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상 비례대표 의원이 장관으로 임명될 경우엔 의원직을 사퇴하는 것이 관례였다. 비례대표 의원은 지역구 출신과는 달리 사퇴해도 보궐선거를 치르지 않는다. 차순위 후보자에게 직이 승계되기 때문이다. 비례대표 특수성, 의정 공백 등을 감안해 입각 시 의원직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8월 31일 용 후보자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의원직을 사퇴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용 후보자는 “(기본소득)당 소속 유일한 국회의원인 제가 사퇴할 경우 기본소득당이 원외정당이 되는 어려움이 있다”면서 “개인의 결정이 당의 진로와 직결될 수밖에 없는 소수 정당의 어려움에 대해 고개 숙여 양해를 구한다”고 했다.
조국혁신당 소속인 이해민 전 의원은 비례대표 의원직을 사퇴하며 청와대에 들어갔다. 곱지 않은 여론에도 불구하고 버티기를 선택한 셈이다. 청와대 AI 미래기획수석비관으로 발탁된 후 의원직에서 물러난 이해민 전 의원과 대조를 이룬다.

용 후보자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이후 두 차례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당선된 바 있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수혜를 입은 대표적인 정치인이다. 21대 총선 땐 범민주 비례정당 더불어시민당에서 순번 5번을 배정받아 국회에 입성했다. 22대 총선에선 비례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에서 순번 6번을 받았다. 이런 행태를 두고 특정 분야 전문가, 직능 대표자, 정치 신인을 발탁하기 위해 도입된 비례대표 제도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9월 2일 안 의원은 공세 범위를 기본소득당으로까지 넓혔다. 안 의원은 기본소득당 지도부가 용 후보자 배우자를 비롯해 국회의원실 보좌진, 공동창당인 등으로 채워진 점을 지적했다. 안 의원은 “하나의 의원과 가족, 그리고 보좌진이 당대표와 최고위원을 독식하는 정당이 있었느냐”면서 “용혜인을 령도자이자 최고존엄으로 모시는 이런 정당을 위해 국민 혈세를 바쳐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안 의원은 “이 대통령 뜻대로 용 후보자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성평등부는 결국 용혜인 추종자들의 또 다른 서식지가 될 것”이라면서 “기본소득당의 현재가 이를 증명한다”고 했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용 후보자에 대한 ‘부동산 단타 의혹’을 제기했다. 주 의원은 “용 후보자가 2021년 4월 경기 안산에 있는 주택을 매수한 뒤 2022년 3월 중국인에게 되팔아 1년도 안 돼 시세 차익 2000만 원을 얻었다”면서 “이재명 정부 기준대로라면, 실거주 목적이 아니라 시세차익을 노린 단타 매매”라고 주장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9월 1일 비례위성정당 후보로 당선된 의원이 원래 정당으로 복귀할 경우 해당 정당 국고보조금 정액 배분 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정치자금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용혜인 방지법’으로도 불린다.
나 의원은 “국민 1% 지지조차 얻지 못한 정당이 위성정당을 통해 얻은 한 석으로 해마다 11억 원, 4년간 40억 원의 국민 세금을 받는 것은 대의민주주의를 우롱하는 일”이라면서 “(용 후보자가) 의원직에서 사퇴하면 기본소득당이 원외정당이 돼 보조금을 받지 못하게 될 것을 우려해 의원직을 유지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 최고위원은 “비례대표는 지역구 의원이 아니기 때문에 어떤 직종이나 분야에 대한 대표성을 갖고 국회의원이 되는 것”이라면서 “본인의 전문성, 특성을 살릴 수 있는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됐다면 (의원직 사퇴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했다.
송영길 민주당 의원은 9월 2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용 후보자와 관련해 “갑자기 벼락출세하고 특혜를 이중삼중으로 받은 것”이라면서 “비례대표를 두 번 한다는 것이 사실 관례에 맞지 않는 일이고, 장관 시키는데 국회의원까지 계속하겠다는 것은 누가 보더라도 욕심”이라고 말했다.
장혜영 전 정의당 의원은 CBS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반칙을 해서 얻게 된 페널티를 국민들이 좀 이해해줬으면 좋겠다, 이게 무슨 궤변인가”라며 “비례대표를 두 번 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위성정당이라는 반칙으로 국회에 들어와 두 번이나 민주주의 헌정 질서를 유린한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용 후보자를 겨냥했다.
장 전 의원은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은 피해자 편에 서서 여성 권익을 위해 오랫동안 활동해 여성계뿐 아니라, 진보정당에서도 다 환영했던 인사”라며 “왜 갑자기 잘하고 있던 원민경 장관을 경질하고 용혜인 후보자를 발탁한 것인지. 뜬금없는 인선이자 부적절한 인사”라고 비판했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신혼여행비 후원금을 모금한다고 온갖 군데 띄웠다가 말썽이 난 그분”이라면서 “그 신혼여행비 실제로 모금을 어떻게 했는지, 썼는지, 이것도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한번 밝혀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포공항 귀빈실 사적 이용은 용 후보자가 2023년 3월 9일 공무수행이 아닌 가족 여행에 김포공항 귀빈실을 사용해 문제가 된 사건이다. 당시 용 후보자는 “신청서 양식에 ‘공무 외 사용’으로 표시했고, 별도 안내가 없이 승인해줘 이용한 것뿐”이라고 해명했다. 이후 용 후보자는 소셜미디어에 사과문을 게재하며 “자초지종을 떠나 제 불찰에 대한 지적에 참으로 송구스럽고 민망하다”고 했다.
용 후보자 남편 박기홍 씨도 청문회 검증 대상이 될 전망이다. 박 씨는 기본소득당 전략기획부총장이다. 박 씨는 기본소득당 최고위원 후보로 당내 선거에 나선 상태다. 과거 노동당 소속으로 정치를 시작했다가 기본소득당에 합류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경제가 보도한 ‘기본소득당 2026년도 회계보고서’에 따르면, 용 후보자 남편 박 씨는 당직자 명목으로 달마다 약 300만 원을 수령한 것으로 나타났다. 남편과 주요 당직자들에 대한 인건비는 용 후보자 ‘비례대표 의원 직 유지’ 의지와 맞물린 핵심 요소로 꼽히며 정치권 관심을 모으고 있다.
9월 2일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는 서울 서대문구 소재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는 길에 취재진과 만나 ‘비례의원 직 사퇴 요구’와 관련한 질문을 받았다. 용 후보자는 “청문회라는 것이 단순하게 혼자 얘기하는 공간이 아니라, 국민과 함께 소통하는 공간이라는 것을 잘 알기에 청문회를 잘 준비하며 제 생각을 전달드릴 수 있게 하겠다”면서 “많은 걱정과 우려가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제가 듣고 또 듣겠다”고 밝혔다.
정치평론가 신율 명지대 교수는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의원 직을 겸직하겠다는 점이 범법 행위는 아니다”라면서도 “오히려 용 후보자 케이스가 정치권 전반에 걸쳐 ‘위성정당’이라는 꼼수의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격이 됐다”고 했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