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대통령 지시가 표면화된 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은 18일 국방부를 방문해 안규백 국방부 장관을 면담했다. 브런슨 사령관은 안 장관과 UFS 축소 지시에 따른 후속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어 다음날 합동참모본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한미는 미측의 제안으로 연습 기간과 규모 등을 일부 조정하기로 했다”며 “이번 UFS 연습 기간을 17일부터 21일까지로 조정해 시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UFS는 통상적으로 1부와 2부로 나눠 훈련을 진행했다. 1부 훈련은 한반도 유사시 방어를 전제로 한 훈련이며, 2부는 방어 이후 공격을 전개해 나가는 상황을 연습하도록 돼 있다. 합참이 발표한 연습 기간은 1부에 해당하는 기간이다. 사실상 2026년 UFS의 2부 훈련 취소를 공식화한 셈이다.
북한에 대한 역습 진행을 전제로 한 2부 훈련은 그간 북한 지도부가 극도로 반발해 온 ‘아킬레스건’과도 같은 존재였다. 전직 정보기관 관계자는 “북한이 한미연합훈련이 진행될 때마다 미사일 시험발사 등 도발을 감행하며 상당한 불만을 표출해 온 바 있다”며 “대북 역습에 대한 공포감이 잠재해 있다는 점을 명확히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미국이 트럼프 대통령 지시로 2부 훈련을 축소했을 때 가장 환영할 사람은 김정은”이라며 “김정은 입장에선 ‘눈엣가시’ 같았던 한미연합훈련 2부를 스킵함과 동시에 주한미군 철수까지 주장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할 환경이 조성된 것”이라고 내다봤다.
트럼프 대통령의 UFS 축소 지시 과정서 한국 정부와 협의는 부재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19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해 “이번에 트럼프 대통령이 소셜미디어에 밝힌 내용은 우리 정부는 물론이고 미국 정부 관계자들도 전혀 사전에 알지 못했다. 우리(외교부)도 사전에 통보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다만 조 장관은 “안규백 장관이 미국 측과 (소셜미디어 메시지 나온 이후) 긴밀히 협의해 온 것으로 안다”며 “우리 장관이 함께 합의했기 때문에 일방적 통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김정은)가 매우 강력한 핵무기 57기를 보유하고 있다”고도 했다. 그동안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표현하기도 했던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와 일맥상통하는 발언으로 해석됐다. 북핵 문제 대응에 ‘현실론’을 내세우는 트럼프식 화법이 다시 한번 표면화된 셈이다. 그러면서 “이란이 핵무기를 갖게 할 수는 없다”면서도 “나는 김정은을 매우 잘 아는데, 그는 괜찮을 것”이라고 이란과 북한의 차이도 분명히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북한 관련 발언에 대해 ‘이란 전쟁 장기화 돌파구’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란 전쟁 출구 전략이 모호한 상황에서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지지율이 계속 추락하자 김정은 위원장과의 회담 추진 및 북한 문제 해결을 외교 성과로 내세우려 한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7일 백악관서 취재진과 만나 이재명 대통령과 통화한 사실을 공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가 좋아하는 한국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우리를 좀 도와줄 수 있느냐. 이란 문제와 관련해 도움이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원한다면 손을 좀 보태달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 대통령이 “아니오. 사양하겠다(No Thanks)”라고 답했다고 트럼프 대통령은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3만 9000명의 병력을 주둔시켜 이웃인 김정은으로부터 여러분을 지키고 있는데 이란에서 진행되는 아주 쉬운 군사작전을 도와주지 않겠다는 것이냐”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 주장에 따르면 이 대통령이 “우리는 개입하지 않는 편이 좋겠다”고 말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그렇다면 우리는 왜 당신들을 돕는 데 개입하고 있느냐”고 반문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이 대통령을 ‘아주 좋은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UFS 축소와 북미정상회담 추진 배경으로 트럼프의 ‘안보 더치페이’ 추구 성향이 재조명되고 있다. 이 대통령의 이란 전쟁 지원 거절이 트럼프의 대북 유화책 불씨를 당긴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19일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한 이재명 대통령 ‘No Thanks’ 발언 진위와 관련해 “사실과 다른 내용”이라고 반박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한 안 장관은 ‘트럼프가 거짓말을 했다는 것이냐’는 질문에 “제가 말씀드릴 사안은 아니다. 팩트에 대해 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 관련 협조 요청 거부가 UFS 축소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질문에도 안 장관은 “그렇지 않다”고 밝혔다.

