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험은 특히 학교 밖 청소년에게 두드러졌다. 머니투데이가 김문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과 국가데이터처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지난해 자살로 숨진 5~19세 학교 밖 청소년은 155명이었다. 2020년 이후 매년 142~169명 수준을 오갔고 최근 6년 평균은 152명으로 집계됐다.
학교 밖 청소년 규모와 재학생 수를 토대로 환산하면 지난해 인구 10만 명당 자살자는 학교 밖 청소년이 85.8명, 재학생은 4.8명으로 약 17.9배 차이가 났다. 다만 학교 밖 청소년 인구는 6~17세 학령인구를 기준으로 한 반면 자살 사망자 수는 5~19세를 집계한 만큼 이를 정확한 자살률 격차로 보기는 어렵다.
문제는 학교를 떠난 이후다. 학교 밖 청소년은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에서 상담과 학업·생활 지원을 받을 수 있지만 지난해 센터 지원을 받은 청소년은 약 4만 명에 그쳤다. 나머지 상당수는 공적 지원체계가 소재나 상황을 파악하기조차 쉽지 않은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학교란 울타리뿐 아니라 청소년이 매일 생활하는 ‘동네’ 역시 자살과 무관하지 않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최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학술지 ‘보건사회연구’에 실린 ‘지역 환경이 청소년 자살에 미치는 영향’은 기존 청소년 자살 연구가 상담·교육 등 보건복지적 접근에 집중됐던 것과 달리 주택과 상권 등 물리적 환경을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해당 논문의 이진희 국토연구원 연구위원 등 연구진은 청소년이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못한 채 집과 학교 주변의 좁은 생활권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만큼 성인보다 주변 환경의 영향을 크게 받을 수 있다고 봤다.
연구진은 2013년부터 2022년까지 10년간 전국 시·군·구의 자살 사망자료와 주택가격, 주거면적, 녹지, 상업시설 등 지역 자료를 결합했다. 지역별 청소년 사망자가 적다는 점을 고려해 통상적인 연간 자살률 대신 2022년 청소년 인구 10만 명당 10년간 누적 자살사망자 수를 종속변수로 사용했다.
자살 사망자가 없었던 지역을 제외한 분석 대상 지역의 청소년 자살률 지표는 최저 6.13명에서 최고 162.7명으로 지역 간 격차가 컸다. 단, 구체적인 지역명은 공개되지 않았다.
특히 통계적으로 변수 간 관계를 분석하는 회귀분석 결과, 주택가격이 높고 1인당 주거면적이 넓은 지역일수록 청소년 자살률이 낮아지는 관계가 나타났다. 다만 이를 ‘비싼 집이나 넓은 집에 사는 청소년일수록 자살 위험이 낮다’는 개인 수준의 관계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이번 연구는 개인이나 개별 가구가 아닌 시·군·구를 분석 단위로 삼았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이 같은 결과를 집값이나 주택 크기 자체의 효과라기보다 지역의 경제적 여건과 전반적인 주거환경과 관련된 현상으로 해석했다. 주거면적이 넓을수록 가족 구성원 사이에 사적 공간을 확보하기 쉬워 청소년의 심리적 휴식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연구진은 학원 밀도가 지역의 경제적 여건이나 교육 인프라를 동시에 반영할 수 있고, PC방 역시 또래와 교류하고 즉각적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공간으로 기능할 가능성이 있다고 해석했다.
반면 노래방 밀도가 높은 지역에서는 자살률이 높아지는 관계가 확인됐다. 다만 연구에서 사용된 노래방 자료에는 청소년이 주로 이용하는 코인노래방뿐 아니라 성인 유흥 성격의 업소도 포함됐다. 연구진은 청소년이 주로 이용하는 코인노래방과 달리 일반 유흥 성격의 노래방이 지역의 불안정성과 범죄, 무질서한 환경을 반영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이 때문에 연구 결과를 특정 시설이 청소년 자살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해석하는 것은 무리다. 지역 단위 통계에 기반한 연구인 만큼 개별 청소년의 가정형편이나 정신건강, 학교생활 등 개인 요인까지 직접 추적한 연구는 아니다. 연구진 역시 “향후 설문과 인터뷰 등 보다 세밀한 자료를 결합해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학교 밖 청소년 통계와 지역환경 연구는 분석 대상과 방법은 서로 다르지만 한 가지 공통점을 보여준다. 청소년 자살을 개인의 심리 문제로만 접근해서는 위험군 일부가 정책망에서 빠질 수 있다는 점이다. 학교를 떠난 청소년을 다시 공적 지원체계와 연결하는 동시에 집과 학교 주변에 청소년이 안전하게 머물고 관계를 맺을 공간을 확보하는 것까지 자살 예방 정책의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진희 의원 등 연구진은 청소년 자녀가 있는 가구의 주거면적 기준을 현실화하고 공공임대주택 공급이나 주택 바우처 지원을 확대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집 밖에서는 도서관·공원·청소년센터 등 청소년이 안전하게 머물 수 있는 ‘공용 거실’ 성격의 공간을 늘리고, 학교 주변 환경을 청소년 친화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 또는 SNS상담 '마들랜'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
손우현 기자 woohyeon1996@ilyo.co.kr





