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주가는 오히려 계속 떨어져 유증 신주 가격(9만 9500원)보다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8월 19일 기록한 종가는 8만 3400원으로, 아직 유증 가격보다 낮다. 증시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았던 것이 주가 하락의 가장 큰 이유이지만, 소액주주들 입장에서는 큰맘 먹고 대규모 유증에 참여한 것이기 때문에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잘나가는 반도체 자회사, 주가엔 글쎄…
SKC가 2023년 7월 인수한 ISC는 현재까지 상황만 놓고 보면 SK그룹 계열사들이 2020년대 이후 추진한 인수합병(M&A) 중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 꼽을 수 있다. 당시 ISC 최대주주 헬리오스 사모펀드 측의 지분 35.8%를 3475억 원에 인수했고, 추가적으로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해 1750억 원을 추가 투자했다. 이에 따라 총 투자금액은 5225억 원이었다.
당시 ISC는 2만 원대에서 움직이다가 매각 직전 4만 원대까지 상승했고, SKC 인수 계획이 발표된 후로는 5만 원대 후반까지 뛰었다. 당시에는 너무 빠른 속도로 올랐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현재 시점에서 되돌아보면 아니었다. ISC는 반도체 테스트 소켓 업체다. 쉽게 이야기하면 반도체를 테스트 장비에 끼워서 전기를 흘려보고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그런데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이 개화하면서 정밀도가 높은 ISC의 기술력이 주목받고 있다.
ISC는 지난 4월 10일 한때 29만 2500원까지 치솟았다. 당시 시가총액은 6조 2000억 원으로, 모회사인 SKC의 시가총액(3조 원대)을 2배 가까이 앞섰다. 이후 반도체 과열 논란이 제기된 이후 10만 원대 초반까지 하락하긴 했지만, 현재는 그때보다 다시 60% 가까이 반등했다. SKC 주가가 주춤거리는 사이 다시 16만 원대로 오른 것이기 때문에 SKC 주주 입장에서는 주가에 반도체 효과가 반영되지 못하는 것이 아쉬운 상황이다.
실제로 증권가는 SKC 기업가치를 계산할 때 반도체 소재 부문은 아주 미미하게 반영하고 있다. 삼성증권은 SKC의 기업가치와 관련, 유리기판과 동박업체 SK넥실리스 가치를 각각 2조 4650억 원, 2조 9640억 원으로 잡고 있다. 반면 제일 알짜 자회사인 ISC 가치는 4150억 원만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삼성증권은 ISC 지분 48.49%에 대한 순자산 가치에다가 할인율 70%를 적용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즉 상장 자회사가 따로 있기 때문에 기업가치를 측정할 때 중복 반영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이는 대다수 증권사가 마찬가지다. 가장 최근 발간된 SK증권의 보고서 제목만 봐도 ‘동박, 가격(ASP)의 시간’이다. 반도체 소재에 주목해 SKC를 바라보는 증권사 연구원은 없는 실정이다.
#2차전지 기업 인식의 한계…화학 사업도 발목
일각에서는 동박업체 SK넥실리스가 상장해 있다면 SKC 주가에는 오히려 나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둘 다 상장사였다면, 지금처럼 SKC가 2차전지 및 유리기판 기업으로만 인식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SKC는 시장 상황이 좋고, 중복상장에 대한 거부감이 덜했다면 SK넥실리스를 상장 추진했을 가능성이 높다.
SKC는 2020년 1조 2000억 원에 SK넥실리스를 인수했는데, 인수 당시에도 대규모 자금을 들였고 2021년 SK넥실리스의 말레이시아, 폴란드 공장 증설 때도 측면 지원을 해야 했다. SK그룹의 또 다른 2차전지 기업 SK온과 마찬가지로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 상장하지 못했을 뿐인 것이다.
SKC의 발목을 잡는 또 다른 사업은 화학사업이다. SKC는 필름 사업이 중국의 견제를 받는 저성장 산업이라면서 한앤컴퍼니에 매각했지만, 프로필렌옥사이드(PO)와 프로필렌글리콜(PG)은 기술력 수준이 높다고 보고 SK피아이씨글로벌이란 회사로 사업 부문을 물적분할하면서 지분을 49%만 쿠웨이트 측에 팔았다. 분할 당시 SK피아이씨글로벌 기업가치는 1조 4500억 원으로 측정됐지만, 현재는 증권사들도 이 사업 가치를 3000억 원 정도로 낮게 보고 있다. 중동전쟁 등의 변수로 화학주들이 일제히 급락할 때 SKC도 같이 움직인 것은 이 때문이다.
#주가 반등하려면…
결국 현재 상황에서 SKC 주가를 끌어올릴 만한 요인은 동박 업황 반등과 유리기판 영역에서의 기술력 입증이다. 이 가운데 2차전지 동박 부문은 어느 정도 반등이 나타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동박은 구리를 머리카락 굵기의 수십 분의 일 수준으로 아주 얇게 펴서 만든 얇은 막으로, 당연히 2차전지 판매량에 연동된다. 최근 수년간 공급 과잉으로 몸살을 앓아왔지만, 그 사이 신규 증설이 줄었고 일부 경쟁사는 라인을 IT기판용 회로박으로 전환한 상황이다.
박형우 SK증권 연구원은 “전지박 공급이 줄면서 SK넥실리스의 일부 경쟁사들은 고객사에 판가 인상을 요구하는 상황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면서 “가동률과 판가가 동시에 오르는, 업황의 변곡점을 맞고 있다”고 강조했다. 2차전지 업계에 따르면 SK넥실리스는 최근 들어 SK온 등 그룹 계열사 외에 다른 글로벌 고객사에도 공급을 늘리는 국면으로 알려졌다. 이르면 내년쯤에는 기업가치가 크게 뛸 수 있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다만 SKC 주가를 큰 폭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소재는 유리기판이다. 유리기판은 반도체 기판을 기존의 유기소재가 아닌, 유리로 만드는 것이 특징이다. 반도체 패키지가 점점 복잡해지는 상황에서 유리 기판이 가능해지면 더 큰 기판을 만들 수 있는 데다 휨 현상(Warpage)이 발생하지 않는 특성상 미세한 회로 구현이 가능하다.

일부 증권사 연구원은 유리기판 투자 이후 SKC에 대한 관심도를 대폭 낮춰 사실상 추가 보고서를 내놓지 않고 있다. SKC는 유상증자 대금 중 5896억 원을 유리기판 투자를 담당하는 미국 자회사 앱솔릭스에 투자키로 한 상황이다.
앱솔릭스는 유리기판 임베딩 제품의 초기 신뢰성 평가를 진행 중이고, 동시에 논임베딩 제품도 미국 통신 반도체 업체에 시제품을 공급해 신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앱솔릭스는 고객 인증이 나오면 추가 자금 조달을 실시해 양산 준비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 연구원 입장에서는 앞으로도 계속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야 해, 리스크 요인이 크다고 볼 수밖에 없는 셈이다.
민영훈 언론인 journalist@ilyo.co.kr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