차 석좌는 “이란은 핵 프로그램이 상대적으로 초기 단계에 있고 주요 핵시설 위치가 알려져 군사적 타격을 통해 핵무기 개발을 저지하는 선택지가 존재했다”며 “북한은 이미 상당한 규모 핵무기와 핵물질을 확보하고 다양한 투발 수단까지 갖춘 만큼 상황이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행정부 1기에서 ‘대북 강경파’로 이름을 알렸던 존 볼턴 전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은 18일 미국 ‘MS나우’ 인터뷰에서 UFS 축소와 관련해 “트럼프는 김정은을 처음 만났을 때도 같은 행동을 했다”며 “(그 행동은) 불필요한 양보이자 실수였는데, 지금은 더 큰 실수”라고 말했다. 볼턴 전 보좌관의 발언은 지난 2018년 6월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이후 한미연합훈련 전격 중단을 발표했던 사례와 최근 UFS 축소 지시를 비교한 것으로 해석된다.
볼턴 전 보좌관은 “(UFS 축소로 인한) 부정적 영향은 한반도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면서 “이란도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으며 (트럼프 행정부의) 절박함 일환으로 볼 것”이라고 전망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트럼프는 김정은을 만난 뒤 사랑에 빠졌다고 했는데, 이것이 트럼프가 외교를 바라보는 방식”이라며 “김정은, 시진핑, 블라디미르 푸틴과 개인적으로 좋은 관계를 맺으면서 해당 국가와 좋은 관계라 생각하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 트럼프는 미국의 국익을 정의할 수 없다. 그는 모든 것을 개인적으로 본다”고 비판했다.

이 대통령은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는 한반도에서 적대와 대결을 넘어 평화를 만들기 위한 고심이 담긴 큰 결정으로 느껴진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이 결단이 북미 간 신뢰 구축과 대화 재개를 거쳐 한반도의 안정적 평화체제 구축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여러 차례 밝힌 것처럼 나는 트럼프 대통령의 ‘피스 메이커’ 활동을 촉진하는 ‘페이스 메이커’ 역할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대한민국은 한미 양국 합의에 따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방비 3.5% 달성을 위해 국방비 지출을 급격히 늘리는 등 한반도 방위를 스스로 감당할 역량을 갖춰가고 있다. 한반도 안보는 대한민국이 책임져야 한다는 트럼프 대통령 의지에 전적으로 공감한다”고 덧붙였다. 이는 전시작전권 환수 의지를 피력한 내용으로 풀이된다.
한편 공식 방한 일정을 소화 중인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19일 조현 외교부 장관과 회담을 마치고 만찬장으로 이동하던 중 ‘중국의 북미정상회담 중재 여부’에 대한 질문을 받자 “(북미정상회담은) 북한과 미국이 결정할 일”이라며 “미국은 오랫동안 유지해 온 대북 적대 정책을 바꿔야 한다”고 밝혔다.
대북 소식통은 “최근 러시아와 밀착을 통해 제한적으로나마 꾸준한 경제 성장을 이루고 있는 북한 입장에서 풀어야 할 마지막 숙제는 대미 관계 조정”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UFS 축소 지시, 이재명 대통령의 경의 표현, 중국 측의 지원사격 등 일련의 상황은 김정은 입맛에 맞게 흘러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