 민주당 최고위는 당대표, 원내대표, 당대표 지명직 최고위원 2명, 선출직 최고위원 5명 등으로 구성된다. 결국 당대표 자리가 과반 달성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김민하 시사평론가는 “‘친청계’ 후보 수가 적으니, 집중도가 있었다. ‘친명’은 대통령이 딱 찍어준 것이나 다름없는 김용 후보 외에는 집중도가 떨어지는 구도였다. 당원 조직력도 ‘친청’이 조직적인 지점이 있다”며 “다만 (친청계가) 무조건 다수가 되는 구도가 아니다. 누가 대표가 되는지 봐야 전반적인 평가가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강원 기자 2000won@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