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논의의 핵심은 중·고교 내신의 서·논술형 평가 확대와 수능 도입 여부다. 국교위는 8월 5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객관식 중심 평가에서 벗어나 학생의 사고력과 표현력을 평가하기 위해 서·논술형 확대를 검토한다고 밝혔다. 차정인 국교위원장도 “수능이 32년 동안 시행되면서 기출문제를 피해 정상적인 문제를 출제하는 데 한계에 봉착했다”고 강조했다.
국교위는 과목별로 서·논술형 문항 비중을 달리하고 고교 내신의 서·논술형 비율도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적용 시점으로는 현재 초등학교 6학년이 치르는 2032학년도 대입이 거론된다. 구체안은 공론화를 거쳐 오는 10월 말 국가교육발전계획 시안을 공개한 뒤 내년 3월 최종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다만 국교위 내부와 교원단체에서는 충분한 사전 검토 없이 논의가 진행된다는 비판과 함께 실현 가능성 및 부작용을 둘러싼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가장 큰 쟁점은 서·논술형 답안 채점의 공정성이다. 논술형 시험은 학생의 주장과 근거, 논리 전개에 대한 평가가 채점자마다 달라질 수 있어 일관된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관건으로 꼽힌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도 관련 연구에서 채점 공정성과 법적 분쟁 가능성, 출제·채점 관리 문제 등을 이유로 수능과 같은 고부담 평가에 서·논술형 문항을 적용하는 데 현실적 한계가 있다고 분석했다.
교육당국은 AI 채점을 활용해 서·논술형 평가의 공정성과 채점 부담을 보완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민석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교육인재분과장은 국교위 토론회에서 AI 채점을 수행평가·내신 등 저부담 평가에 먼저 적용한 뒤 수능과 같은 고부담 평가로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교사와 전문가가 문항과 채점 기준을 설계한 뒤 AI가 모범답안을 채점하고, 이를 교사가 검토해 최종 점수를 확정하는 방식이다.
이 같은 AI 채점 방식은 이미 일부 교육 현장에서 활용되고 있다. 서울·부산·인천교육청은 ‘채움AI’를, 경기도교육청은 ‘하이러닝’을 운영하며 서·논술형 평가에 AI 채점을 적용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채움AI가 인간 채점자와 상당한 수준의 일치도를 보여 실제 평가에 활용할 수 있는 신뢰도를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경기도교육청도 지난해 하이러닝 AI 서·논술형 평가 시연회에서 수백 명의 답안을 5~10분 안팎에 1차 채점할 수 있다며 채점 시간과 교사 업무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서·논술형 평가가 특정 키워드나 모범답안을 맞히는 방식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논술 AI 채점 시스템을 개발하는 한 에듀테크 업계 관계자는 “현재 기술로도 일정한 기준이 마련된 답안은 상당 수준 평가할 수 있다”면서도 “창의적이거나 예상하지 못한 답안까지 안정적으로 평가하려면 데이터 축적과 평가 모델 고도화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밖에 수능과 같은 고부담 평가의 경우 AI와 인간의 채점 결과가 엇갈릴 때 어느 판단을 우선할지, 오채점에 대한 이의 제기와 재채점 절차를 어떻게 마련할지도 풀어야 할 과제로 남는다.
교육계에서는 서·논술형 평가 확대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제도 도입에 앞서 충분한 검증과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교사단체 좋은교사운동과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교육의봄 등은 별도의 논술형 시험을 위해 평가관리센터 설치와 복수채점 체계 마련, 전문 채점 인력 양성을 제안했다. 교사노조도 학급당 학생 수와 교사 1인당 담당 학생 수를 줄이고 충분한 출제·채점 시간을 보장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학생의 역량을 제대로 측정할 수 있는 문항을 먼저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주형 경인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기존의 논술형 시험들과 달리 수능은 응시 규모가 크고 객관성과 공정성에 대한 요구가 훨씬 높은 시험인 만큼 어떤 형태의 문항으로 학생의 사고력과 학업 성취를 측정할지부터 검증하는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승구 기자 win9@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